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는 해방공간에서 불교계의 오랜 숙원인 ‘불교자주화’를 이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였지만, 미군정의 이른바 기독교 중심적 공인교 제도와 그에 따른 차별대우, 그리고 불교 내부의 분열로 인해 불교개혁은 실패하고 오히려 갈등과 반복의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게 되었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미군정의 고도의 전략에 의해 부지불식간에 희생당한 측면도 있다. 즉 겉으로는 종교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후원해주는 척하지만, 사실은 내부적으로 분열시킴으로써 역량을 약화시키는 전술로서 일제의 1920년대 문화통치 전술과도 유사하다. -42쪽

이승만 정권의 불교정책은 불교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분열책이었다. 해방 이후 불교계 내부에서는 봉암사 결사와 고불총림의 설립과 같은 자정 작업은 시간이 더디지만 후유증이 적은 방안들이었다. 이러한 결사는 불교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외세로부터 해방된 공간에서 자주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주적인 움직임은 성급하게 개혁을 성취하려는 비구승측과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이승만 정권의 결탁으로 빛을 읽고 말았다. - 77쪽

해방 직후부터 제기된 일제 잔재의 일소를 위한 불교도대회가 열렸을 때 비구니들도 적극 참여하였고 1947년 선풍진작운동의 최고봉을 이루고 있는 봉암사 결사의 영향으로 1951년 이인홍(1908~1997)을 중심으로 하는 비구니결사운동이 열렸다. 그러한 가운데 1950년대 이승만의 정화유시를 계기로 정화운동이 교단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여기에서도 비구니들의 절대적 적극적 참여가 있었다. 승려대회 30여명의 비구니 참여를 위시하여 경무대 시위 시 선봉적 역할이나 비구보다 2배 이상 많은 비구니 참여, 정화대책 안에서 비구보다 더 많은 서명참여, 조계사 단식 정진시 적극적인 참여 등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다. - 307쪽

대한불교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가 2006년 12월 『불교근대화의 전개와 성격』을 펴낸데 이어 조계종단을 재정비한 역사적인 사건이자 기념비적인 운동이었던 불교정화운동에 대해 고찰한 『불교정화운동의 재조명』을 내놓았다. <br/><br/>이는 이른바『태고종사』 사건 이후 정화운동에 대해 조계종단 차원에서 연구비를 투입한 최초의 성과물로, 정교분리보다는 사실상 공인교(公認敎)제도를 취했던 이승만과 미군정에 의해 정화가 촉발된 배경을 비롯해 일부 새로운 사실을 발굴하는 등 불교정화운동을 둘러싼 제반 정황에 대해 객관적이고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다.<br/><br/> 이번 결과물의 부문별 원고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br/><br/>▶ (이재헌 /「미군정의 종교정책과 불교계의 분열」)<br/>적산처리과정에서 미군정과 이승만정권의 일방적인 기독교 편들기 정책, 추수감사일과 크리스마스 공휴일 제정, 국영방송을 통한 기독교 선교방송, 기독교의 형무소 교화사업 전담 등 사실상의 공인교제도 도입으로 불과 2~3%에 불과하던 기독교 인구가 10여년 만인 1960년 7.5%이상으로 급성장하는 등의 내용을 살폈다.<br/><br/>▶(김순석 /「이승만 정권의 불교정책」)<br/>이승만의 정권의 불교정책은 궁극적으로 불교계의 분열 공작으로 이어져 정교분리원칙을 무시하고 이승만의 ‘유시’로 이어졌음을 밝혔다.<br/> <br/>▶(고영섭 /「불교정화의 이념과 방법」)<br/>불교정화의 일선에 선 청담스님과 일선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성철스님의 현실인식과 고뇌 그리고 정화의 방법인 자주와 타자 활용에 대한 문제점과 어려움에 대해 고찰했다.<br/> <br/>▶(김상영 /「‘정화운동’시대의 종조 갈등 문제와 그 역사적 의의」)<br/>정화운동 기간에 종조문제가 첨예한 대결구도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다.<br/><br/>▶(윤승용 /「불교정화공간과 사회복지」) <br/>불교정화운동으로 인해 불교계 사회복지 활동이 전무하였으며 불교가 내분을 겪을 때 개신교는 외부에서 들어온 구호물자의 독점 등을 통해 ‘복지’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점을 밝혔다.<br/> <br/>▶(김광식 /「불교정화운동과 화동위원회」)<br/>정화운동 기간에도 비구, 대처 양측이 화동과 화해를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고찰했다.<br/><br/>▶(황인규 /「근현대 비구니와 불교정화운동」) <br/>불교정화운동에서 비구니의 역할과 성격에 대해 고찰했다.<br/> <br/>▶(김순미 /「농지개혁과 사찰농지의 변동」) <br/>1950년대 불교계 재산 변동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과제인 농지개혁의 문제를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정리·분석했다.<br/><br/>▶(이경순 「근현대 불교 구술사 성과의 현황과 과제」) 불교정화운동연구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구술사에 대한 의의와 문제점 등에 대해 고찰했다. <br/><br/>이번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이른바『태고종사』 사건 이후 자칫 정화운동의 취지가 왜곡돼 일부 스님에 대한 비판과 매도로 이어져 역사를 변질시킨 점에 대해 단호히 대처함은 물론 정화운동과 관련해 그간 있어왔던 자의적이고 때론 지나친 호교론적 태도 역시 극복해야 함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