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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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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순례

: 기독교의 처음 정신을 지켜가는 예배당과 그곳을 가꾸어온 사람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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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80g | 135*200*15mm
ISBN13 9791161571096
ISBN10 116157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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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직교회를 다녀온 후 권정생의 작품을 다시 읽었다. 그의 동화와 산문은 하나같이 찢어질 듯 가슴 아픈 사연과 눈시울을 뜨겁게 달구는 감동이 있었다. 가난하고 천대받는 사람들은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그들의 위축된 모습을 보며 내가 지나온 가장 슬프고 아픈 시간들을 생각했다. 그것은 나의 모습이었고 과거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다.

권정생은 가난이 만들어놓은 온갖 불행을 겪으며 가장 낮은 곳에 임하는 예수의 모습을 발견했고 그것을 작품으로 쏟아냈다. 그의 동화는 세상의 가장 미천한 존재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보여주며 이들을 통해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을 전하고 있다. 그것은 가장 낮고 천한 자리까지 내려가본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 p.37

명동촌은 유학을 숭상하는 전형적인 반촌이었다. 그러나 유림들은 신학문과 민족교육을 위해 세계 열강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만주에서 일본의 감시를 어느 정도 따돌리며 구국 활동을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을 고민했고, 사흘 밤낮에 걸친 격론 끝에 기독교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명동촌은 보다 큰 목적을 위해 유구하게 지켜오던 유교적 전통을 하루아침에 버리고 기독교로 집단 개종을 단행했다. 명동촌의 유림들은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실학자적 인물들이었다. 이들의 사상적 전환은 당시 유례없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 p.68

척곡교회는 지명을 따서 이름을 지었고 명동서숙은 마을 이름을 따서 교명을 지었다. 척곡리는 양지마을 또는 명동(明洞)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밝을 명(明) 자는 산과 하늘이 높은 척곡리를 뜻한다. 이곳은 건문골(建文谷)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름으로 미루어 보아 이 골짜기는 일찍이 학문에 뜻을 둔 사람들이 많았던 곳이다. 명동서숙(明洞書塾)은 김약연 등이 용정 명동촌에 세운 명동서숙(明東書塾)과도 관련이 깊다. 척곡리의 명동서숙과 북간도의 명동서숙은 비슷한 시기에 설립한 민족교육과 민족운동의 산실이다. 명동(明洞)과 명동(明東)은 둘 다 조선을 밝히는 빛이 되고자 하는 소망을 담은 이름이다.
--- p.114

마산교회는 신사참배를 단호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마산교회 이인제 전도사는 신사참배로 사직한 한상동 목사를 청빙하고 자신은 마산교회를 떠나 남북을 오가며 은밀하게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펼쳤다. 마산교회는 한상동 목사와 박수민 장로가 중심이 되어 신사참배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일본 순사들의 예배 방해가 집요했다. 그러나 교회는 끝까지 신사참배와 동방요배를 거부했다. 두 사람은 밀양경찰서에 불려가 온갖 구타와 모욕을 당한 끝에 한상동 목사는 평양형무소로 끌려가고 박수민 장로는 구타로 청력을 잃은 채 석방되었다.
--- p.145~146

순교할 일은 없지만 어떤 시대보다 예수를 믿고 그 믿음대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시대이다.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신장되어 누군가에게 함부로 간섭할 수 없고, 즉물적인 감각과 쾌락을 추구하는 시대인 만큼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들이 도처에 있다. 늘 스스로를 돌아보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

최근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대학교에 재직 중인 독일 출신의 이말테 교수가 한국 교회의 위기와 희망을 역설한 바 있다. 그는 한국 교회의 위기에 대해 율법주의와 교권주의, 돈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현세주의, 도덕적 타락 등을 지적했다. 지금 한국의 개신교회가 루터 시대의 가톨릭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개혁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라는 뜻이다.
--- p.151

국가와 이웃, 친척과 가족에게조차 버림받은 백정과 한센병 환자, 결핵 환자, 부랑자를 돌본 이도 선교사들이었다. 선교사들은 조선에서 가장 천대받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치료해주었다. 하나님의 세계에서 인간은 신분과 지위,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그 자체로서 정당성을 가지는 고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먼 나라의 낯설고 불편한 환경에서 미천한 사람들을 돌보는 일은 신앙의 힘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선교사들의 믿음과 희생, 헌신과 봉사는 하늘과 사람 사이의 담을 허무는 이사무애(理事無碍)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담을 허무는 사사무애(私事無碍)의 마음이며, 우리 전통사상이자 교육의 기본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과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정신에 가닿는 것이었다.
--- p.167

손양원 목사의 신앙 덕목은 충직과 일관성이었다. 그를 생각하다 보니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중의 유명한 대사가 떠오른다. 도박꾼들의 폭력에 아들을 잃고 순식간에 늙어버린 매클린 목사는 마지막 예배에서 이런 설교를 한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완전히 사랑할 수는 있다.” 참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참 인간이 된다는 뜻이다. 손양원 목사는 삶이 도전받을 때마다 사랑과 믿음으로 응전했다. 손양원 목사의 삶은 욥의 역경을 연상시킨다. 그들이 당한 일은 그들의 악덕으로 야기된 일이 아니었으며, 삶과 죽음, 명성과 불명예, 고통과 쾌락, 부와 가난은 선한 자에게도 악한 자에게도 똑같이 주어지는 것이다. 선과 악, 생과 사는 양극에 있으면서도 한쪽이 다른 한쪽을 불러들일 때 더욱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되는 모순적이면서도 포괄적인 구도이다.
--- p.185~186

믿음은 들음의 영역이다. 오래된 사원은 숲의 형식을 하고 있으며 들음을 강조한다. 높은 궁륭은 성가가 퍼져 나갈 수 있는 공명의 공간을 고려했다. 대사원이 모방하고자 한 숲의 소리는 새소리,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나뭇잎 소리, 시냇물 소리, 번개와 천둥, 폭풍우 치는 소리였다. 이것은 생명의 소리이며 인간을 치유하고 정화하는 자연의 소리이다. 자연 속에는 신성이 깃들어 있다. 자연의 소리는 신의 음성에 가장 가까운 소리이다. 숲이 한 권의 방대한 책이라면 대성당 또한 수많은 도상과 상징으로 가득 찬 한 권의 두꺼운 책이며 노래로 가득 찬 악보이자 악기이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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