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5년 전까지만 해도 50대 이상을 마케팅의 대상으로 삼는 일은 많지 않았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종이 기저귀나 틀니 세정제, 일부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삼은 고급 세단 정도가 예외였을까? 당시 50대 이상의 삶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50세를 넘기면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조역’이며, ‘은퇴’라는 것은 당연히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조역’이 됨을 의미했다.
그러나 커다란 변화가 시작되었다. 50세를 넘기면 두 가지 커다란 인생의 이벤트가 찾아온다. ‘자녀의 독립’과 ‘정년퇴직’이다. 남성은 일반적으로 ‘정년퇴직’을 통해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간다. 그런데 여성의 경우는 그전에 ‘자녀의 독립’을 겪으며, 그 시점에 아직 회사를 다니는 남편보다 한 발 앞서서 실질적인 정년을 맞이한다. 그리고 ‘혼자’, ‘부부 단 둘’, ‘동료’, ‘어머니와 딸, 그리고 손자·손녀’라는 새로운 인간관계에 발을 들인다. 남성은 ‘정년퇴직’ 이후 본격적으로 새로운 관계에 발을 들인다. 어쨌든, ‘가족을 일단 졸업’하고 새로운 인간관계에 발을 들이는 것이다.
---「젊은이에게서 어른으로 이동하는 무게 중심」중에서
시니어 마케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시니어에게 ‘시니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점,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상품임에도 ‘시니어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본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시니어라고 느끼는 비율은 50대가 13.1퍼센트로, 10명 중 9명이 자신을 시니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60대에서 자신을 시니어라고 느끼는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6.2퍼센트이지만, 자신을 시니어라고 불러 줬으면 하고 바라는 비율은 12.9퍼센트에 그쳤다. 역시 10명 중 9명은 시니어라고 불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노인’이라는 말도 거의 쓰이지 않게 되었다. ‘노인’은 ‘실버’로 바뀌었고, 실버 시트라는 좌석도 생겼다. 그러나 이 실버도 점점 쓰이지 않게 되고 ‘시니어’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 ‘시니어’조차도 조사를 해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요컨대 ‘고령을 의미하는 말로는 불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셈이다.
---「시니어 마케팅은 왜 실패하는가?」중에서
육아를 마친 여성이 ‘동료’와 함께 시작하는 또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른이 된 딸과의 ‘모녀 커뮤니케이션’이다. 어떤 가정이든 대체로 딸이 고등학생 정도가 되었을 때 미묘한 관계를 맞이한다. 부모로부터 자립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세를 넘길 무렵부터 모녀는 어른 여성 대 어른 여성으로서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되어 간다. 물론 개인차는 있지만, 20대 전반에서 후반이 됨에 따라 그런 경향이 강해진다. 일단 친구 관계가 된 모녀는 함께 쇼핑을 가고 여행을 떠난다. 10년 정도 전부터 모녀 소비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관계는 앞으로 더욱 끈끈해질 것이다. (중략) 어머니가 딸에게 바라는 것은 ‘대화나 정보 교환’, ‘새로움·자극’이었으며, 어머니에게 딸은 ‘최신 트렌드 정보·패션 정보’의 공급처였다. 게다가 어머니가 40대의 버블 세대일 경우는 오히려 최신 트렌드 정보·패션 정보를 더 잘 알고 있어서 딸에게 가르쳐 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어머니는 이제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어른 여성 친구’다. 젊은 아빠, 젊은 엄마와 어린 자녀라는 기존의 가족상이 아닌 새로운 가족의 형태다. 그리고 ‘모녀 커뮤니케이션’이 ‘모녀 소비’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어른 시장’의 잠재력」중에서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건강’ 시장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처럼 생각되었다. 지금까지 고령자 비즈니스, 시니어 비즈니스라고 하면 판에 박은 듯이 ‘건강’, ‘개호’가 언급되었다. 그런데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최근 10년 사이에 출판과 식품을 비롯해 수많은 비즈니스가 건강을 앞세워 시니어에게 접근했지만 반드시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요인을 조사하면 앞으로의 길이 보일 것이다.
건강에 관해 조사한 결과, “건강을 유지해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고 싶다.”는 대답이 84.8퍼센트를 차지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지금의 건강을 향상시켜 더욱 충실하게 살고 싶다/즐겁게 살고 싶다.”는 대답도 78.9퍼센트에 이르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건강은 최종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최종 목표는 어디까지나 ‘더 충실하게 살고 싶다/즐겁게 살고 싶다.’이며, 건강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분야별로 살펴보는 시니어 트렌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