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를 낮은 불에 올려두고, 베라는 신문을 다시 훑어보려 자리에 앉았다. 경제면에 실린 기사 하나가 소름끼쳐서 그것을 다시 점검하고 싶었다. 동부의 어느 식품회사가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판매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는 기사였다. 땅딸막새 보이는 남자 임원이 말하기를 대중들이 신선한 제품을 고가에 사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그 회사로서는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의 영양학자들이 ‘걱정스러워하는 주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즉, 그 회사에서 나온 영양제를 먹으면 가족들에게 균형잡힌 식단을 계속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미국식 식단은 새로운 우주 시대의 경제와 기술적인 우선권을 방영하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p.14, '베라 올웬' 중에서
퓨젯1호기의 비상 냉각시스템을 마지막으로 총점검하면서 엑스레이 기술자들은 초기 균열이거나 다시 용접한 흔적일지 모를 희미한 금을 확인햇다. 검사 감독관은 그 금이 용접의 흔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부하직원들이 이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자네들은 지금 뭘 말하고 있는지도 몰라. 이런 금은 수천 번도 넘게 봤어. 그것이 폭발로 이어진 적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어.” 그날 밤 수석 검사관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느 엑스레이 용지가 생각나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 p.22, '퓨젯 1호' 중에서
“…경제학자들은 우리 경제에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에 관해 자기들끼리 서로 옳다고 격렬하게 싸워대지만, 대부분은 꾸준히 움직이면서도 대략 똑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모든 사람을 위해 충분한 물품을 공급하는 사회가 번영하는 것을 보고 섬뜩함을 느낍니다. 그런 아이디어는 어쩌면 합리적인 것으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과거에 팽창주의자들에게 훈련받은 경제학자들에게는 ‘2류’가 된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킵니다. 2류라든가 평범하다는 개념은 전적으로 무파치한 것으로 여겨지니까요.…” --- p.141, 'GNP 아이러니' 중에서
갑자기 야영지를 둘러싼 숲이 모두 불길해 보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가 그녀의 노트를, 아무 죄 없는 노트를 원한단 말인가? 그게 연구 기록이 담긴 노트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그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있었다. 그녀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코펠과 옷을 배낭 속에 챙겨 놓고 침낭을 대충 말아서 묶을 때까지 공포를 억눌렀다. 그런 다음 가능한 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쓰면서 숲속으로 숨어들었다. --- p.331, ‘은둔’ 여행 중에서
제이미가 땀으로 뒤덮인 창백한 얼굴을 하고 천막집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러고는 자신의 옷을 챙겨 입었다. “어서 여기를 빠져나가야 해, 빨리! 저 나쁜 새끼들이 또 우리 땅에 농약을 뿌려대잖아!” 아무렇게나 옷을 걸쳐 입고는 네 명 모두 스프레이 구름을 피해 길을 달려내려갔다. 그들이 달려가고 있을 때 북동쪽에서 희미한 폭발음이 들렷다. “세상에, 제이미, 당신이 그를 맞춘 게 틀림없어.” 맥이 말했다. 그러자 제이미는 그 자리에 딱 멈춰서며 말했다. “저 총을 없애야 해요.” 그는 자욱한 제초제 안개를 뚫고 천막집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그는 총을 가져 왔고 그들은 낡은 트럭까지 달려갔다.
--- p.373, '추락한 헬리콥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