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서 2019년까지 부의 성장은 주로 북미와 중국에 집중되었다. 전체 부에서 이 두 대륙이 차지하는 비중은 48%에서 62%로 크게 상승한 반면 유럽 대륙의 비중은 33%에서 21%로 하락했다. 부의 성장 독점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구성비에 있어서 지구촌 부의 15%, 금액으로는 7조 3,800억 달러가 유럽과 아시아로부터 북미와 중국으로 이동했다. 이는 달러당 1,200원을 가정하여 한화로 환산했을 때 약 8,856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렇듯 2006년에서 2019년 사이에 대륙 간 부의 이동 패턴은 아주 분명하고 뚜렷하다.
--- p.71~72
미국과 중국의 메이저리그 시가총액은 2006년에서 2019년 사이 급성장하였다. 그런데 동기간 동안 중국의 메이저리그 기업 수는 12개에서 111개로 크게 증가한 반면 미국의 메이저리그 기업 수는 388개에서 373개로 오히려 감소했다. 그 결과 중국 메이저리그 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은 419억 달러에서 503억 달러로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미국 메이저리그 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은 301억 달러에서 654억 달러로 두 배 이상 크게 증가하였다. 중국이 숫자를 늘리는 데 치
중했다면, 미국은 규모를 키우는 데 치중한 것이다.
--- p.78~79
2006년부터 2019년까지 가장 역동적인 기업 교체가 일어난 섹터는 미디어 섹터이다. 동기간 동안 82%의 기업이 퇴출됐고 59%의 기업이 진입했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물갈이되었다는 뜻이다. 다만 높은 퇴출률 대비 진입률이 다소 낮아서, 절대적 기업 수는 38개에서 17개로 대폭 감소하였다. 건설 섹터는 65%의 기업이 퇴출됐고 69%의 기업이 진입하여 전체 기업 수는 26개에서 29개로 소폭 증가했지만, 과반수의 기업이 바뀌었다. 비즈니스 서비스/용품 섹터 역시 매우 역동적으로 기업 교체가 일어난 섹터이다. 56%의 기업이 퇴출됐고 74%의 기업이 진입했다. 그 결과 총 기업 수는 18개에서 31개로 대폭 증가했다.
--- p.101~102
수퍼 메이저리거란 2006년 시총 순위 100대 기업에 들면서 동시에 2019년 시총 순위 100위 이내를 유지하고 있는 메이저리거를 말한다. (…) 52개나 되는 기업이 메이저리그 선두 순위를 유지한 것도 대단한데, 그중 26개 기업은 지난 13년간 갖가지 외부충격에도 불구하고 순위를 오히려 상승시켰다. 98위에서 1위로의 극적 상승은 애플이 만들어냈고, 이어 보잉 61계단, 오라클 45계단, 구글 알파벳 32계단, SAP 31계단, 유니레버 28계단, 버라이즌 26계단, 홈디포 26계단,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25계단, 삼성전자 24계단,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23계단 상승이라는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 p.125~126
와코비아, HBOS, 메릴린치, 도이치방크는 2007년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와 2015년의 그리스 국가부도사태가 없었다면, 현재도 메이저리거로서의 명맥을 유지했을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죽고 사는 것은 제조업계의 경영혁신이나 원가절감 같은 경쟁력 변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보유자산과 투자자산에 내재된 위험을 제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작은 외부충격에도 회사 전체가 한순간 쓰러지고 만다. 이 네 기업은 ‘한때 잘나간 마이너리거’라기보다는 영원히 ‘퇴출된 수퍼 메이저리거’에 가깝다.
--- p.133~134
메이저리그에서의 부의 이동은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자본 시장의 기대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승패는 본질적 가치보다는 본질적 가치에 대한 자본시장의 대중적 기대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인식은 부의 이동이 ‘실체’가 아니라 ‘실체에 대한 기대’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일종의 ‘기대 인식’임을 아는 것이며 향후 전개할 논의의 가장 중요한 전제이다. (…) 필자가 2005년 발표한 ‘컨포먼스 경쟁 이론(Conformance Competition Theory)’은 기업의 전략적 성과를 규명하기 위해 개발한 하나의 기대이론이다. 이 이론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경쟁우위가 기업이 보유한 세 가지 핵심역량, 즉 제품 컨포먼스(Product Conformance), 공정 컨포먼스(Process Conformance), 비즈니스 컨포먼스(Business Conformance)의 조합에 의해 좌우된다는 주장이다. 컨포먼스 경쟁 이론을 하나의 기대이론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이 세 가지 컨포먼스가 비록 영역은 다르지만 모두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역량’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 p.143~144
GE의 사례는 기업가치와 관련해서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그것은 자본시장이 기업에 대해서 갖는 기대가 좋은 시절에는 상당한 비재무적 프리미엄을 만들어내는데, 이런 상황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첫째, 기업의 존재 이유인 창출가치, 즉 매출이 감소하면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 어떤 상황에서도 손실을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은 일시적 손실은 참으나 지속되는 손실은 참지 못한다.
--- p.171
2020년 현재 세계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요인으로, 첫째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진전, 둘째 탈세계화 추세와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사슬의 재편을 들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1차적으로 인적, 물적 손실과 함께 인간의 이동과 행동을 제약함으로써 경제활동의 근간인 소비와 생산 활동을 마비시키고 있다. 탈세계화와 글로벌 공급사슬 재편은 중국으로 편중된 세계 생산 및 공급 구조를 유지하려는 동기와 전면 재편하려는 동기가 서로 강력하게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p.250~251
200개가 넘는 국가가 모인 지구촌에서 한두 개 국가가 성장을 독점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 국가경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독과점 폐해를 극복하고자 수많은 규제 장치와 보완정책을 개발하였듯이, 이제는 그 노력을 국가 간 문제해결을 위해 투입해야 할 때다. 세계화와 성장 독점이 가장 강력한 경제성장 엔진임을 감안하면, 탈세계화와 성장 독점의 해소에는 글로벌 생산성 면에서의 손실이 따른다. 그렇더라도 지구촌 세계경제에서 글로벌 스케일의 성장 독점 해소 내지 완화는 불가피하다.
--- p.278
나는 재세계화(reglobalization) 전략이 글로벌 가치사슬, 즉 GVC(Global Value Chain)의 다각화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다양한 파트너 멤버십(partner membership)에 의한 GVC를 영역별로 구축하고, 영역별 GVC에 다수의 국가가 나누어 참여함으로써 성장을 분점하는 것이다. 일명 ‘GVC의 다각화를 통한 성장의 분점’이다.
---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