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글을 판단하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 첫 문장
비문은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므로 문장이 아니라는 말과도 통한다. 문장이라고 하기 어려운 이런 글은 문법을 잘 몰랐거나, 마음이 급했거나, 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생긴다. 교열도 미흡했을 것이다. 해결책은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문법을 공부하고, 느긋하게 글을 쓰며, 퇴고와 교열을 잘하면 되는 것. 이 모든 걸 하는 게 어렵다면, 퇴고라도 열심히 할 일이다.
--- p.54, 「1장 당신의 문장은 더 좋아질 수 있다」 중에서
우리가 쓰는 말이라는 게,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근본이 있고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용언의 으뜸꼴(기본형)을 규범과 법칙에 따라 활용하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규범과 법칙을 알면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확 줄어드는 것이다.
--- p.96, 「2장 문법, 좋은 문장을 위한 무기」 중에서
우리말엔 이처럼 비슷해서 헷갈리는 말이 꽤 있지만, 다른 언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결국 자기가 쓰는 말에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고급 화자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steak/bravo’ 대신 ‘stake/barvo’로 잘못 쓰면 대개 부끄러워하는 한국어 사용자들이, ‘결제’ 대신 ‘결재’라고 잘못 써도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카드 대금 결재일을 매월 5일에서 15일로 바꿨다’에서 ‘결재일’을 ‘결제일’로 써야 제대로 된 한국어 사용자가 될 수 있을 터.
--- p.194, 「3장 문장의 의미를 헷갈리게 하는 말들」 중에서
단언하건대 외국말 써 버릇하는 큰 이유는 외국말 실력을 자랑하려는 의도가 있거나 우리말 어휘력이 달려서일 것이다. 게다가 ‘듣는 사람이야 알아듣든 말든’이라는 생각도 살짝 깔려 있을 터. 그러니, 쓰지 않아도 될 자리에 외국말을, 그것도 언론이 즐겨 쓸 땐 대놓고 비웃어도 된다. 그게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이기도 하거니와, 세계에서도 드물게 제 나라 말과 문자를 함께 가진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지켜 내는 길이기도 하다.
--- p.274-275, 「4장 내 문장이 틀렸다고요?」 중에서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다. 굳이 잘 쓰고 있는 ‘바나나, 라디오, 패스트푸드’를 ‘버내너, 뤠이디오우, 홰스틉후우드’로 바꿀 필요도 없고, ‘비닐 봉투, 아파트, 전자레인지’를 ‘플라스틱 백, 아파트먼트,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으로 바꿀 필요도 없다. 너는 원래 귤인데 왜 탱자가 됐느냐고 따지는 일은, 의미 없고 부질없는 일일 뿐.
--- p.300, 「5장 문장의 품격을 높이는 건 한 끗 차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