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사랑도 그래야 할 것이다. 미국 사람, 한국 사람, 중국 사람, 혹은 키 큰 사람, 키 작은 사람, 마른 사람, 푸짐한 사람, 성질 급한 사람, 느려 터진 사람, 그런 것과 관계없이 사람이면 다 사랑하는 그런 사랑!
--- p.33
우리가 어렸을 때 담임 선생님들이 화장실 청소를 시키실 때면 늘 화장실에 가 보면 그 집의 수준을 알 수 있고, 한 국가의 문화 수준 역시 화장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얘기하셨다. 중국의 공항 화장실이 현재의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한 경쟁상대인 나라들은 아직은 중국을 따돌릴 기회를 찾아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느 날 중국의 공항이 인천공항처럼 혹은 그 이상의 수준으로 청결해지는 날 다시는 경쟁국들에게 기회는 없을 것이다. 중국 친구들이 이걸 안다면 화장실 청소부터 할 텐데…….
--- p.41
재밌는 것은, 앞에서 중국의 몇몇 지방 사람들이 매운 음식 잘 먹는 것으로 자랑질을 하듯 우리나라 사람들 또한 매운 음식을 잘 먹는 것을 대단한 자랑거리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더 웃기는 것은, 사실 그 근거가 대단히 빈약하다는 것이다.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 무슨 얘기인가? 평생 다른 나라 음식은 먹어 보지도 않은 사람들조차 자기가 평생 먹어 온 한국 음식에 대한 자신의 100% 주관에 근거해 ‘한국 음식은 매운 것이 되게 많고, 우리는 매운 것을 아주 잘 먹는 민족’이라는 자랑스러운(?)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 p.54
‘계층 간 벽을 없애자!’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만들자!’
직장생활을 하면서 귀가 따갑게 들은 말들이다. 그런데 그게 되던가? 이제는 실내 흡연이 금지되어 실험할 방법이 없게 되었지만, 회의장에서나 식당에서 담배 던지기가 생활화되면 계층 간 벽 없애는 일은 저절로 되리라고 믿는다! 혹자는 궤변이라고 얘기하겠지만,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들이 우리보다 혁신과 창업의 성공률이 높은 이유 중에 ‘담배 던지기’ 뒤에 있는 평등하고 열린 문화가 일조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면 정말 궤변에 불과한 것일까?
--- p.97
25년이 지난 지금 이제 나는 다시 고백한다. 중국 공산당은 위대하다. 이 말은 진심이다. 그리고 ‘당의 은혜’라는 표현은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성스러운 것이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심오한 것이다. 적어도 오늘의 중국에 사는 다수의 중국인들에게 그것은 선전 구호가 아닌 삶의 감회이다. 그렇게 되도록 만든 중국 공산당은 위대하다.
--- p.102
나름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무엇이 이런 차이, 한국의 장관이 중국 측에 비해 약해 보이는 차이를 만들었을까? 이 장관은 자기 부처의 업무를 잘 모르는가? 도대체 왜? 이 부처 출신이 아니라서? 이 부처 출신이지만 장관이 된 후 실무에서 손을 놓아서? 장관이 된 이후로 게을러져서? 모르지도 게으르지도 않지만 장관이라 거드름을 피우느라 세세한 일에는 나서지 않으려는 권위주의적 발상에서? 만일 그런 것들이 이유라면, 중국 공무원에게서는 왜 그런 문제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일까?
--- p.132
안과 수술을 받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다른 외과 수술이나 치과 수술과 달리 국소마취를 한다고 하여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눈이라는 부위가 그만큼 예민한 부위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때까지 오른쪽 눈에만 네 번의 수술을 받았던 나는 안과 수술할 때 안구를 뽑아내는 것 같은 불쾌한 통증에 상당히 익숙해 있는 상태였다. 당연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수술에 임했다. 그런데 웬걸, 수술 내내 그만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편안한(?) 수술은 처음이었다.
--- p.173
이렇게 나의 삶에서 중요한 한 시점에 잊을 수 없는 도움을 준 닥터 민과 허 선생 두 은인은 본인들의 타고난 재능과 노력 위에 10억이 넘는 인구, 즉 무제한에 가까운 임상경험의 기회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져 탄생한 성공 케이스라 하겠다.
--- p.182
중국인은 반드시 화비삼가(貨比三家), 세 군데 이상 가격 비교를 한다. 우리도 그렇게 하라. 투자지역 물색 시에 북경시를 만나고 나오는 자리에서 상대 기분 상할까 봐 걱정하지 말고 상해에도 한번 가 보겠다고 하라. 조건이 달라진다.
--- p.203-204
이런 중국 사람들의 지역적 특성을 놓고 우스갯소리들이 많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연발하면 북경 사람들은 “지점장 나와!” 한다. 권력지향적이다. 상해 사람은 “비행기 표 물어내!” 하는 이익 추구형. 서안 사람은 “지점장 나와서 비행깃값 물어내라고 해!” 권력과 이익 동시 추구형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서안은 역사적으로 수도였기 때문에 권력 지향적이자 아까 얘기한 마지막 1전까지 챙기는 이익 추구형이라 이런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다.
--- p.211
장쩌민 주석은 왜 중국의 쉰 번째 생일날, 태어난 지 50년 만에 난생처음 해 보는 포럼 같은 행사를 할 생각을 했을까? 그때까지 중국의 회의라는 건 연설자가 앞에서 연설하면 나머지는 앉아서 받아 적는 그런 회의뿐이었는데 말이다. 이제 그날 회의장이던 상해 국제회의중심 7층 만찬장에서 있었던 장쩌민 주석의 연설 내용 중 한마디만 잠시 들여다보자. 연설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이런 얘기를 한다.
“나는 중국의 기업들이 외국 기업의 선진 경험을 배우기를 바랍니다.”
그렇다. 장 주석이 포춘 포럼을 유치한 목적은 단 하나! 중국 기업들에게 선진 기업들로부터 배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 p.221
예를 들어 중국 어느 시의 시장이 한국 회사의 중국본부장인 사장급 인사와 면담을 하면서 “사장님께서는 중국본부장을 맡으신 지 몇 년이나 됐습니까?”라는 질문을 중국어로 했다고 치자. 이 경우 조선족이라면 열의 아홉은 “사장님은 중국본부장질을 몇 년이나 했습니까?”라고 통역한다. 점잖은 자리에서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자상한(?) 사장님 중에는 회의가 끝나고 그 통역과 얼굴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사장질’이라는 단어가 갖는 부정적 어감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경우도 더러 있다.
--- p.252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TIME)」 커버 페이지에 덩샤오핑(鄧小平)의 사진이 실린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알파벳으로 DENG XIAO PING이라는 그의 영문(?) 이름이 적혀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알파벳으로 표기되긴 했지만 영어가 아닌 중국어의 발음기호인데도, 알파벳 하면 영어 발음부터 떠올리는 미국인들은 그걸 보고 ‘뎅쟈오핑’이라고 읽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무렵 CNN을 비롯한 서방의 뉴스 앵커들은 너나없이 덩샤오핑의 이름을 ‘덩샤오핑’이나 ‘떵샤오핑’이 아닌 ‘뎅쟈오핑’으로 읽었다.
--- p.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