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은 그들의 직원, 투자자, 고객들이 딱딱한 숫자만 들여다보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숫자는 중요하다. 숫자는 논리적인 영역을 다루는 좌뇌에 주로 호소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뇌가 주관하는 상상력에도 의존한다. 따라서 숫자에만 집착하면 인간 본성과 동기의 절반에 관해서는 무시한다는 이야기다. 엘리자베스는 치밀한 두뇌의 기업가형 여성으로서 한 푼의 정부 지출이라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그러나 그녀는 좌뇌의 충동에만 빠져 강력한 이미지와 은유가 전달되는 우뇌, 즉 상상력과 볼거리와 언어의 영역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연극에 대한 후각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 본문 '자신을 멋지게 드러내라' 중에서
진정한 리더는 결코 무조건적인 복종이나 충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인간이 아니라 기계에게서 요구하는 게 더 낫다. 경영 참모나 자문관의 기능은 최고경영자의 뛰어난 시야를 넓혀주는 것이지, 근시안성이나 맹목성을 더욱 부추기는 게 아니다. 독자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참모만이 CEO로 하여금 사무실 벽 너머를 볼 수 있게 시야를 틔워준다.
--- p.163
'용서는 해도 잊지는 말라”
'혁명보다는 진화를 추구하라”
--- p.152, 155
배다른 언니 메리가 죽자 엘리자베스는 영국의 여왕이 되었다. 그러나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그녀는 명예와 치욕, 집권과 실각, 삶과 죽음 사이에서 끊임없는 정서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펠리페 2세가 총애하는 에스파냐의 외교관 페리아 백작은 새 여왕에게 분노나 원한을 터뜨리고 싶은 욕구를 겉으로 드러내지 말라고 충고했다.
흥미로운 충고다. 페리아는 여왕에게 분노나 원한을 품지 말라고 한게 아니라 그 욕구를 드러내지 말라고 충고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여왕에게 분노를 보복의 형태로 배출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충동이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그녀를 속인 사람들, 그녀가 메리를 축출하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고 비난한 자문관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도록 만들고 싶다고 대답함으로써 페리아를 경악케 했다. 일단 그들이 잘못을 시인하면 그녀는 그들을 용서해 줄 계획이었다. 엘리자베스는 그 노련한 에스파냐 외교관이 알지 못하는 것을 거의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복수는 복수의 순환을 낳으며, 잘못은 또 다른 잘못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공포에 의존하는 통치는 충성심을 배양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파괴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비록 용서하고자 했으나 잊으려 하지는 않았다. 그녀에게는 치세 초기를 깨끗한 바탕 위에서 시작하는 게 중요했다. 따라서 사람들을 제거할 필요는 없지만, 그동안 빚어진 오해, 또는 잘못된 일이 그대로 은근슬쩍 넘어간다는 생각만큼은 분명히 제거해야 했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알고 싶었으며, 더 중요한 것으로는 측근 인물들에게 그들의 위치를 그녀가 분명히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다시 말해 그녀의 의도는 복수를 하려는 게 아니라 통보를 하려는 것이었다. 리더는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잘못을 저지른 자들을 용서함으로써 엘리자베스는 충성심, 혹은 적어도 감사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으며, 용서한 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용서란 용의주도하게 적용할 경우 리더의 가장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pp.152-153
리더십은 때때로 진정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리더는 위험과 그 대가를 저울질할 줄 알아야 하며 위기의 상황에서도 위험스런 길을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엘리자베스가 보여준 용기의 이면에는 행동하기 전에 먼저 상황을 평가하는 용의주도함이 있었다. 그녀는 또한 윌리엄 세실의 충고에도 귀를 기울였다. 세실은 그녀가 벌이고 있는 도박을 누구보다도 충실히 수행해 줄 믿을만한 인물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얻을수 있는 신중함과 안전이라는 환상에 속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충동적이거나 맹목적으로 행동에 나서지도 않았다.
--- 본문 '소극적인 태도는 절대 금물' 중에서
대관식을 앞두고 런던 시가지를 행진하는 동안 엘리자베스는 펜러치에 이르러 한 아이의 영접을 받았다. 전체 도시를 대표해서 새 여왕을 환영하는 역할을 맡은 아이였다. 그러나 군중의 소리가 너무 커서 아이의 목소리는 완전히 묻혀 들리지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군중을 애써 조용히 시킨 다음 그 소녀가 준비한 환영의 말을 세심하게 들었다. 목격자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당시 여왕의 세심한 태도와 아이의 말을 듣는 표정의 변화에 모두들 놀랐다고 한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높은 지위에 거만을 떠는 법이 없고, 언제나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았다. 여느 유능한 리더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변화하는 상황과 도전을 앞에두고도 늘 현실에 뿌리밖은 채 흔들리지 않는 관점을 유지했다.
--- p.89
나는 약하고 힘없는 여성의 몸이지만, 어느 왕, 어느 영국의 국왕에 못지않은 심장과 위장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라마나 에스파냐, 혹은 유럽의 어느 군주든 감히 내 왕국을 침범하려 한다면 나는 그것을 최대의 불명예로 여기고 경멸할 것이며, 직접 무기를 들고 여러분의 장군과 판관이 되어 전장에서 여러분이 세우는 공로에 대해 철저히 보답할 것입니다. 나는 여러분이 이미 보여준 열성 또한 마땅히 보상을 받고 명예를 누려야 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며, 군주의 이름으로 대가가 지불될 것임을 분명히 약속합니다.
--- p.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