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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보던 로봇이 우리 실생활에 처음부터 있던 존재처럼 살아갈 날이 머잖았을까. 로봇이 나오는 소설을 읽어도 어쩐지 근 미래의 우리 모습인 것만 같다. 우리 곁에서 숨 쉬고 먹고 시간을 보내는, 어쩌면 없어서는 안 될 단 하나의 친구인 것만 같다.
멸망한 세계, 사막에서 함께 살던 인간, 랑이 죽었다. 다른 인간들보다 이른 나이에, 랑의 엄마 조가 죽은 나이보다 일찍 세상을 떠났다. 랑을 묻고 함께 떠나자던 지카의 권유를 뒤로하고 랑이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곳으로 떠났다. 과거로 갈 수 있다는 땅이었다. 그 여정에서 고고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세상의 모든 진리를 아는 자 버진, 푸른 스카프를 두른 인간의 시체,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데도 주인을 위해 트랙터에 부딪치며 길을 만드는 로봇 알아이아이,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외계인 살리.
전쟁 시대에 만들어진 고고는 어떤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 지구를 망하게 하는, 즉 인간을 죽이기 위한 로봇이었을까 봐 두렵다. 과거를 아는 자, 과거의 땅을 향해 고고는 거친 사막을 가로지른다. 삶의 목적을 찾는 동시에 고고의 그리움에 대한 여정이 펼쳐진다. 로봇에게 마음이 없다고 여겼지만, 불쑥 떠오르는 랑의 영상이 그를 살아있게 한다. 사막에 파묻혀져 있던 그를 발견해 고쳐서 고고라는 이름을 주었던 랑. 랑의 엄마 조가 죽고 묻은 자리에 물을 뿌려주며 눈물을 머금던 랑. 랑은 그것을 마음이라고 했고,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건 그리움이라고 했다.
너도 감정이 있다는 말처럼 들려. 너는 아쉬워하고 슬퍼하는 것처럼 느껴져. 감정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132페이지)
감정은 교류야. 흐르는 거야. 옮겨지는 거고, 오해하는 거야. (133페이지)
고고는 랑이 그리운 것이다. 랑과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리고 더 이상 그와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게 슬픈 것이다. 오로지 랑을 추억하며 사막을 건넜다. 마치 희망의 땅이 저 너머에 있는 것처럼 나아갔다. 애도의 여행일망정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아직도 주인을 기다리는 로봇 알아이아이에게 팔 하나를 떼어줄 수 있었던 것도 랑에게 배운 것이었다. 랑에게 배운 그대로 애틋함을 느꼈을 것이다. 타인에 대한 측은함, 안타까움. 그냥 지나치지 못한 것도 랑에게 배웠다.
삶의 목적을 잃었다고 해서 죽을 수는 없다. 가르친 대로 세상을 보기 마련이다. 랑이 주었던 마음과 감정에 대하여 생각하고 삶의 목적이 다른 데 있지 않음을 느낀다. 랑을 떠올리고 그리워하는 시간이 곧 랑과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자기의 시간과 다르지 않았다. 생각하던 바대로 움직이니 과거의 땅을 아는 살리를 만날 수 있었다.
랑을 다시 만나면 이야기해주고 싶다. 내가 만난 사막에 대해. 너를 만나기 위해 걸어온 나의 사막에 대해. 그렇게 늙어가는 랑의 곁에서, 조금씩 망가져 가는 내 몸으로 이야기 하겠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로소 랑과 시간이 맞는 것 같다는 착각을 한다. 이번에는 너와 함께 늙어갈 수 있겠다는 헛된 희망을 품고 랑을 떠올리며, 더 깊은 어둠으로 내려간다. 간절하게. (144페이지)
살리의 모습에서 어린 왕자를 떠올렸다. 마차부자리라고 부르는 별에서 온 살리, 황금빛 홍채와 머리칼을 가졌으며 아직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살리. 사막에서 혼자 나무를 친구 삼아 지냈던 그는 고고를 보자마자 쉴새 없이 말을 늘어놓았던 살리였다. 인간처럼 생긴 로봇을 보며 친구를 기다렸던 감정을 공유했다. 친구를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전해졌을 것이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듯하다. 곁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느끼고 의지가 되는 듯하다. 그게 꼭 인간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로봇이든 내 마음을 전해줄 수 있다면 그게 친구인 것이다. 상실의 아픔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듯하다. 상실의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고고를 보며 우리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가 친구라고 여기는 것에 대하여,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에 대하여.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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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에서 주인공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트 扮)은,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을 대신하기 위해 데이빗을 구입했지만 결국 로봇이라는 이유로 유기한 엄마와의 재회를 꿈꾸며 동화 피노키오에 등장하는 푸른 요정을 향해 이천 년 동안 자신을 사람으로 바꾸어달라는 기도를 드린다. 그러다 더 이상 지구에 존재하지 않게 된 인류를 대신해서 지구 생태계를 관장하는 미지의 존재들로부터 데이빗이 구출되고, 그들은 데이빗의 사정을 듣고 데이빗의 기도를 들어주려 하지만 기술력의 한계로 엄마와의 재회가 단 하루만 지속될 수 있음을 알린다. 하지만 데이빗은 하루라는 제한된 시간에 낙담하지 않고 그 하루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으려 한다. 데이빗은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라면 하루라는 시간에 영원을 담아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엄마에게 더 이상 버림받지 않고 진정한 사랑을 받고자 이천 년 동안 자신을 사람으로 만들어달라고 기도한 로봇 데이빗의 숭고한 바람처럼, 그리고 기도의 결과가 엄마와의 단 하루 동안의 만남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데이빗의 결단처럼, 우리도 단 하루와 같은 짧은 순간에 영원을 담아낼 수 있을까. 데이빗처럼 이천 년을 기다려온 보상이 단 하루라는 찰나 일지라도 낙담하거나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천선란 작가의 소설 <랑과 나의 사막>을 마주하며 영화 <A.I.>의 주인공 데이빗의 기다림을 떠올리게 된다. 소설은 ‘고고’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로봇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며, 인류가 벌인 대전쟁 이후 황폐화된 49세기의 지구를 배경으로 삼는다. 고고는 오래 전 땅 속에 파묻혀 있던 자신을 꺼내준 조와 그가 생물학적으로 낳은 존재인 랑과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기계로 만들어진 고고와 달리 물리적인 한계를 떠안은 존재인 조는 세상을 떠나고, 랑 역시 수명을 충분히 채우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 고고의 곁에는 랑의 동료인 지카만이 남는다. 지카는 평소 동경해온 바다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며 고고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고고는 소문으로만 무성한 ‘과거를 향한 문’이 존재한다는 곳을 찾아 떠나겠다고 한다. 그렇게 지카와 헤어진 고고는 수없이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사막의 한가운데를 해쳐나가기 시작한다. 고고가 과거의 문을 찾아 나서는 이유는 랑과 재회하기 위해서다. 땅 속에 묻혀있던 자신을 조와 랑이 꺼내주기 이전 기억을 잃은 고고는, 조와 랑을 만나기 전의 자신이 어떤 용도의 로봇으로 활용되었는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 늘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함으로 다가왔다. 특히 인류가 대전쟁을 벌일 때 인간을 살육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을지 모른다는 불확실함은 고고 자신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조나 랑을 죽일 수도 있다는 불확실함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고고는 자신에게 새로운 삶의 목표를 심어준 조와 랑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수단을 배제한 동행은 고고로 하여금 그들과 ‘함께 있음’이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그 둘 모두가 세상을 떠난 지금, 고고는 삶의 목표와 존재의 이유를 잃은 것과 진배없는 불확실함에 휩싸이게 되어 랑과 재회하기 위한 위험한 여정에 돌입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과거의 문을 향한 여정에서 고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존재들과의 만남을 통해 랑의 부재로 인한 불확실함이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과 비슷한 영역에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조금씩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감정을 학습하듯이 터득하기 시작한다. 결국 고고는 기계적 존재로서 인지했던 불확실함이 인간의 두려움과 비슷한 영역에 놓여있다는 깨우침으로부터, 그 두려움마저도 결국 랑을 향한 그리움으로부터 파생되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제 고고의 여정에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의 무게가 더해진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사막이라는 텁텁한 배경을 하염없이 걷고 있을 소설 속 고고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 모습으로부터 이천 년 동안 기도를 바친 영화 <A.I.> 속 데이빗의 모습이 중첩되어 등장한다. 무엇이 고고로 하여금 어떠한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사막을 하염없이 걷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데이빗으로 하여금 이천 년의 세월을 감내하도록 이끌었을까. 그리움이라는 감정의 힘은 그래서 세다. 인간 존재를 휘감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영역을 삽시간에 무력하게 만들어버리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 속 로봇 고고는 그리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로봇이라는 존재 양식을 망각한 채 감정이라는 영역을 터득해버리고 말았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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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마주쳐도 미소를 지어주고, 두팔을 벌리면 품안에 쏙 안겨드는 따뜻함을 주고, 곁에 없더라도 떠올리면 삶의 이유가 되는 이. 나는 운이 좋게도 그런 아이가 둘이나 있다.
여전히 어렵고 난해한 미션들은 심지어 정답이 없단다. 거참...
음정박자 다틀린 노래지만, 엄마를 사랑한다 노래하고, 가끔 지쳐 거실에 푹 쓰러지면 쪼르르 달려가 배게를 가져오고, 힘내라 볼뽀뽀 살며시하고 팔다리를 주물러준다. 잠들때 까무륵 감기는 눈에 힘을 줘가며 한번이라도 더 눈을 마주치고 웃어주고, 아침마다 옹알이하듯 "안녕히주무셨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나의 의식주에 하등 도움이 안되는 이 아이들이 내어주는 무엇이지만, 분명한건 이것들이 없이 난 과연 이 삶을 잘 지탱해나갈수있을까?
희망을 품는 인간을 바라보는 로봇은 '인간은 헛된 희망을 품는다'라고 하지만'완벽한 희망을 품어야하나?'라고 반문했을떄에는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하는 고고였다. 그리고 고고 또한 그러한 희망을 품게된다. 랑이가 사라진 세상, 명령어가 사라지고, 의무가 사라진 고고에게는 랑이가 그토록 바라던 그 세상에 도달하기를 바라며 근거도 없는 그 세상으로의 여정이 시작된다. 그 여정속에 만나지는 또다른 인연들을 통해 고고는 인간보다 더 인간스러운 근본에 대한 의문_ 나는 도대체 이세상에 왜 존재하는걸까? 를 반문하기도하고, 마주친 다른 로봇에게 자신의 한쪽팔을 떼어주기도한다.
감정이란 없을듯한 고고 또한 느낀 그 어떤것.분명히 아무생명도 존재할것 같지않은 49세기 사막으로 뒤덮힌 그 세상에서도 따뜻히 안아주었어야할 그 어떤것이있다. 우리는 기억해야한다. 그리고 '희망'이라는것을 품고 살아가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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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출판사에서 출간한 천선란 작가님의 장편소설 <랑과 나의 사막> 리뷰입니다. 평소에 천선란 작가님 글을 좋아하거나 SF소설에 흥미가 많은 분들이라면 이 또한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저는 천선란 작가님의 천 개의 파랑처럼 SF소설이지만 어렵지 않고 사람 냄새 나는 소설을 좋아해서 이 소설 또한 너무 취향이었습니다. 랑과 숲, 자연들이 나오는 분위기가 천선란 작가님 특유의 소설이에요.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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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대문학에서 나오는 핀 시리즈를 정말 좋아한다. 처음엔 적당한 두께와 낄끔한 표지에 끌려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책만 구입했는데 읽다보니 너무 좋아서 이제는 내가 잘 몰랐던 작가님들의 시나 소설도 읽고 모으고 있다. 그 중 천선란 작가님의 랑과 나의 사막은 기존에 좋아하던 작가님의 소설을 구매한 것! 원래 sf 문학을 즐겨 읽지 않던 나의 편견을 부숴준 작가님 중 한분인 천선란 작가님의 글은 언제 읽어도 인간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관계에 대한 깊은 감정이 들어 있어서... 그 감수성을 아름딥고 담백한 문장으로 따라가다보면 항상 어딴 지점에서 위로받고야 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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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천선란의 소설은 SF에 거리를 두었던 나에게 호기심 생기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익숙하게 함께였던 관계에서, 어느 한쪽의 부재는 순간 당황스러울 것도 같은데, 이상하게 또 익숙해지고 적응하게 되어야만 하는 게 세상의 순리인가 싶고...
삶의 목적이었던 단 하나가 사라진 후에 누군가가 살아가는 이야기에 가슴이 서늘해지면서도, 존재의 사라짐 후에도 그 존재가 여전히 남아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힘을 발휘하는 느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애매하지만, 남겨진 무언가가 계속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시작으로 우리는 또 삶을 이어나간다는 암묵적 정의를 알 것도 같고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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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락 작가 [ 랑과 나의 사막 ] 천선락 작가님의 소설은 SF세상 속에서 늘 따스함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자칫 SF소재로 인해 상막할 수 있는 주제를 작가님만의 문체와 분위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돌봐준다고 생각한다. 이 책 또한 그중 하나였다. |
|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책은 파손없이 잘 배송되었네요 천선란 작가님의 천개의 파랑을 읽고 다음에 뭘 읽지 찾다가 구매하게 된 책입니다. 이번엔 어떤 따스한 sf소설의 이야기 일지 빨리 읽어보고 싶어요 너무 기대가 되네용ㅎṑṑ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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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님의 책을 처음 읽었는데, 너무너무 좋은 작품이었어요. 고고를 통해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순간에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힘과 희망을 배웠습니다. 고고가 앞으로는 자신만의 평온과 행복을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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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님의 [랑과 나의 사막] 리뷰입니다.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책을 먼저 완독하신 후 리뷰를 열람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 리뷰는 제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한 것으로 다른 사람과의 의견과는 불일치할 수 있음을 알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