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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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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서툴렀던 시절에 바치는 백수린 첫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     주인공 해미는 도시가스 폭발사고로 언니를 잃고 너무 일찍 인생의 비극을 알아버렸다. 딸을 잃은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은 괜찮다는 의미가 담긴 선의의 거짓말을 하며 모든 슬픔을 견뎌낸다. 부모님의 별거로 엄마를 따라 동생 해나와 함께 셋이 독일로 이주했을 때도 속마음을 숨기며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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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서툴렀던 시절에 바치는 백수린 첫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

 

 

주인공 해미는 도시가스 폭발사고로 언니를 잃고 너무 일찍 인생의 비극을 알아버렸다. 딸을 잃은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은 괜찮다는 의미가 담긴 선의의 거짓말을 하며 모든 슬픔을 견뎌낸다. 부모님의 별거로 엄마를 따라 동생 해나와 함께 셋이 독일로 이주했을 때도 속마음을 숨기며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 낯선 타국에서 힘들었을텐데도 적응을 잘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기 위해 가상의 친구를 만들고, 늘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을 한다.

 

그런 해미의 속을 들여다본건 엄마의 언니, 이모였다. 이모는 파독간호조무사가 되어 독일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선자 이모, 마리아 이모 그리고 그 밖의 파독 간호사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데 긍정적이고 건강한 마인드에 영향을 받는 해미는 움츠렸던 일상을 회복하려 노력한다.

 

마리아 이모의 딸 '레나', 선자 이모의 아들 '한수'와 친해지게 되면서 셋의 우정은 빛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수는 해미와 레나에게 조심스럽게 부탁을 하나 한다. 건강이 좋지 않은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것. 첫사랑을 찾기 위해 선자 이모의 일기를 읽기 시작한 셋은 첫사랑의 이름 이니셜이 K.H 인 것을 알아낸다. 추리와 상상력을 펼치며 찾아내려 고군분투하는 동안 해미는 밝은 모습을 되찾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해미는 여전히 인간관계를 자제하며 지낸다. 그러다 대학 동창이자 미묘한 감정을 가졌던 우재와 재회하게 되는 해미. 해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우재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예전과는 자신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알고 어릴 때는 보이지 않던 K.H에 대한 단서들을 하나씩 찾아낸다. 그 과정에서 시야가 넓어진 자신을, 움츠려있던 자신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자신을 꺼내는 해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책 속 문장 PICK

 

"언니, 사람의 마음엔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결국엔 자꾸자꾸 나아지는 쪽으로 뻗어가?" (p.109)

 

살을 단순하게 만들고 몸을 조금이라도 쓰면 인생이 살 만해져. (p.214)

 

"해미야,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처한 위치에서 상대를 바라보잖아? 그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하지만 가끔 그 사람이 나 때문에 느낀 모멸감을 되갚아주기 위해 인적이 드문 새벽 일부러 찾아와 똥을 누고 간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그 똥을 떠올리면 그런 생각이 들어. 아무리 인간에게 한계가 있다 해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토록 모멸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되었던 게 아닌가하는." (p.249)

 

"그때 나는 네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아주는 게 참 좋았어.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았고, 네가 나를 배려하느라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는 걸 알았거든. 그때 나한테는 그걸로 충분했던 것 같아. 근데 해미야, 요즘엔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때 우리에겐 용기가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그래서 우리의 관계도 십여 년 전에 그렇게 흐지부지 끝난 건 아니었을까." (p.262)

 

피한 것이다. 달아난 것이다. 나에게 다가와 마음의 문고리를 잡고 흔드는 우재로부터. 그때 내가 원했던 건 누군가의 삶에 내가 또다시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그 무시무시한 가능성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뿐이었으니까. (p.263)

 

 

 

선자 이모의 첫사랑, KH가 차지하는 이야기의 비중이 다소 크게 느껴져서 이것은 해미의 이야기인가, 선자 이모 첫사랑의 이야기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선자 이모와 K.H가 .. 서로에게 묻는 그들의 안부는 아름다웠고 애틋했다.

아, 그리고 우재와 해미가 조금 더 발전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D 후속편이 나와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

 

읽는 내내 섬세했고, 부드럽고 우아했던 『눈부신 안부』

 

 

안녕, 그동안 잘 지냈지? 나는 지금 막 도착했어. (p.309)

 

 

 

#눈부신안부 #백수린 #문학동네 #독파챌린지 #독파 #장편소설 #소설 #추천소설 #추천도서 #책추천 #내돈내산

이달의 사락 t*****j 2023.06.15. 신고 공감 26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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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6] 해미, 남을 위한 삶에서 나를 위한 삶으로
"[24-36] 해미, 남을 위한 삶에서 나를 위한 삶으로" 내용보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렇기에 남에게 보여지는 ‘나’에 대해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이 소설 <눈부신 안부>의 화자(話者)인 이해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가스 폭발 사고로 친언니 이해리를 잃었기에 그 상실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의 시선을 더 의식했는지도 모른다부모를 잃은 자식의 슬픔도 크지만, 뜻하지 않는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24-36] 해미, 남을 위한 삶에서 나를 위한 삶으로" 내용보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렇기에 남에게 보여지는 ‘나’에 대해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이 소설 <눈부신 안부>의 화자(話者)인 이해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가스 폭발 사고로 친언니 이해리를 잃었기에 그 상실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의 시선을 더 의식했는지도 모른다


부모를 잃은 자식의 슬픔도 크지만, 뜻하지 않는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은 더 클 것이다. 그렇기에 모범생이던 큰 딸 이해리를 가스 폭발 사고로 잃은 해미의 부모들이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별거하게 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서로를 볼 때마다 그 아픔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 테니까.

그런데 자식을 잃은 부모만 힘겹고 언니를 잃은 해미는 괜찮을까? 해미는 언니에게 “땡땡이 치지 못하는 범생”이라고 놀렸기 때문에 언니가 조퇴하고 거리를 거닐다 사고를 당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아직 어리고 언니에 대한 기억도 적을 여동생 해나까지 의식하면서, 그녀는 멀쩡하다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면서 괴로움을 삭혀야 했다.


살아 있는 게 내가 아니라 언니였다면 언니는 틀림없이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주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면 참을 수 없이 괴로웠다. “좋아요.” 나는 한국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만큼이나 낯선 나라로 가는 것이 싫었지만, 엄마 아빠를 위해 그렇게만 말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때로 체념이 필요했다. [p. 30]


엄마를 따라 해나와 함께 옮겨간 곳은 독일 중부의 G시였다. 수많은 장소 가운데 G시를 선택한 것은 엄마의 언니인 ‘행자 이모’[오행자]가 정착한 곳이라는 점도 한몫 했다. 갑자기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의 도시에서 살게 되었지만, 해미는 가족을 의식해서 잘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가장했다. 바둑에서 훈수 두는 이처럼, 제3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고독과 불안이 잘 보이는 것일까? 간호조무사로 건너가 의사로 정착한, 행자 이모는 그런 해미의 거짓말을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진짜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 바로 그녀보다 한 살 위인, 마리아 이모[최말숙]의 딸 ‘레나’였다. 이렇게 만난 레나와 친해진 후 해미에게 가상이 아닌 현실의 친구들이 조금씩 생겨났다.


그 아이들과 있을 때면 나는 들어본 적 없는 낯선 나라에서 이주해온 이방인도, 언니를 사고로 잃은 아이도 아니었으니까. 그곳에서 나는 그저 온전한 나였고, 레나는 온전한 레나였으며, 우리는 온전한 우리였다. 그런 시간은 이모가 시장에서 떨이로 사온 무른 산딸기나 살구로 만들어주던 잼처럼 은은하고 달콤해서, 나는 너무 큰 행복은 옅은 슬픔과 닮았다는 걸 배웠다. [p. 40]


선의의 거짓말이라지만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다 보니 자신의 얘기가 모순되지 않도록 해미는 자신의 말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어디서나 노트를 들고 다니며 거짓말을 할 때마다 기록을 하는 해미를 보고 사람들은 그녀가 작가가 되고 싶어한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이를 알게 된 레나는 해나에게 뇌종양에 걸린 선자 이모[임선자]의 아들 ‘한수’를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레나와 해미는 선자 이모가 기억을 잃기 전에 그녀의 첫사랑을 만나기를 원하는 한수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첫사랑의 정체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선자 이모의 일기를 몰래 읽어나갔다. 일기 속에는 선자 이모가 1973년 독일로 떠나온 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간직해온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흩어져 있다. 하지만 그 첫사랑이 누구인지를 명확하지 않았다. 단지, 확실한 것은 그 첫사랑의 이니셜이 ‘K.H.’라는 사실뿐이었다.


석사학위까지만 받기로 아빠에게 약속하고 독일로 건너왔던 엄마는 학위를 따게 되면 박사과정까지 진학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해나는 한국의 기억을 잃어버린 것처럼 독일어로만 말했고, 나는 도시를 조금씩 좋아하게 되었으며, 그곳이 내 자리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마침내 우리 가족도 행복에 거의 가까워져 있는 것 같았다. 그건 언니가 떠오르면 죄책감이 느껴질 만큼의 행복이었다. 죄책감이 가슴을 쿡쿡 찌를 때마다 속으로 언니에게 말을 걸어야 했을 만큼의 행복. “언니, 사람의 마음엔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결국엔 자꾸자꾸 나아지는 쪽으로 뻗어가?” [p. 109]


그러나 자신이 있을 곳을 드디어 마련했다는 따스한 안도감도 잠시, 한국에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해미의 가족은 갑자기 한국, 정확히는 아빠가 사는 부산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느새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인(境界人)이 된 해미는 타인과의 깊은 교류를 자제하게 된다. 심지어 대학 시절 문학 동아리에서 만나 미묘한 감정을 주고 받던 ‘우재’와도 친구와 연인 사이의 선(線)을 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우재는 해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그 과정에서 해미는 상자에 담아 묻어두었던 선자 이모의 일기와 편지를 떠올리고, 늦었지만 그녀의 첫사랑 K.H.를 다시 한번 찾아본다.


나는 네 마음을 그저 짐작하고 내 마음을 조심스레 암시하면서 두려워만 하다가 너를 잃었다. [p. 299]


선자 이모에게 들은 힌트로 그 사람의 이름이 K.H.로 시작되는 수학시간에 쓰는 용어와 같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해미는 K.H.를 ‘기호(記號)’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해미는 K.H.가 ‘근호(根號, 제곱근)’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끝내 K.H.를 찾아 선자 이모의 일기와 편지를 전할 수 있었다. 비로소 오랫동안 고스란히 묻어두었던 상처를 들추어 실패로 남겨두었던 지난 일들을 바로잡은 셈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 못했고, 늘 동경했던 시인이 되지도 못했고, 뼈아픈 시행착오를 수도 없이 겪었어. 하지만, 내 삶을 돌아보며 더 이상 후회하지 않아.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랐으니까. 그 외롭고 고통스러운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자긍심이 있는 한 내가 겪은 무수한 실패와 좌절마저도 온전한 나의 것이니까. 그렇게 사는 한 우리는 누구나 거룩하고 눈부신 별이라는 걸 나는 이제 알고 있으니까. [pp.303~304]

YES마니아 : 골드 w******f 2024.11.01. 신고 공감 1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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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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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자 그 사진이 보일 것만 같았다. / p.18이 책은 백수린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주변에서 많은 추천을 받아 구매해놓고 아직까지 묵혔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 읽게 된 책이다. 그동안 작가님의 에세이와 단편소설집 등 몇 권 정도를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전부 소장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이 취향에 맞다면 차근차근 하나씩 도장깨기를 할 계획을 세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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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자 그 사진이 보일 것만 같았다. / p.18


이 책은 백수린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주변에서 많은 추천을 받아 구매해놓고 아직까지 묵혔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 읽게 된 책이다. 그동안 작가님의 에세이와 단편소설집 등 몇 권 정도를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전부 소장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이 취향에 맞다면 차근차근 하나씩 도장깨기를 할 계획을 세우면서 책장을 넘겼다. 워낙에 지인들의 극찬이 담긴 작품이어서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해미라는 인물이다. 해미에게는 언니가 있었는데 어린 시절에 어떤 사고로 잃었다. 동생은 죽음이라는 것조차도 모를 나이여서 그렇게 지나갔지만 해미는 지금까지도 마음에 하나의 트라우마처럼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단순하게 언니를 잃은 것뿐만 아니라 이후부터 가족의 관계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고, 부모님은 별거에 이르렀다. 아버지께서는 한국에, 어머니와 해미 자매는 독일의 한 마을로 이주한다.


독일로 온 초반에는 친구도 없이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늘 그랬던 것처럼 선의의 거짓말로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숨기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이미 독일에 정착한 이모와 주변의 한국인 이모들, 한 살 차이의 친구 레나, 이모의 아들인 한수와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한수의 부탁으로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는 계획을 짜게 되는데 그 안에서 행복도 잠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재 해미의 시점에서 다시 선자 이모의 첫사랑 계획을 상기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대학교 시절의 친구 우재와 조우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독일이 배경이기는 했지만 이해하는 데 어려운 내용이 없어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잊고 있었던 역사적 배경이 잔잔하게 깔려 있는데 이 부분 역시도 대부분 알고 있을 내용이라는 점에서 크게 어렵지도 않았다. 보통 페이지 수의 작품인데 자기 전 두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내용 자체가 마치 고요하게 흘러가는 듯해서 이 부분도 취향에 너무 잘 맞았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서사에 초점을 맞추어 읽었다. 첫 번째는 파독 간호사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다. 해나의 이모인 행자 이모를 비롯해 선자 이모, 마리아 이모까지 독일에 정착하게 된 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파독 간호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행자 이모는 간호사로 근무하다 공부해 의사가 된 인물이고, 다른 이모들 역시도 가족을 위해, 또는 돈을 많이 준다는 이야기에 낯선 환경으로 건너온 사람들이었다. 작품에서는 파독 간호사가 어떻게 될 수 있었는지, 파독 간호사의 삶을 비극적이지 않고 건조하게 툭 던져 주는 느낌으로 서술된다고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아픈 역사이기도 할 텐데 이들을 '가난을 위해 다른 나라로 넘어간 사람들'이라는 편견으로 보지 않게 해 주어서 이 지점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두 번째는 로맨스 요소이다. 크게 대학 시절의 우재와 해미, 독일 이주 당시의 한수와 해미, 그리고 선자 이모와  K.H.라는 인물의 관계로 애정 관계가 느껴졌다. 사실 이들이 직접적으로 연애 감정을 교류하지는 않지만 해미의 시점에서 제주도로 떠난 우재를 생각한다거나 현재 같이 보내는 시간들에서 미묘하게 마음이 있었다는 게 고스란히 와닿았다. 또한, 해미가 한수에게 느끼는 감정이 친구로서의 애정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 지점이 사춘기 시절의 설레는 사랑이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선자 이모와 K.H.의 관계는 편지로 나타나는데 가장 머리를 맞은 듯한 관계였다. 해미가 그랬듯 나 역시도 왜 하나의 선택지로만 생각했을까.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다. 생각했던 스토리와는 다르게 전개된 듯했는데 오히려 읽은 이후의 감상이 더욱 좋았다. 사랑과 우정, 그밖의 어떤 감정을 떠나 서로 인간 대 인간으로 보듬고, 지켜 주고, 생각하는 그 마음들이 너무나 사랑스웠다. 등장하는 인물 어느 누구에게도 적대적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해미가 했던 선의의 거짓말과 이를 이해하고 지켜 주었던 이모까지도 말이다. 독자인 나에게도 치유를 주었던 작품이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m*******6 2024.04.04. 신고 공감 11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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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 찬란한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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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작가들에 의해 재생된다. 나와 연관된 게 아니라고 여겨 스치듯 지나쳤을 일도 작가가 만드는 이야기에 빠져들고 만다. 찾아 읽은 후 마음속에 새기며 오래도록 기억한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작가가 만든 세계에서 경험하고 마치 그 시기에 있는 듯 여긴다.   ‘파독간호사’라는 말은 꽤 오래전부터 사용해왔고, 지금도 다른 언어로는 좀처럼 생각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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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작가들에 의해 재생된다. 나와 연관된 게 아니라고 여겨 스치듯 지나쳤을 일도 작가가 만드는 이야기에 빠져들고 만다. 찾아 읽은 후 마음속에 새기며 오래도록 기억한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작가가 만든 세계에서 경험하고 마치 그 시기에 있는 듯 여긴다.

 

파독간호사라는 말은 꽤 오래전부터 사용해왔고, 지금도 다른 언어로는 좀처럼 생각하지 못할 지나간 우리의 역사다. 백수린의 첫 장편소설은 파독 간호사를 말한다. 현재와 과거의 나, 그리고 그 시절을 경험했을 파독 간호사의 이야기들을 소설의 인물들을 통해 엿볼 수 있게 한다.

 


 

가스폭발사고로 언니를 잃은 해미의 가족은 아빠는 부산으로, 엄마, 해나와 해미는 독일로 향한다. 신학을 공부하려는 엄마의 독일 유학은 파독 간호사로 일한 행자 이모가 독일 의사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미는 언니를 향한 그리움과 슬픔을 감추려고 늘 거짓말을 했다. 독일어가 능숙하지 못해 친구를 사귈 수 없었어도 가짜 친구를 만들어 엄마와 이모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눈치를 챘던 이모는 해미에게 레나를 소개해주었다. 파독간호사였던 마리아 이모와 선자 이모를 비롯한 파독간호사 이모들을 알게 되었다. 마리아 이모의 딸 레나와 선자 이모의 아들 한수와 친해지면서 선자 이모의 첫사랑 찾기를 시작했다.

 

소설은 과거의 해미가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기 위해 선자 이모가 쓴 일기의 내용과 K.H.가 어떤 이름인지 유추하고, 이모들에게는 파독간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쓴다고 말한다. 현재의 해미는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둔 상태다. 헝가리 출신 사진작가의 전시회에 갔다가 대학 때 문학동아리를 함께 했던 우재를 만났다. 친구와 연인의 경계에 서 있던 그들은 자주 가까워졌다가 어떤 이유로 멀어졌던 관계다. 우재에게 이모들 이야기를 하며 오래전 독일에서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우재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을 붙잡는 것과 동시에 오래전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다시 찾기 시작하며 해미가 놓쳤던 것들을 마주한다. 파독간호사들의 삶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게 만든다. 광부와 간호사들은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시절, 가족을 위해 고향을 떠났던 이유와 외화벌이 형태로 해외 인력수출의 일환이었다. 파독간호사로 있던 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근로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제도에 반대해 간호사들은 서명운동으로 이주 노동자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던 것도 알 수 있었다.

 

상실의 고통이 인간관계에서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는지 알 수 있었다. 모든 결정의 순간, 주저하게 만드는 거였다. 우재와의 관계도 늘 한발 뒤에 서 있었다. 우재가 다가서려는 순간 멈췄다. 아직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거다. 상실의 슬픔이 이렇게 크고 깊을 줄 몰랐다. 타인에게는 가벼울 수도 있는 감정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심연에 남아 있었던 거다.

 

이모는 네가 찬란히 살았으면 좋겠어. 삶은 누구에게나 한 번뿐이고 아까운 거니까. (227페이지)

 

몇 년에 한 번씩 한국에 들어오는 행자 이모가 해미에게 했던 말이다. 저녁을 먹고 늘 산책을 했던 거리에서 우재를 만난 이모는 이제 해미의 삶을 살라고 말한다. 잊을 때가 되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백수린의 장편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책을 펼치고 작가의 다정한 언어에 그저 감동했다. 책장이 넘어가는 게 아쉬워 자꾸 붙잡고 있었다. 책장을 덮고 작가만이 말할 수 있는 언어를 기억하고 또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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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h*****9 2023.06.04. 신고 공감 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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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2023) _ 백수린 지음 (서평)
"[눈부신 안부](2023) _ 백수린 지음 (서평)" 내용보기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 리뷰를 쓰면서도 내가 정말 어떤 생각으로 글을 읽었는지 잘 생각이 안난다. 그냥 글이 너무 아름답다고만 느꼈다. 생각이 아닌 느낌. 나는 이토록 아름다운 글을 언제 읽어봤지? 책 속 '해미'가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끝이 너무 궁금해서 빨리 책을 읽어가면서도 책이 얇아져 가는 걸 두려워 했다.     '해미'는 [눈부신 안부]를 이끌
"[눈부신 안부](2023) _ 백수린 지음 (서평)" 내용보기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 리뷰를 쓰면서도 내가 정말 어떤 생각으로 글을 읽었는지 잘 생각이 안난다. 그냥 글이 너무 아름답다고만 느꼈다. 생각이 아닌 느낌. 나는 이토록 아름다운 글을 언제 읽어봤지? 책 속 '해미'가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끝이 너무 궁금해서 빨리 책을 읽어가면서도 책이 얇아져 가는 걸 두려워 했다. 

 

 '해미'는 [눈부신 안부]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다. 이제는 잊혀진 '파독 간호사'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성장'해 가는 '성장소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파독 간호사'라니, 내가 소설에서 파독간호사를 주 소재로 쓰여진 책을 읽었던 적이 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만큼 나에게는 신선한 소재였고 그 시대를 다시 알게된 시간 이었다.

 

 [눈부신 안부]는 누가 누구에게 보내는 '안부'였을까? 해미가 하려고 했던 '하얀 거짓말'들을 풀어내기 위한 '속죄'와 같은 안부였을까? 아니면, 그걸 알면서도 기뻐해주고 희망을 가지려 했던 '파독 간호사'의 마지막 편지 였을까...어쩌면 '파독 간호사'가 사랑했던 그(그녀)의 진실과 고마움을 전했던 '마지막 메일' 이었을까..

 

 그게 무엇이 되었든, '눈부신 안부'는 전부를 만족시켜 준다. 이를 읽는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안부가 전해진다 그 어느것보다 눈부시게...

 

 '해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언니'를 도시가스 폭발 사고로 한순가에 잃고 그 때부터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염세주의'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극닥전으로 마음을 닫고 세상을 바라본다. 그런 해미가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조용히 응원하게 된다. 그러면서 나의 닫힌 마음도 조금씩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최근에 읽은 한국 소설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잘 읽었다. '재미있다'라는 표현보다는 말 그대로 '잘 읽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 같다. [눈부신 안부]를 읽었던 이틀의 시간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준 시간이었다. 

YES마니아 : 로얄 c*******i 2023.12.07. 신고 공감 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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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렀던 유년의 나에게 보내는 화해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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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렀던 유년의 나에게 보내는 화해의 인사" 백수린의 <눈부신 안부> 를 읽고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지극한 정성과 수고가 필요한 일이니까" -눈부시게 서툴렀던 시절에 바치는 백수린 첫 장편소설-   유년 시절은 보통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서툴지만 순수했고 즐거웠던 느낌이 아닐까. 하지만 이 책 『눈부신 안부』를 통해 유년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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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렀던 유년의 나에게 보내는 화해의 인사"

백수린눈부신 안부> 를 읽고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지극한 정성과 수고가 필요한 일이니까"

-눈부시게 서툴렀던 시절에 바치는 백수린 첫 장편소설-

 

유년 시절은 보통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서툴지만 순수했고 즐거웠던 느낌이 아닐까. 하지만 이 책 『눈부신 안부』를 통해 유년의 비극으로 인해 자신의 상실감과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버린 한 여성의 삶의 이야기를 대면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슬픔을 위로하기에 급급했고 그들을 안심시키고 위로하는 거짓말을 하며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숨기기에 바빴던 한 여성인 해미와 조우하게 된다.

 

소설의 처음은 이미 어른으로 성장한 해미가  한 전시회장에서 십여 년 전 문학 동아리에서 만났던 우재와의 만나게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하고 있다. 그와 이야기하면서 그녀의 이모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의 시간은 해미의 유년으로 되돌아간다. 

 

그녀는 가스폭발사고로 친언니를 갑작스럽게 잃으면서 어린아이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인생의 비극과 상실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의 가족조차 그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 그녀는 엄마를 따라 독일 G시로 이주하게 된다. 파독간호사였던 이모의 집에 해미네 가족은 살게 된다. 처음에는 그녀는 상실의 아픔으로 힘겨워했지만, 파독간호사 출신 여성인 이모들과 교포 2세인 레나, 한수와 어울리면서 그녀는 조금씩 친언니의 죽음의 상처와 슬픔으로부터 조금씩 예전의 아이같은 천진난만함을 되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다른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그녀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고자 무척 많은 거짓말을 한다. 그녀는 자신의 슬픔을 제쳐두고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고 힘쓰지만, 정작 그녀는 자신이 오히려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모습은 알지 못한다. 

 

"그 시절 나는 엄마에게 무척 많은 거짓말을 했지만 그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는 엄마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당시 내가 한 거짓말은 누구도 다 치게 하지 않는 것들이었으니까.

-p. 33

 

그렇게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숨긴 채 어린 해미는 낯선 나라 독일의 일상에 적응하며 엄마와 여동생의 안부까지 챙기느냐고 바쁘다. 마음껏 어리광 피우고 사랑받을 나이에, 낯선 환경에 적응하랴 언니 대신 가족들을 챙기느랴 바쁘게 살아온 해미의 모습이 짠해서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렇지만, 해미의 이모는 그런 해미의 마음을 위로하고 해미를 세심하게 챙겨준다. 

 

"이제부터는 조금씩 나아질 거야. 한 번에 괜찮아질 히는 없지만, 천천히 회복되고 있나보다 싶은 날도 찾아올 거야. 그러니까 이모는 네가 씩씩하게, 이 곳에서 잘 지내면 좋겠다."

-p. 24~25

 

해미는 그런 이모의 따뜻한 마음과 다른 이모들의 보살핌과 레나, 한수의 우정으로 인해 조금씩 그 상처를 극복하며 아이다운 천진한 모습을 찾게 된다. 

아울러 작가는 해미가 독일에서 보낸 유년 시절과 고향에서 뿌리가 뽑혀 타국에서 다시 뿌리를 내린 야자수처럼, 고국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적응하고 살아야했던 파독간호사의 삶도 보여준다. 그들이 타국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적응해서 뿌리를 내리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지 그들의 삶을 해미의 시선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던 파독간호사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게 해주었다.

 

자신의 엄마가 죽기 전 엄마의 소원을 이루어주고 싶다는 한수로부터 간절한 부탁으로 선자 이모의 첫사랑 찾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해미는 그 첫사랑이 K.H라는 이니셜의 이름이라는 것만 알 뿐 선자 이모의 첫사랑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어서  '모래 사장에서 바늘 찾기'처럼 막막함을 느낀다. 한수의 간절한 부탁과 갈수록 죽음을 향해 가는 선자 이모의 모습을 볼 때 쉽게 포기할 수는 없어서 해미와 친구들은 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리고 독일에서의 1년 간의 거주 생활 중 외환위기로 인한 경제 불황으로 해미네 가족은 갑자기 귀국하게 된다.

 

그리고 귀국 후, 시간은 흘러 어느 새 해미는 어른이 되지만, 여전히 그녀는 유년의 비극과 상처에 붙들려 있다. 여전히 그녀는 상처받을까봐 두렵고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칠까봐 여전히 관계맺기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점점 다가오는 우재의 마음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피한 것이다. 달아난 것이다. 나에게 다가와 마음의 문고리를 잡고 흔드는 우재로부터. 그때 내가 원했던 건 누군가의 삶에 내가 또다시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그 무시무시한 가능성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뿐이었으니까.

-p. 263

 

그렇게 해미는 사람들과 관계 맺고 소통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독일에서 관계를 맺던 이모들과 친구들의 마음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 도피와 방황이 다시 시작된 선자 이모의 첫사랑 프로젝트를 통해 멈추고 마침내 그녀는 유년 시절 속 자신과 조우하고 화해하게 된다.  선자 이모의 일기를 읽으며 K. H를 찾는 과정 속에서 그녀는 타인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에게 다가왔던 우재에게도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연다.

 

"안녕, 그동안 잘 지냈지? 나는 지금 막 도착했어."

-p. 309

 

 작가는 마침내, 유년의 상처와 비극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한층 성장한 해미가 건네는 눈부신 안부 인사를 끝으로 이야기를 끝마친다.  이 안부 인사가 나에겐  유년의 상처를 극복하고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한 해미가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말일뿐만 아니라, 12년 만에 첫 장편 소설을 내게 된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는 말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 책 『눈부신 안부』이 유년 시절의 상처와 비극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과 화해하고 보다 성장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주기를 바래본다. 

아울러 등단한 지 12년 만에 멋지게 작가로서 한 단계 성장한 작가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무한한 응원을 보내고 싶다. 

 

YES마니아 : 로얄 s*******4 2023.06.14.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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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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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갈 때 가져갈 책으로 적당한 걸 찾다가 고른 책이에요. 자세히 찾아보고 구매한 게 아니라서 사전 정보 없이 여행지에서 읽기 시작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탁월한 선택이었네요. 카페에 앉아서 약간 따뜻한 날씨에 읽기 좋은 책이었어요. 리뷰에 책 내용 적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추상적으로 감상만 남기긴 하지만 말그대로 따뜻한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한국소설이 주는 장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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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갈 때 가져갈 책으로 적당한 걸 찾다가 고른 책이에요. 자세히 찾아보고 구매한 게 아니라서 사전 정보 없이 여행지에서 읽기 시작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탁월한 선택이었네요.

카페에 앉아서 약간 따뜻한 날씨에 읽기 좋은 책이었어요. 리뷰에 책 내용 적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추상적으로 감상만 남기긴 하지만 말그대로 따뜻한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한국소설이 주는 장점은 단어와 문장이 와닿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을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작품이었습니다.

d*********7 2023.11.1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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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 - 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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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월의 두 번째 백수린 "눈부신 안부" - 쪽수 : 316쪽 - 별점 : ☆☆☆☆☆ - 한줄 : 눈부신 별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안부   나의 유년시절은 어땠을까. '그때는 어렸으니까.'라는 말로 덮어 두었던 나의 서툴었을 몸짓들을 꺼내보는 것은 어찌 보면 두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 서툼이 드러나게 될 때, 지금의 내가 바라보게 될 그것들과 어떻게 손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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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월의 두 번째
백수린 "눈부신 안부"

- 쪽수 : 316쪽
- 별점 : ☆☆☆☆☆
- 한줄 : 눈부신 별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안부

 



나의 유년시절은 어땠을까. '그때는 어렸으니까.'라는 말로 덮어 두었던 나의 서툴었을 몸짓들을 꺼내보는 것은 어찌 보면 두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 서툼이 드러나게 될 때, 지금의 내가 바라보게 될 그것들과 어떻게 손잡을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어린 시절 가스폭발 사고로 언니를 읽고 해미의 가족은 금이 간 유리 바닥을 딛고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그때 해미의 엄마가 선택한 것은 언니(해미의 이모)가 살고 있는 독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독일에서의 생활, 그곳에는 해미는 파독간호사로 독일에 간 이모와 이모들(이모와 같은 파독 간호사 이모들)을 만난다.
시간은 흐르고 이모들의 아이들인 레나와 한수를 만나 친하게 되면서 해미도 점점 적응을 해 나가는데 한수의 부탁으로 이들 셋은 커다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뇌종양 판정을 받은 한수의 엄마인 선자이모의 첫사랑인 K.H를 찾는 일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노력을 해 보았지만 선자이모의 일기장과 이니셜만으로는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선자 이모의 죽음이 임박함을 알게 되고 한수의 간곡한 부탁 때문에 해미는 최선이라고 생각한 거짓말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이 한 행동이 모두에게 최선이라는 생각이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자책을 하게 되고 결국은 그들과 연락을 끊게 된다.

소설의 시점은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해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 나간다. 우연히 한 전시회에서 만나게 된 예전의 인연이었던 우재, 그리고 그 우재가 꺼낸 이모의 안부와 야자수 이야기.이것이 과거 해미가 박스 속에 넣어 놓고 봉인해 버렸던 선자이모의 이야기를 다시 열어보게 하고, 당시의 의도와는 다른 각도로 K.H 찾기를 다시 해 보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 오로지 첫사랑 찾기라는 목표 때문에 놓쳤던 것들을 다시 알게 된다. 선자 이모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고 (마지막에는 반전이 있다) , 이모를 비롯한 파독 간호사로 살아갔던 이모들의 삶을 보게 되었고 그러한 그들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찬란하고 눈부신 별이었음을 , 그 별들에게 따뜻한 안부를 묻게 된다.
소설이 주는 매력이 물씬 풍기는 이야기였다. 소설 하면 재미를 느끼게 하는 줄거리와 인물이 중요한데 이 소설은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도 좋았지만 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들의 맘 속에 투영되며 공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과거의 나를 통해 지금의 나를 보고, 앞으로의 나를 다짐하게 되는 그 과정이 정말 자연스러우면서도 재미있는 모든 요소를 갖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첫 시작도 야자수이고 마지막 마무리도 야자수이다.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기 위해 뿌리째 뽑혀왔던 야자수가 이제는 일부가 되어 아름다워졌다는 우재의 말이 공감과 더불어 안심이 되며 따뜻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게 되는 그런 마무리였다.오늘 이 아침에도 눈부신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고 싶어 진다.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랐으니까. 그 외롭고 고통스러운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자긍심이 있는 한 내가 겪은 무수한 실패와 좌절마저도 온전한 나의 것이니까. 그렇게 사는 한 우리는 누구나 거룩하고 눈부신 별이라는 걸 나는 이제 알고 있으니까.(p. 303)'

'황량한 바닷가에 묵묵 히 서 있는 야자수들을 보면서, 이국적인 풍경을 위해 뿌리째 뽑아 기후와 토양도 맞지 않는 곳에 심었다니 너무하네. 정말 너무해, 슬프고 사나워졌던 그 밤의 마음은 지금도 선명히 생각난다. 하지만 이제 그보다 더 간직하고 싶은 건 고운 모래사장에 털썩 주저앉으며 우재가 한 말이다. "그런 야자수들이 살아남아 이젠 제주의 일부가 되었으니, 정말 아름다운 일이지?".(p. 308)"

#백수린 #눈부신안부 #문학동네 #파독간호사 #첫사랑찾기 #눈부신별 #야자수 #소설책읽기 #북스타그램

 

 

 

YES마니아 : 플래티넘 n******m 2023.09.1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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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환대하는 소설, 한국소설 『눈부신 안부』
"서로를 환대하는 소설, 한국소설 『눈부신 안부』" 내용보기
백수린 작가의 첫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를 읽고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환대" 이다.   이 소설은 내가 28살에 홀로 호주워킹홀리데이를 떠났을 때 내가 받은 '환대'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눈부신 안부』에서 주인공 해미는 가스 폭발사고로 언니를 잃는다. 집안 분위기는 급격하게 나빠지고 동네 사람들은 연민 또는 구경거리가 난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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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작가의 첫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를 읽고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환대" 이다.

 

이 소설은 내가 28살에 홀로 호주워킹홀리데이를 떠났을 때 내가 받은 '환대'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눈부신 안부』에서 주인공 해미는 가스 폭발사고로 언니를 잃는다.

집안 분위기는 급격하게 나빠지고 동네 사람들은 연민 또는 구경거리가 난 것처럼 수군거린다. 언니의 부재를 모르는 곳에 가기 위해 해미의 아버지는 부산에 있는 회사에 취직을 하고 엄마는 해미와 동생 해나를 데리고 독일 유학을 떠난다.

낯선 독일. 그 곳에는 1973년 가족 생계를 위해 파독간호사로 떠났던 이모가 있었다.

이제는 의사가 되어 병원을 운영하는 이모와 이모와 함께 일했던 파독간호사 출신인 다른 이모들은 해미의 가족들을 환대한다.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던 독일 생활에서 해미는 이모의 배려와 새로 사귄 친구 레나와 한수와 친해지면서 조금씩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간다.

 

해미의 가족이 장녀였던 언니를 잃은 후 독일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던 건 '환대'이다.

파독간호사 출신인 이모들은 낯선 독일에 온 해미의 가족의 외로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어떤 사정으로 왔는지 묻지 않는다. 그저 한 공동체로 받아들일 뿐이다. 그 따뜻함 속에서 해미의 엄마도 해미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서 비로소 벗어난다.

 

무조건적인 환대.

 

2002년,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그 때, 시드니 공항에 내려서 막막함에 서 있던 때를 떠올린다.

나는 다른 사람이 '공항에 도착하면 백패커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라는 말을 철없이 믿었던가.

그 막막함 속에서 숙소를 잡고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녔다. 아는 이도 하나 없는 이 호주에서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우연히 길을 잃어 서점에 들렀고 책을 읽는 할머니에게 물었다. 여기 교회가 어디 있느냐고. 왜 그랬을까. 난 길을 찾아야 했는데 왜 교회를 물었을까.

정말 충동적인 질문이었다. 하지만 내 질문에 그할머니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자신은 시드니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그 친구에게 물어보겠다고. 그 분이 바로 Pat할머니였다.

내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시며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싶다고 하신 할머니.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자기에게도 두 자녀가 있는데 딸은 결혼해서 프랑스에 살고 있고 아들은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다고. 그래서 외국에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면서 힘든 일이 있으면 도와주겠다며 전화번호를 주셨다. 그 후 Pat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 꼭 나를 만나주셨다. 내가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입버릇처럼 "I am your Austrailian mother"라고 말씀하시던 할머니. 내가 먼 도시로 떠나있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전화통화를 하시며 안전을 확인하셨던 분..

 

그 분의 환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생활 내내 나를 지켜주었다.

 

『눈부신 안부』에는 이 환대들로 가득하다.

홀로 외로움을 견뎌내야 했던 해미의 마음을 알아봐 준 이모의 환대,

비록 독일 다른 도시에 있지만 같은 파독간호사들이 강제 귀국해야 하는 상황을 모른 체 하지 않고 도와주는 환대. 그리고 한국인 동료들을 위해 팔 벗고 나서 준 현지인 또는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

5.18 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고 울분을 토한 파독간호사들..

그리고 친구 한수의 엄마 선자이모의 마지막 소원인 첫사랑을 찾아주기 위한 친구 삼총사의 맹세..

이 모든 환대들이 소설 속에 차곡차곡 담겨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리고 결국 그 환대 속에 아직까지 마음을 열지 못하고 살아가던 해미가 타인을 향해 마음을 열 준비를 내딛게 해 준다.

 

 

이 소설은 결국 서로가 끝까지 사랑하는 소설이다.

그 사랑이 서로를 구원한다. 삶의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소설.

타인의 상태를 물으며 걱정하는 안부에는 관심과 따뜻함이 가득하다. 이 『눈부신 안부』는 모든 이들이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걸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안부를 전할 누군가를 떠오르게 될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i***9 2023.07.1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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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원하는대로 살고자했을뿐인데......
"단지 원하는대로 살고자했을뿐인데......" 내용보기
인간의 삶속에서 당연한 것은 없어아주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것조차 실로 당연하지 않아마치 코바늘 뜨기에서 한코만 잘못 떠도 다시 풀고 돌아가야 정상적이라고 규정하는 목표물을 뜰 수 있는 것처럼..한 코를 잘못뜨는 그 순간 당신이 원했던것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갈테니까운명이라는 것이 참으로 얄궂어 개개인마다 각기 다른 슬픔과 고난을 겪게 만든다. 그 정도만 다를뿐주인
"단지 원하는대로 살고자했을뿐인데......" 내용보기
인간의 삶속에서 당연한 것은 없어

아주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것조차 실로 당연하지 않아

마치 코바늘 뜨기에서 한코만 잘못 떠도 다시 풀고 돌아가야

정상적이라고 규정하는 목표물을 뜰 수 있는 것처럼..한 코를 잘못

뜨는 그 순간 당신이 원했던것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갈테니까

운명이라는 것이 참으로 얄궂어 개개인마다 각기 다른 슬픔과

고난을 겪게 만든다. 그 정도만 다를뿐

주인공 혜미는 자신의 사소한 말다툼이 언니를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게 해서 그것땜에 언니를 잃었다고 생각하며 슬픔과

죄책감을 안고 산다 항상 일정거리 안에 다른사람을 들이지 않은채

그동안 만나게 되는 사람들로부터 다행히 위안도 받고 즐거움도 얻지만 그런 관계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을 위해 했던 거짓말이 또다른 고통을 주고 죄책감으로 아주 오랫동안 웅크리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혜미라는 개인의 성장 스토리가 아니다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고 시대의 이념과 가치관에 부딪쳐
누구는 맞서고 누구는 순응하는 각기 다른 인간들의 선택에 따른 삶의 여정을 보여준다

순자이모는 남들이 기억하기에 조용하고 무채색처럼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했던 <생의 한가운데> 주인공처럼
암울한 상황을 이겨내고 원하는 삶을 살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뜨거운 피의 소유자였고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던 용감한 사람이었다

마지막이 참 믿기지 않은 반전이라 어떤 리뷰에서도 볼 수 없었지만
책을 읽은 사람은 다 안다
우리가 대놓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읽어보면 굳이 왜 언급하지 않는지 암묵적으로 서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사실 중요한건 반전이 아니라
한 인간이 죽는순간까지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살고자 노력했었다는것과
한 아이의 하얀 거짓말이 그 아이에게는 평생의 죄책감으로 남았지만 그로인해 한 소년은 잠시나마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었으니
거짓말한 용기와 또 끝까지 파헤쳐서 전달하고자 했던 혜미의 선한 마음이 우리의 심장을 울리고 따뜻하게 만들었기때문에 반전따윈 중요한게 아닌 것이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소설 속 문구 일부가 나의 심장을 울렁이게 하고
작가의 필력이 너무 좋아서
나는 진짜 글을 보며 눈부셨다
글인지 햇살인지 헷갈릴정도로 눈이 부셨다

제목이 눈부신 안부인데
내게는 봄날의 햇살만큼 따뜻한 위로 같았다
슬픔이나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의지와 희망이 있는 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위안과 위로가 되주는듯 했다

난 이 작가의 책을 처음 읽는데
문장이 너무 좋고
책을 읽는 순간 진짜 몇시간만에 읽어낼 정도로
너무 몰입해서 봤다
친구에게 선물도 하고 감히 추천도 한다
당신에게도 안부를 전하고 싶다 .













b******0 2024.01.0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