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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1
중고도서

내 이름은 빨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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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4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50쪽 | 51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7480416
ISBN10 8937480417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  판매자 :   예스316   평점5점
  •  특이사항 : 상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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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마지막 숨을 쉰 지도 오래되었고 심장은 벌써 멈춰버렸다. 그러나 나를 죽인 그 비열한 살인자 말고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자는 내가 정말로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숨소리를 들어보고 맥박까지 확인했다. 그러고는 옆구리를 힘껏 걷어차더니 우물로 끌고 와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이미 돌에 맞아 깨져 있던 내 머리는 우물 바닥에 부딪히면서 산산조각이 났고, 얼굴과 이마, 볼도 뭉개져 형태를 분간할 수 없다. 뼈들도 부서졌고 입 안엔 피가 가득하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지 나흘째다. 아내와 아이들이 날 찾고 있을 게 분명하다. 울다울다 지친 딸애는 넋을 잃은 채 대문만 쳐다보고 있을 테고, 다른 식구들도 모두 목을 빼고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나를 기다리고들 있을까? 어쩌면 벌써 나의 부재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르지. 빌어먹을! 여기 이렇게 누워 있으니 내가 두고 온 삶이 아무 일도 없는 듯 계속되고 있으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무한한 시간이 있었고, 내가 죽은 뒤에도 시간은 무한히 이어질 것이다. 살아 있을 때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나는 무궁한 암흑과 암흑 사이에서, 잠시 빛을 발하며 살았을 뿐이다.
--- p.15
여러분이 허락하신다면, 나는 이 설교자 선생의 마지막 발언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순례를 마친 회교도들, 사원의 성직자, 목회자들이 우리 개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제 생각에 이 문제는 평화를 사랑하는 너그러운 예언자 무함마드가 당신 옷자락 위에서 잠든 고양이를 깨우지 않으려고 옷자락을 자른 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언자께서 고양이에게 베푼 이 섬세한 배려를 우리 개들은 받지 못했다는 것과 삼척동자도 다 아는 고양이놈들과 우리들 사이의 오랜 불화를 근거로, 어리석은 인간들은 무함마드가 개를 싫어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악의적인 해석 때문에 우리는 신성한 사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고, 몇백 년간 사원 뜰에서 관리인한테 빗자루나 몽둥이로 얻어맞는 푸대접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여러분께 코란의 가장 아름다운 장 가운데 하나인 '카호프(동굴)'을 떠올려 보도록 권하고 싶군요. 물론 저는 이 분위기 좋은 커피숍 안에 모이신 여러분 중 코란을 읽지 않은 무식한 이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으며 다만 여러분의 기억을 환기시켜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이 장은 우상 숭배자들 사이에서 사는 것에 진력이 난 일곱 명의 젊은이들에 관한 이야기지요. 그들은동굴에 들어가 잠을 잡니다. 신께서는 이들의 귀를 하나하나 다 막아주셨고, 정확히 309년 동안 잠을 자게 해주셨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그들이 사람들 속으로 돌아갔을 때, 그중 한 명이 가지고 있던 동전이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그간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는지 깨달으며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인간이 신에게 예속되어 있다는 사실과 신의 기적, 세월의 무상함, 깊은 잠의 달콤함 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카호프' 18절을 통해서 제가 주제넘게 여러분께 상기시키고자 하는 것은, 일곱 청년이 잠을 잤던 '잠자는 일곱 사람'이란 이름의 동굴 입구에 누워 있던 개입니다. 그 누구라도 코란에 자신이 등장한다면 매우 자랑스러워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한 마리 개로서 이 장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이걸 보면서 자신의 적들을 '더러운 똥개'라고 부른 그 에르주룸 출신 설교자가 이제는 정신을 차렸으면 합니다.
--- p.29
카라가 백마를 타고 골목을 지나갈 때, 어째서 나는 그 창가에 서 있었을까? 무슨 예감으로 바로 그 순간 창의 덧문을 열고 눈 쌓인 석류나무 가지 사이로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을까?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습니다. 에스테르에게 편지를 전하도록 하이리예를 심부름 보내긴 했어요. 하지만 카라가 그 길로 지나갈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석류나무가 내다보이는 그 방에는 이불 홑청이 든 궤짝을 찾으러 갔었습니다. 그러다 별 생각없이 창의 덧문을 힘껏 열어젖혔지요. 그러자 방 안으로 햇살이 가득 흘러 들어왔습니다. 그러고는 눈부신 햇살 같은 카라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오, 어찌나 근사하던지!

어른이 된 그는 젊은 시절의 유약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주 멋진 남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내 가슴은 속삭였습니다. "셰큐레, 저 남자를 좀 봐. 그는 잘생기기만 한 게 아니야. 그의 눈을 들여다보라고. 아이 같은 마음을 간직한 사람이잖아. 얼마나 순수하고 외로워 보이니? 그와 결혼해." 그렇지만 나는 내 마음과는 정반대의 편지를 그에게 보냈습니다.

(중략)

세밀화가들은 쉬린이 그림 속 휘스레브의 모습을 보고 감탄하며 흠모하게 되는 장면을 즐겨 그렸습니다. 카라도 우리 아버지와 작업을 할 때, 여러 차례 그 그림을 모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나를 사랑하게 되자 이번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 그 장면을 다시 그렸지요. 그라나 쉬린과 휘스레브 대신에 우리를, 그러니까 카라와 셰큐레를 그렸답니다. 그림 속 여자와 남자가 우리라는 건 그림 밑에 설명이 없었더라도 나만은 알 수 있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때때로 장난을 칠 때, 카라는 나와 자신을 늘 같은 붓놀림과 색을 사용해 그렸거든요. 나는 파란색으로, 자신은 빨간색으로 칠하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그림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휘스레브와 그림 속 휘스레브 그림 밑에 우리의 이름을 적어넣었답니다. 그리고는 그 그림을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놓고는 큰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도망쳐 버렸어요. 하지만 그는 내가 그 그림을 보며 어떻게 반응하는지 몰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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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 경력

▶ 2002년 프랑스 <최우수 외국 문학상Prix du meilleur livre etranger> 수상
Prix du meilleur livre etranger: 프랑스의 대표적 출판사인 갈리마르의 편집장을 지낸 로베르 카를리에가 1950년 제정한 상으로, 프랑스의 대표적 작가, 비평가, 편집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 그 해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외국 문학 작품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을 선정해 수여한다. 소설 부분과 에세이 부분이 있으며, 역대 수상자로는 샐먼 루시디, 귄터 그라스 등이 있다.

▶ 2002년 이탈리아 <그린차네 카보우르 상Premio Grinzane Cavour> 수상
Premio Grinzane Cavour: 1982년에 제정된 상으로, 그 해에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국내외 소설들을 모두 대상으로 하며, 작가상, 번역상, 국제상, 문학상, 편집상의 5개 부문으로 나뉜다. 시상식은 토리노에서 열리며, 이탈리아의 중세 고성(古城) 그린차네 카보우르에서 이름을 따왔다. 주제 사라마구, 귄터 그라스, 도리스 레싱 등이 이 상을 수상했다.

▶ 2003년 <인터내셔널 임팩 더블린 문학상International IMPAC Dublin Literary Award> 수상
International IMPAC Dublin Literary Award: 임팩 사(社)와 더블린 시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상으로, 그 해에 출간된 최고의 문학작품에 수여한다. 전 세계 162개국에서 출간된 책을 대상으로 심사하며, 10만 파운드(2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존 업다이크, 밀란 쿤데라, 이사벨 아옌데, 움베르토 에코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20세기적 글쓰기로 16세기를 마술처럼 생생하게 복원해 내는 비범한 능력으로 오르한 파묵에게 ‘진정한 이야기의 대가’라는 칭호를 붙여준 작품
『내 이름은 빨강』은 등장인물들이 번갈아가며 화자로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하면서 사건이 전개되어가는 구성으로, 역사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현대적 서사기법을 취하고 있다. 살해당한 시체, 여자 주인공 셰큐레, 남자 주인공 카라, 술탄의 밀서 제작을 지휘하며 서양의 화풍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했던 두 번째 희생자 에니시테, ‘나비’, ‘올리브’, ‘황새’라는 예명을 가진 세 명의 세밀화가는 물론, 금화, 나무, 죽음, 빨강(색), 악마, 그림 속 개까지 말을 한다. 이러한 서사기법은 독자들로 하여금 이들 중 과연 누가 살인범인지 궁금해지게 만들 뿐더러, 각각의 인물들이 처한 정황과 생각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면서 작중 인물들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목소리들이 차곡차곡 겹쳐지면서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완성하는 이러한 서사기법은 마치 블록을 쌓아나가는 듯한 인상을 주며, 이 작품이 대단히 치밀한 건축학적 구성을 갖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동시에 각각의 이야기들은 넓은 화폭 위에 대단히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려진 오브제들을 연상시키는데, 이것은 작품 속에서 세밀화를 그리는 화가들의 이미지와 겹쳐지면서 이슬람 문화의 꽃인 세밀화를 이야기의 형태로 구현해 내고 있다.

이처럼 파묵은 역사 소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대단히 모던한 서사방식에 추리 소설의 기법을 가미하고, 거기에 이슬람의 역사와 문화, 문명의 흥망성쇄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감싸 안는 심오한 통찰력을 발휘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대단히 지적이고도 문학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획득한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한다.

전쟁과 테러의 위협으로 가득한 이 세계에서 화해와 상호이해의 미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문제작
어린 시절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오르한 파묵은 일찍부터 이슬람 화가들의 세밀화를 모사하며, 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워왔다. 그런 그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십 년에 걸친 준비 끝에 완성한『내 이름은 빨강』은 한마디로, 다큐멘터리를 능가하는 이슬람 회화사의 생생한 기록이다.
16세기 말, 서쪽으로는 이탈리아, 남쪽으로 이집트, 동쪽으로는 인도와 중국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무대로 하는 이 소설에는 쉴레이만 대제 시대의 궁정화원장으로 『축제의 서』를 제작한 오스만과 벨리잔(‘올리브’라는 예명의 세밀화가)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또한 이슬람 세밀화의 대가인 비흐자드(?~1564)와 페르시아 세밀화의 중요한 화파 가운데 하나인 헤라트파의 생성과 소멸 과정이 현재 시점으로 재현된다.

또한 페르시아 문학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견되는 러브스토리인『휘스레브와 쉬린』은 물론, 『레일라와 메즈눈』,『유수프와 줄라이하』 등 페르시아의 다양한 전설과 민담이 상세히 소개되고 있으며, 루미, 자미, 사디, 로크만, 푸줄리, 페르도우시 등 페르시아의 대표적인 시인과 역사가의 작품들도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이 작품을 보면 오르한 파묵의 미술과 예술에 대한 뛰어난 안목과 통찰력이 전문가의 수준을 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에서 세밀화가들 사이의 갈등은 근본적으로 시대성을 띠며, 문명과 문명의 충돌이라는 층위 외에도 역사적인 필연성에 저항하는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갈등을 보여준다. 전범이 되는 작품을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러한 고도로 단련된 기예를 통해 신에게 가까워지고자 하는 근대 이전의 예술론과 ‘작가 의식’이 싹튼 이후의 예술, 즉 개인의 ‘창의성’과 ‘창작’이라는 개념 간에 빚어지는 충돌이 결국은 살인까지 불러오고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이 소설이 왜 오늘날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지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각 문화의 개별성과 고유성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며, 그 속에는 항상 소중히 간직되고 지켜지며 보호되어야 할 요소들이 있다. 동시에 세계의 문명은 언제나 새로운 것들과 충돌하면서 섞이고 변화하는 가운데 진보한다. 사실 수천 년에 걸친 문명의 투쟁의 역사는 바로 이러한 진보의 과정이었다. 『내 이름은 빨강』은 이런 거시적 관점의 역사 속에 있는 각각의 개인들, 즉 ‘인간’을 보여준다. 그들이 왜 투쟁하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희생하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현기증이 일 정도로 아름답고, 경이로울 정도로 다채로운 세계문학의 진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테 차이퉁
『내 이름은 빨강』은 대단히 밀도 높은 아름다움을 가진 작품이며 동시에 오스만 제국의 술탄 무라트 3세 시대를 숨 막힐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시점으로 재현해 냄으로써 우리에게 동양과 서양의 긴장을 생생하게 체험하도록 이끈다.
---'인터내셔널 임팩 더블린 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파묵은 같은 세대의 터키 작가 중에서 현대 유럽의 주류 문화를 가장 잘 안내할 수 있는 작가다. …… 『내 이름은 빨강』은 현대의 가장 독특한 작가 중 하나이자 최고의 소설가인 파묵의 기억할 만한 성공작이다.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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