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세계, 아더 월드를 가다.
이민정(ladyinred@yes24.com)
생각해 보면, 마법이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익숙해진 개념이 아닌가 싶다. 어릴적 즐겨보던 만화 영화에는 중요한 순간이면 변신을 하는 요술공주가 있었고,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던 바람돌이도 있었다. 원하는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매력에 우리는 마법을 꿈꾸고, 또 현실과 다른 세상, 이계에서 온 존재와 환경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타라덩컨도 상상 속 다른세계, 아더월드를 배경으로 한다. 아더월드는 인간, 난쟁이, 거인, 트롤, 뱀파이어, 땅 신령, 꼬마도깨비, 엘프, 유니콘, 키마이라, 타트리스, 용 등 수많은 종족이 살고 있는 마법 행성이다. 주인공 타라는 부모님에 대해 말해주기를 꺼려하는 완고한 할머니와 사는 소녀로, 상그라브라는 세력의 납치사건으로 자신의 독특한 능력이 마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을 노리는 사악한 마법사 마지스터를 피해 타라는 환상의 세계 아더월드로 떠나게 되고 다양한 모험이 시작된다. 주인공인 타라는 뛰어난 마법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꼭 타라가 마법을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고, 타라의 마법에 대한 묘한 반감이 스토리와 연결되어 소설적 재미를 자아낸다.
타라 덩컨이 소설적으로 갖는 매력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풍부한 소재와 줄거리를 들 수 있다. 판타지, 고아로 자란 어린 마법소녀란 설정은 자연스레 화제가 되고 있는 『해리포터』와 비견되기 마련이다. 1987년에 작품을 쓴 작가는 해리포터의 출간으로 마법학교라는 설정을 삭제하고, 15년에 걸쳐 줄거리를 수정하게 된다. 어찌보면 비운일 수도 있지만, 작가의 이런 노력으로 타라 덩컨은 확장된 줄거리를 가지게 되었고, 전화위복 격으로 아기자기하고, 쉴새 없이 이어지는 사건들이 타라 덩컨을 단숨에 읽어내게 하는 매력이 된 게 아닌가 싶다.
또 하나의 매력은 판타지의 장점을 살린, 상상력이 주는 즐거움이다. 양탄자와 침대가 뒤섞여 날라다니는 창공, 기분대로 무늬가 바뀌는 마법복, 생각하는 궁전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풍경, 다양한 종족들의 특성에 따른 모습들 등 끝없이 펼쳐지는 아더월드의 묘사는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게 해준다. 또한, 예언을 하는 키디코이 사탕, 자동으로 길을 알려주는 지도 등 소소한 소재 각각과 줄거리의 연결은 끊임없이 솟아나는 작가의 상상력을 잘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은 작가가 창조한 생소하고 우스꽝스러운 국적불명의 독특한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지명이다.
캐릭터와 패밀리어의 독특함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영리하고 관찰력이 뛰어나며, 의리가 있는 타라는 무리의 우두머리격이다. 여기에 다양한 친구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현실의 첩보원 개념의 도둑이자 언제나 유머를 잃지 않는 칼,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오랜 친구 파브리스, 긴장되면 말을 더듬는 무아노, 민첩하고 친절한 로빈, 억세고 자존심 강한 난쟁이 파프니르가 그 구성원이다. 읽을 수록 분명해지는 캐릭터와 마법사에게 운명적으로 조우하게 되는 패밀리어 동물들은 모험을 거듭할 수록 구체화된다.
시리즈의 첫편은 타라의 능력을 이용하기 위한 상그라브의 우두머리 마지스터와 타라의 대결구도로 이루어지며, 타라의 부모님과 숨겨진 신분, 그리고 친구 무아노와 로빈의 숨겨진 정체를 밝혀내는 재미가 있다. 타라의 정체는 이름에서 아주 쉽게 유추 가능하니 접어두고, 두 친구의 정체에 대해 힌트를 주자면, 타라가 능력을 조절하지 못해 친구들의 마법복에 상징이 나타나는 장면을 주시하라.
곳곳에 숨겨진 아기자기한 복선으로 가득한 타라덩컨에 굳이 흠을 잡자면, 끝없이 이어지는 사건들이 큰 사건을 두루뭉실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정도야. 2편에서는 친구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타라와 아버지와의 만남도 기다리고 있다.
빗자루와 마법지팡이라는 전형적인 도구는 등장하지 않지만, 상상과 구체화된 주문으로 이루어지는 마법이 유럽에서는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마법열풍을 가져왔다고 한다. 초등학교 아이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독자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로 후속 시리즈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