요즘 에세이 붐이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지 않는 친구들도 출간 제안을 받고 계약을 한다. 그 친구들이 내게 연락한다. 도무지 쓸 수가 없다고, 이게 책 한 권이 될지 모르겠다고.
친구야,
나도 모른다.
하나 확실한 건, 쓰기 전에는 너의 생각이 책이 될 가망은 아예 없다. 우리가 하던 그 이야기들을, 웃고 울던 그 이야기들을, 글로 옮겨봐.
망할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를 살린 그 이야기들을.
십 년 전에 아무에게도 토로하지 못하고 글 빚에 파묻혀 울던 내게도 그 말을 해주고 싶다.
널 위해, 그리고 지금의 내 친구들을 위해 책을 한 권 썼어.
잘 쓰는 사람만 보느라 스스로 나아질 기회를 날리지 말았으면 좋았을 걸.
십 년 전의 나야,
그만 울고,
그만 울라고.
글을 쓰려면 울 게 아니라 글을 써야 한단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 ‘십 년 전의 나에게’ 16쪽
‘쓰고 싶은 막연한 기분을 글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소재에서 시작하기’와 ‘주제에서 시작하기’를 생각해보자. ‘쓰고 싶은 기분’이 어디에서부터 비롯했는지를 떠올려보라. (…)
내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쓰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내 생각을 발전시키고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글을 쓰려는 경우가 있다. 전자는 소재 중심이 되고 후자는 주제 중심이 된다. 전자는 흥미로운 사실의 나열만으로도 글이 완성되지만 후자는 의견 혹은 결론 부분이 단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두 가지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관련한 키워드를 검색해 적당히 끼워 맞춘 글쓰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 ‘쓰고 싶은데 정말 쓰고 싶은데’ 26쪽
간접경험과 직접경험을 통해 원하는 삶을 기획하기. 언제나 책과 여행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읽기와 경험하기, 쓰기는 내가 나 자신을 탐색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들이었다. 간접경험과 직접경험, 그리고 그 모두에 존재하는 나 자신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기. 글쓰기. 나 자신이 되겠다는, 가장 강력한 행동.
--- ‘글쓰기로 내가 되기’ 127쪽
성공하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도 세상 어딘가에는 있을 테고, 그 노력이 또한 성공을 거두기도 하겠지만, 글을 쓰려는 사람들은 언젠가 자기 안에 있었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나’라는 인간을 복원하고자 노력한다. 사적인 글쓰기가 간지럽거나 오글거리는 이유는 애초에 그런 이유로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좋은 대로 벅차게 솔직하게 쓰는 것을 언젠가부터 오글거린다고 한다. 공적인 글쓰기에서야 막무가내 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다는 데 동의하지만, 당신 자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사적인 글쓰기라면 좀 더 오글거려도 좋으리라.
--- ‘이제 영영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152쪽
퇴고를 할 때는 ‘남의 시선으로 읽기’가 중요하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알고 있는 소재에 대해 쓰고 있으므로, 행간에 생략한 내용도 자동으로 내적 재생해가며 읽는다. 그렇게 본인 글을 본인의 마음으로 읽으면 백번 읽어도 수정이 어렵다. 심지어 맞춤법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 특정한 오타만 반복해 쓰는 경우도 있다. 글에도 습관이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 납치범이 실종자인 척 가장해 문자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낼 때 이런 면에서 바로 들통나지 않던가.
--- ‘남의 시선으로 내 글 읽기’ 163쪽
글 쓰는 일은 보상이 크지 않다. 운이 좋으면 성공하지만 그 운이 나에게 적중하리라는 과도한 믿음보다는 적당한 근심을 안고 성실하기를 택하는 편이 낫다. 그러니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야말로 꾸준히 글을 쓰는 최고의 방법이다.
나는 오랜 시간을 ‘내가 쓴 글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지내며 버텼던 것 같다.
선택할 수 있다면, 통장 잔고를 불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편이 좋았을 텐데.
--- ‘지치지 않고 글을 지속적으로 쓰려면’ 233쪽
Q. 글쓰기에 앞서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A. 나는 무엇을 쓰고자 하는가? 이 질문이 첫 번째입니다. 소재든 주제든, 쓰고자 하는 대상을 분명히 하세요.
그런데 쓰려고 보면, 내 생각을 모르겠는 때도 있어요. 생각을 정리하려고 해도 뭘 어떻게 정리하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는 거죠. 이 영화는 말하자면 재미있었는데, 아주 훌륭한 건 아닌 것 같고, 걸작은 아닌데 난 괜찮았고, 이렇게 생각이 뱅뱅 돌기만 하는 경우요. (…)
쓰려는 논지를 뒷받침하는 관련 자료나 사실관계, 경험, 느낌을 한번 정리해보세요. 관련한 의견글을 찾기보다 관련한 정보를 먼저 찾아보세요. 어렴풋한 인상을 주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필요한 작업입니다.
찾아본 중에서 가장 강렬한 사례가 있었나요? 강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렬한 사례가 있다면 글에 그 사례가 포함되면 좋습니다.
--- ‘글쓰기에 대한 소소한 궁금증 클리닉 Q&A’ 251쪽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