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파는 말할 수 없이 아름답지만 놀라울 정도로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그 위에 눕자 박혀 있던 단추 하나가 내 등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이렇게 예쁜데! 플레치를 설득해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이 7,000달러짜리 소파를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어야 겠다.
“보통 땐 그냥 감상만 하고 손님이 왔을 때만 사용하는 거야. 뭐 가끔 내가 이 위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포도 같은 걸 먹거나 할 수도 있고. 이렇게 아름다운 소파에 매일 앉고 싶은 생각이 정말로 들지 않는단 거야?”
“그 돈이면 중고차 한 대도 산다고”
“좋아! 그럼… 그럼… 내 돈으로 사지 뭐”
“어떻게? 당신 비자카드는 이미 한도액까지 써버렸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는 사용 정지 중이고, 현금은 점심시간에 쇼핑하면서 다 써버리면서.”
“절약하면 되지. 이제부턴 출근할 때 택시 안 탈거야.”
“하! 대중교통 수단은 ‘대중이나 실어 나르는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당신 아니던가? 여왕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일은 계획처럼 잘되지 않았다. 니먼 마커스 백화점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잔돈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작은 것이나 하나 사려고 안으로 들어갔다. 양말 같은 것 말이다.
아니면 자그마한 핸드백이나. 아니면 5캐럿짜리 하얀색 토파즈반지나.
버스 출근은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돈 더 벌어들이기 대작전’을 실행해야겠다.
--- 1권 pp.101~103
때로는 내가 플레치에게 너무 심하게 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된다. 하지만 플레치는 예전부터 늘 ‘플레치의 생활법칙’을 기꺼이 따르겠다고 맹세했다.
<플레치의 생활법칙>
생활법칙 하나, 젠이 배고플 때, 더울 때, 피곤할 때를 항상 살펴서 행동한다.
생활법칙 둘, 젠과 함께 걸을 땐 반드시, 언제나, 꼭 그녀의 가방을 들어준다.
생활법칙 셋, 젠이 약속이 있을 땐, 인도로 운전해서라도 제 시간에 데려다 준다.
생활법칙 넷, 젠이 만든 음식을 먹을 땐 설사 바퀴벌레가 튀어나와도 놀라지 말고 꼭꼭
씹어먹자.
생활법칙 다섯, 젠의 옷이 이상해도, 화장이 들떠도 항상 ‘예쁘다’고 칭찬한다.
생활법칙 여섯, 젠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프라이스 이즈 라이트>는 꼭 녹화해 둔다.
생활법칙 일곱, 젠이 좋아하는 ‘화이트 러시안’을 더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꾸준히 연습한다.
생활법칙 여덟, 젠이 아끼는 발레리나 핑크색 스웨터는 꼭 드라이클리닝을 맡긴다.
생활법칙 아홉, 가구 재배치를 즐기는 젠을 위해 평소 ‘푸시 업’으로 팔심을 키운다.
생활법칙 열, 남자 양말을 구분 못하는 젠이 골라준 양말을 두말없이 신는다. 덧붙여 ‘훌륭한 선택’이라고 말해 준다.
---1권 pp.235~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