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안 지 오래 된 곳들은 단지 공간의 세계에 속하는 것만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편의상 공간의 세계에 배치할 따름이다. 그런 곳들은 그 당시의 우리의 삶을 구성하던 잇달린 인상 한가운데 있는 얇은 한 조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어떤 형상에 대한 회상이란, 어떤 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에 지나지 않는다. 가옥들도, 길도, 큰 거리도, 덧없는 것. 아아! 세월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때의 탐구적인, 근심스러운, 요구 많은 태도, 내일의 상봉에 거는 희망을 채워 줄는지 또는 물리칠는지 그 고비가 되는 말에 대한 기대, 또 그말이 나올때까지 동시에 행하여지는 것은 아니더라도 번갈아 일어나는 기쁨과 실망의 상상, 이러한 모든 것은 우리의 주의력을 사랑하는 이 앞에서 너무나 동요시키기 때문에 우리의 주의력은 그 사람의 뚜렷한 모습을 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 또, 눈에 보이는 모습만 가지고 있는, 그 배후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것마저 알려고 드는, 그런 감각기능의 동시적인 활동은, 지금 눈앞에서 약동하는 사람의 천태만상, 온갖 모습, 갖가지 행동거지에 대해서는 너무도 너그러워서,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게 될 때, 비로소 그 사람을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서 바라 볼 것이다. 이와 반대로 사랑받는 모델은 움직인다. 우리는 언제나 흐리멍덩한 사진밖에 찍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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