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을 극복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피를 흘리고 목이 졸린다.
이 시들에서는 우선 <가시>와 <무덤>과 <사약>이 험상궂게, 음험하게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를 이겨내고자 하는 길이라는 게 <시 몇 편>일 뿐이다. 올가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약하기만 하다. 위태롭기 그지없다.
그리하여 이 시들이 스스로 일상의 반란이 되어, 지나가는 객(客)에게 다가오는 밤, <감옥>에서 <별!>을 외치는 소리를 듣는다. 시인이 다시 탄생하여 질서를 회복하는 순간이다. 인간의 여자가 있고, 분노를 삭인 언어가 있다. 회한과 모순을 보듬어 안은 사랑이 있다.
--- 윤후명(소설가)
문정희의 시편들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아직 젊은 나도 얼른 나이 들고 싶다. <출렁이는 자유와 소금처럼 짭짤한 외로움>으로 식탁을 차리고, 도대체 천년이란 세월이 넓이인지, 깊이인지 물끄러미 바라보고 싶다. 대관절 그 시공간 안에 무엇이 들어 있어, 너와 나를, 그리고 이 삶인 것들을 고통의 미로 속을 헤매게 하는 것인지, 헤아려보고 싶은 것이다.
한 걸음 늦게 가는 여자가 두 걸음 앞서가는 시인으로 환생하는 이 놀라운 <장면 전환>이라니. 그토록 오랜 상처를, 우리 주위에 늘 자욱한 도처의 상처를, 그토록 가벼운 프로필로 포착해 내는 시인의 <가을>이, 시인의 <몸>이 시리도록 눈부시다. 눈이 부셔 슬프고, 슬퍼서 종내는,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들어간 빙초산만큼 자극적이다. 삶인 것들에서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그리하여 문정희의 시들은 내 속에, 우리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그러나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몸의 음악>이다.
--- 이문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