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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목이 쇼팽이나 슈만을 좋아하는 클래식 애호가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성격소품'이라는 용어와 시간의 흐름 출판사가 그동안 선보였던 책들이 주는 참신함, 담백함, 독자들과의 균형감을 찾아나서는 마인드때문에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책은 하얀 바탕에 그라데이션이 깔린 제목 그리고 마치 은행 통장을 넘기는 것처럼 작고 잘 휘어지고 코트주머니에도 들어가고 책장을 끝까지 넘겨도 촘촘한 실밥이 보여 이 책이 만듬새가 얼마나 독자를 신경 썼는지 알 수 있다. 먼저 미술작가가 쓰는 시라는 점에서 <성격소품>의 시어들은 의미보다 이미지를 향해있고 시어들이 속해있는 장소는 평범한 척하지만 여행을 빌려오고 우리가 속해있지 않았던 옛날을 빌려오고 있다. 이케아, h&m 등의 이제는 어느나라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공간을 빌려오다가 19세기 몸을 버린 여자들을 가두던 막달레나세탁소, 성서시대의 헛간, 마차를 빌려오기도 하고 우버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의 장소는 그 의미를 작정하고 드러내는 것이 아닌 개인적인 것, 지금의 다소 냉담한 공동체의 것으로 드러난다 마치 페촐트의 영화들이 베를린을 드러낼 때, 장소에서 신화적인 것과, 역사적인 상흔으로 현대적인 간극을 벌려놓는 것처럼 이 책은 단정적인 어조들간의 간극 속에서 피로하고 고되고 외롭고 하염없는 성격이 주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장소는 중첩되어 보이지만 시차를 가지고 있고 당신이 편지를 쓰는 장소는 자신의 필체를 감상하는 반송지일 뿐이다 어떤 문장은 발음들로 꽉 맞물려 있고 어떤 문장은 멀찌감치 동떨어진 느낌을 주지만 이것은 이야기, 이것은 마치 한편의 이야기가 어쩔 수 없이 분할 된 것 같다. 이별의 성격, 사랑의 성격, 사랑을 지켜보는 질투의 성격, 아직은 유형화 되지 않은 성별들의 사랑의 성격. 이런 종류의 성격들이 에토스를 이루지만 이 에토스는 공동체가 요구하는 유형화된 에토스가 아니라는 점, 그래서 우리가 항시 속으로 앓고 이야기되는 또 다른 성격, 즉 에토스를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집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근사한 옷이 아니라 아무 옷이나 입었지만 들키기 싫어서 피해다니는 존재가 아닌 아무 옷을 입어도 하나의 매력이 될 수 있는 그 옛날의 공동체를 요구하고 있다 성격소품이 당시 고전주의 형식주의 소나타에서 벗어나 가정용 소곡이나 여행의 정경을 통해 인간과 풍경의 유형을 노래했든 이 시는 우리가 따뜻했던 과거로의 회귀와 현대성의 중간에 나지막한 출구가 놓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