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디에 신부는 이 기회를 통해 신뢰를 얻으려고 했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 수녀들의 반발은 유죄 선고나 다름없었다. 모든 사람들은 그를 처벌하는 것만이 이 비극적 사건을 매듭 짓는 유일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사제는 두 악마 아스모데우스, 레비아탄과 맺은 피의 협약서를 앞에 두고 고문을 받았다. 그리하여 궁지에 몰린 사제는 변론의 기회도 없이 사탄의 숭배자라고 자백했고 화형을 당했다.
그 이후에도 구마 의식은 계속되었다. 특히 잔에게 집중되었는데, 쉬랭 신부가 다가가면 발악하고 독설을 퍼부었다. “저주받아라, 성부와 성자와 성령, 마리아와 천상의 군단!”
--- p.24, 「1부 제1장 '집단의 부마'」 중에서
바실리스크의 이름은 그리스어로 작은 왕을 뜻하는 바실리스코스basiliskos에서 유래한다. 이는 바실리스크가 지닌 왕관 무늬와 관련된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마왕이 악마들의 왕인 것처럼 …… 바실리스크는 뱀들의 왕이다.”라고 지적했다. 놀랍게도 로에로 부인은 ‘뱀들의 왕’을 보았고, 그 길로 곧장 퇴마사를 찾아갔다. 한편 루치펠은 그녀의 입을 통해 바실리스크를 설명했다. “바실리스크는 신의 명령으로 악마에 의해 생겨났고, 암탉이 낳아 한달을 품어 태어난다. …… 그리고 나라 전체를 몰살한다. 과거에 전쟁, 역병, 기근의 재앙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여자가 화덕 위의 성모에게 바친 기도로 신의 분노가 가라앉았다. 여자가 그 장소에서 기도하는 동안 …… 신은 바실리스크로 이 백성에게 재앙을 내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 p.80-81, 「1부 제5장 '주변의 부마자들'」 중에서
문화와 부마의 상관관계가 입증되는 증후군의 또 다른 예시로 피블락토크pibloktoq를 들 수 있다. 북극 히스테리로도 알려진 이 증후군은 이누이트족에서 나타난다. 우울감과 은둔과 같은 전조 현상이 있는 이 병적 유형은 인간과 개에게 갑작스럽게 발병한다. 사회에서 분리되려는 경향은 이후 발작 증상을 동반한 흥분 상태로 접어들다가 다시 정상 상태로 돌아오면서 끝이 난다.
일반적으로 이 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처음에 손뼉으로 장단을 맞추며 나지막하게 노래를 한다. 그러다 네 발로 걷거나 개처럼 짖는 등 통제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서 증상은 기이하게 변한다. 소리치고 옷을 찢고 울부짖고 욕설을 퍼붓고 어떤 경우는 대변을 먹기도 한다. 정처 없이 눈밭을 달리는데, 추운 날씨에도 얇은 옷을 입고 질주하다가 기력이 다하고 나서야 멈춘다. 그리고 차가운 물에 빠져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 p.110, 「2부 제1장 '다양한 문화 속의 부마'」 중에서
스투버는 악마에게 받은 허리띠를 차고 있을 때, 온갖 잔학한 짓을 선동하는 늑대-악마의 영혼에 사로잡혔다. “그는 강력하고 원기가 넘쳤으며, 끝없이 먹잇감을 갈망했다. 크고 깊은 눈은 빛살처럼 번뜩거렸고, 떡 벌린 커다란 입은 뾰족하고 예리한 이빨로 가득했다. 거대한 몸집에 다리도 엄청나게 컸다. …… 악마가 그에게 허락한 형체는 욕망을 채우기에 적절했고, 야만과 피로 이끌리는 본능과 잘 들어맞았다. 따라서 그 기이하고 상징적인 선물을 기쁘게 여기며 극도로 혐오스럽고 포악한 범죄에 뛰어들었다.”
악령이 들린 늑대 인간은 피로 얼룩진 광기의 흔적을 남겼다. 그 지역 주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사상자가 계속해서 나왔기에, 이제는 무기와 남자를 대거 동원하지 않고는 아무도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하지 않았다. …… 여러 차례 주민들은 들판에 뿌려진 희생자의 팔다리를 목격했고,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 p.219, 「3부 제1장 '애니미즘 문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