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혜숙 (ruru100@yes24.com)
인간이 동물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옛날 사람들은 어떤 동물들을 좋아했을까, 상상의 동물원에는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을까.
김진경 선생님의 한자 동화 시리즈 제 5권 『상상의 동물원』은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는 교육용 동화이다.
한자 동화라는 타이틀답게 이 책은 상상(想像)의 어원에서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까지 꼼꼼하게 설명해 준다. 불 속에 사는 쥐 이야기, 사람으로 변신하는 개, 누에가 된 소녀 등 재미있는 전설을 통해 흥미로움을 유발하는 한편으로 한자를 매개로 삼고 있는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난이도를 지닌다.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은 되어야 누에 잠(蠶)의 옛글자가 어떤 모양인지, 코끼리 상(象)이 어떻게 형상 상(像)으로 변화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이 책은 단순한 한자교육의 보조 교재에 머무르지 않고, 좀더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교양 동화로 나아간다.
옛부터 상상의 동물로 대표되는 용은 사람들에게 큰 복을 가져다 주는 신성한 동물로 묘사되어 왔고, 따라서 동양인에게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님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물론 서양에서는 용이 주로 공주를 납치하거나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으로 보인다는 동서양의 관점 차이도 언급한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용두사미(龍頭蛇尾)란 사자성어를 직역하면 `용 머리에 뱀 꼬리'라는 뜻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시작은 좋은데 끝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 때 용 머리란 `좋은 출발'을 뜻하며 상서로운 존재나 큰 일에 쓰이고 있음을 설명한다. 또한 용(龍)은 임금이 입던 옷이나 궁전 안의 미술품에도 즐겨 이용되던 소재였고, 또한 임금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용안(龍顔)은 임금의 얼굴을 뜻하고, 용거(龍車) 는 임금이 타던 수레, 용덕(龍德)은 임금의 덕이란 의미를 지닌다. 무턱대고 용두사미(龍頭蛇尾)나 용안의 뜻을 외운다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내용도 왜 용안이 임금이 얼굴을 뜻하게 되었는지 조목조목 설명해 줌으로써 어린이들의 상식 넓히기에도 도움을 준다. 이밖에도 하늘의 악사가 되었다는 저파룡 이야기를 통해 용이 악어에서 나온 상상의 동물이 아닐까, 화산이 폭발하는 모습이 불을 뿜는 흑룡으로 묘사된 것은 아닐까라는 다양한 가능성을 추정해 본다.
하늘을 지키는 4방향의 신, 청룡(靑龍), 봉황(鳳凰), 백호(白虎), 현무(玄武)가 지닌 상징적 의미와 그들에 얽힌 여러 가지 전설, 호랑이에서 파생된 새로운 한자어까지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자 익히기는 단순하게 한자의 음과 뜻을 외우는 일이 아니다. 한자에는 동양의 오랜 전통과 사상이 담겨 있으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실제 동식물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가 오늘날의 한자로 변화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상하며 옛날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 역시 한자 공부의 매력이다.
이 시리즈를 위해 수백 권의 책을 참고했다는 저자의 말대로 이 책에는 수십 가지의 옛날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하나의 줄거리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양한 전설과 신화를 적절한 곳에 배치하여 쉽게 이해되는 교육용 자료를 이룬다. 『상상의 동물원』은 그림에서 시작되는 한자의 상형 과정, 말을 거는 듯한 쉬운 문체,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과 자료 사진, 상상의 동물들이라는 매혹적 소재를 이용한 교육 동화로서, 아이들을 위한 배려와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