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백지도 그것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백지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아 비어있는 것이지만 하나님은 아무것도 없는 ‘공’이 아니라 ‘충만함’으로 가득 차 있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선하심과 완전하심과 의로우심으로 가득 차 있다. 달리 말하면 그분에게는 악이나 혼돈이나 공허가 없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공허, 흑암, 혼돈이라는 단어는 그분에게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오직 피조물에 대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 p. 20

하나님과 피조물의 그 구분은 바로 완전하지 못한 것(피조물)과 창조주의 완전함(충만함)이라는 차이로(insufficiency) 나타난다. 충만하지 못한 것은 늘 충만함을 향해 가고자 하는 속성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 차이는 두 가지 역할을 하게 됨을 본다. 하나님과 피조물과의 이 차이는 피조물이 타락하지 않고 자신을 지켜나가도록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으로 인해 타락의 길을 스스로 접어들 수도 있는 이중적인 특성이 그 차이라는 개념 속에 들어있다.

하홍표 박사가 기도하면서 준비한 본서는 창조와 타락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와 편견에 대해, 궁금했지만 질문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분명한 설명을 해준다. 무엇보다도 일방적인 전달의 형태가 아닌 질문과 대답 그리고 자상한 설명을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바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성원 (샌디에고 온누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