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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고 맑은 이슬처럼 읽힌다. 이슬이 시 안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느낌에 한몫 한다. 시인의 이름이 낯설지가 않은데, 아니 오히려 친숙하다 싶은데 내게는 기억도 정보도 심지어 시집 한 권 없다. 수업을 하면서 자주 봤던 탓이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겠다. 그랬다면 굳이 찾아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도 스스로 납득이 되고. 이제라도 온전히 만나볼 수 있게 되어 무척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쉽게 읽힌다. 그러나 쉽게 읽힌다고 쉬운 시는 아니다. 쉽게 읽히는데 쉽지 않은 글, 내가 좋아하는 글의 한 형태다. 어렵게 읽히면서 쉬운 글은 두 번 보고 싶지 않지만, 쉬워 보이는데 어려운 느낌에 맴돌다 보면 좀처럼 벗어나지 않고 싶어진다. 쉽고 쉽지 않음의 경계에서 나는 나를 데리고 논다. 앞으로는 이 경계가 더 길어질 듯해서 기대가 된다.
시인의 이력과 인터뷰 기사 등을 찾아보았다. 자료가 적지 않았다. 김주연 평론가와 인연이 깊다는 것에 연륜을 느낀다. 의사 시인이다. 보기 드문데. 다른 사람의 몸을 고치는 사람이 쓰는 시라, 마음까지 고쳐 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남을 고쳐 주면서 스스로도 고치는 사람의 자발적인 사명감, 누가 시킨다고 될 일은 아닐 것이다.
평론에서는 시가 서늘하다고 했는데 나는 따뜻하게 읽었다. 지나간 시절의 온갖 서러움과 항거조차 따뜻한 그리움으로 읽혔다. 그건 그때에 비해 지금이 좀 괜찮아졌다는 것이고, 무엇보다 시인이 그 시절의 부당함을 용서하고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시간 앞에서는 아무것도 남을 수가 없다고 했으니 오래 살면 옛 상처도 치유할 힘을 스스로 갖게 될까. 저절로 되는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고, 결국 애를 썼을 것이다. 이렇게 시를 쓰면서, 아파 하면서도 시를 놓지 않는 힘으로.
마흔 두 개는 무엇일까. 좀더 생각해 봐야겠다. 왜 하필 마흔 두 개였는지.
모처럼 책을 모으고 싶은 시인을 만났다. 한꺼번에 왕창 말고 야금야금 사서 모아 봐야지. 지루하고 호된 겨울이 끝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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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모습에 대해 변명하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위로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시를 읽는 내내, 자신의 진짜 모습을 투명하고 내밀하게 바라보려 애쓰는듯한 시인의 시선에 나까지 함께 위로를 받는듯한 느낌이었다. 시의 모든 표현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시인이 건네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박혔다. 마종기 시인이 '물'로 자신의 삶을 표현한 이유 또한 시인, 본인이 과거에 겪었던 사실들을 왜곡하지 않고 똑바로 직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유추해볼 따름이다. 이 시집을 통해, 그동안 나는 나 자신을 얼만큼 투명하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물을 통해 그리고 이슬을 통해 자신의 삶을 투명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자세는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불투명해보이는 날들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위로가 필요한 날, 가끔 이 시집을 펼쳐 내면의 자신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면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 마종기 시인의 시를 우연히 접하고 시인의 전집을 살까 했는데, 오래된 책 밖에는 없더라고요 ㅜ ㅜ 1990년대에 출판된 책이라 그 이후에 발표한 시인의 시들은 어차피 또 따로 구매를 해야할 것 같아 망설이다가 해당 시집을 먼저 한권 구매했습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시들이 많고 절절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아주 난해하지 않아서 읽기에 좋었습니다 외국에서 오래 사셨는데도 모국어로 이런 감성을 표현하신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