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니 단 한 번도 그분에게 “사랑합니다” 하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이 마음 다 알아주겠지, 쑥스럽게 무슨 그런 말을 해.’
이런 식으로 미루기만 했습니다. 아니, 그런 말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왜 이제 와 새삼 “사랑합니다”라고 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생각나는 걸까요. 빈말일지라도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가 어쩌면 그분에게는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뜨겁고 가슴 벅찬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왜 몰랐던 걸까요.
---「저자의 글을 대신하는 이야기_사랑을 미룬 죄: 12p」 중에서
밤새 뒤척이다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습니다. 해가 중천에 걸려서야 일어났습니다. 나는 다시 할머니가 계시던 계단으로 향했습니다. 손에 우유 한 통을 들고서 말입니다.
‘오늘은 할머니가 계실까?’
그 계단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꼭 계셔주세요, 제발.’
그 간절함이 통했던 걸까요. 그 자리에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바닥에 껌들을 펼쳐 놓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 할머니다. 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할머니께 다가가 고개 숙여 말했습니다.
“할머니, 무슨 일 있으셨어요?”
“예……, 껌요?”
“아, 예. 껌요. 열 개 주세요.”
“열 개나요?”
“예. 제가 껌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할머니는 나를 올려다보며 눈으로 감사 인사를 하셨습니다. 나는 손에 든 우유를 건네며 말했습니다.
“마른 빵만 잡수시지 말고 마실 거랑 같이 드세요.”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할머니, 결석하지 마세요.”
할머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저 눈만 깜박일 뿐이었습니다.
---「할머니, 결석하지 마세요: 25~26p」 중에서
가족, 그것은 잇는다고 이어지는 게 아닙니다. 반대로 끊는다고 또 끊어지는 게 아닙니다. 가족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며 우리 삶의 전부입니다.
가족이 있다는 것, 가족이 함께한다는 것, 그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의 전부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존재에 감사할 줄 모릅니다. 당연한 혜택으로만 받아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 소중함을 잊게 됩니다.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성공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 모든 것들은 가족 안에 있습니다. 어떤 책을 홍보하던 문구가 생각납니다.
“가족은 천 개의 슬픔을 사라지게 한다.”
오늘 저녁, 가족에게 마음을 전해보세요. 표현해보세요. 오늘만큼은 듣고 싶은 말이 아닌 받고 싶은 것이 아닌, 전하고 싶은 말과 주고 싶은 것을 전하는 그런 날로 만들면 어떨까요.
---「가족, 그 안에서: 38~39p」 중에서
“그럼 종일 아무것도 안 해야 하나요? 뭐라도 해야 하지 않소.”
래리 월터스가 한 마지막 말에 자꾸 귀가 기울어집니다. 맞습니다. 뭐라도 해야 합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서는 꿈을 이룰 수 없습니다. 시도해야 합니다. (…) 그렇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꿈’이라는, 그간 잊고 지냈던 소중한 단어를 다시 생각나게 해줬기 때문입니다.
꿈은 밤에 꾸는 게 아니라 발로 꾸는 겁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맺도록 달려보는 건 어떨까요. 혹여 꿈을 잃어버렸다면 빨리 되찾아야 하고요. 그래서 우리, 우리 인생의 범법자가 되지 맙시다. ‘꿈꾸지 않고, 꿈을 미룬 죄’를 더는 짓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꿈이 있다는 것: 48~49p」 중에서
어릴 때는 왜 그렇게 엄마 냄새가 싫었던지. 생선 냄새, 짠 냄새, 퀴퀴한 냄새. 엄마가 한번 안아보자며 다가오면 밀어내기 바빴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올 때면 늘 시장을 거치지 않으려고 먼 길로 돌아왔습니다.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엄마가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딸은 물기 머금은 소리로 혼잣말을 내뱉었습니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엄마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딸은 엄마의 등에 코를 갖다 대고 엄마 냄새를 맡았습니다. 아무리 씻어도 씻기지 않는 40년 된 생선 냄새. 그런데 오늘따라 그 냄새가 너무나 고소하고 향긋했습니다.
‘엄마 냄새 참 좋다.’
딸의 마음이 엄마의 마음에 전해졌던 걸까요. 엄마가 뒤척거리더니 딸 p으로 돌아누웠습니다. 그리고 딸을 안아주었습니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분명 가슴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딸아, 사랑한다. 이렇게 와줘서 참 고맙다.”
---「엄마 냄새: 60~63p」 중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창수는 깨달은 바가 컸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똑같이 아플 수는 없지만 그 아픈 마음을 나누는 게 자신의 몫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의 첫걸음이었습니다.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 106~107p」 중에서
“엄마, 난 소원이 있어.”
“무슨 소원?”
“엄마보다 오래 사는 거. 그래야 엄마한테 고통의 짐을 주지 않잖아.”
소녀의 말에 엄마는 눈물을 왈칵 쏟을 뻔했습니다. 그러나 차마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습니다. 오늘 하루를 눈물로 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남은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왜 그렇게 세상을 원망하고 삶을 한탄하고 절망하는 데 그 아까운 시간을 써버렸는지, 그냥 아무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 게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뒤늦게 후회가 되었습니다.
엄마와 소녀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사랑하며, 웃으며 살기에도 인생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것을, 지금 주어진 이 시간이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운지를…….
엄마와 소녀는 오늘도 1초, 1분을 아끼고 쪼개며 행복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 갑니다. 그들에게 1초는 한 달이고 1분은 1년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우리에게 준 선물: 149~150p」 중에서
왜 우리들의 사랑은 갈등과 반목으로 얼룩져야 하는 걸까요? 사랑이 식어서? 지나치게 익숙해져서? 먹고살다 보니 무관심해져서?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다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전히 내 것만, 내 생각만, 내 방식만을 고집하고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나이 차이, 성격 차이, 환경 차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배려 없는 이기심입니다.
부부는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꼭 부부가 아니더라도 그 누구도 누군가와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독립체였기에 불가능합니다. 다만 그 다름을 극복할 순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조건없이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겁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은 화려한 조건이나 수려한 언변이 아니라 바로 받아들임과 이해입니다.
---「하나가 되는 조건: 223p」 중에서
“경희야, 이제 언니 힘낼게. 너를 봐서라도 살게. 향기가 부니까 살아볼게.”
“흐흑……. 큰언니, 고마워. 정말 고마워.”
눈물을 보여선 안 되는데 동생은 차마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 눈물은 절망의 눈물이 아니라 희망과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시련이 찾아옵니다.
시련이 휩쓸고 간 그 자리에 남은 건 절망뿐일 겁니다. 그러나 절망을 절망으로 끝내면 안 됩니다. 절망이 아흔아홉 있다고 해도 단 하나의 희망만 있어도 그 삶에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흔아홉의 절망을 이기기 위해서는 아흔아홉의 희망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단 하나, 실낱같더라도 하나의 희망만 있으면 삶에 기적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우리는 희망을 놓아선 안 됩니다.
창문을 열어봅니다. 바람이 불어옵니다. 국화꽃 향기가 전해져옵니다. 그래, 살아야 합니다. 살아야겠습니다.
---「온몸에 국화꽃 향기 담아: 263~264p」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