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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가 지나가고도 변하지 않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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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걸렸다. 독서모임이 시작되기 이틀 전이었다. 처음에는 자가진단키트 결과를 믿을 수가 없었다. 코로나가 유행할 때 이미 한 번 걸렸는데, 이제 와서 다시 걸리다니. 하지만 눈을 씻고 봐도 두 줄이었던 결과가 한 줄로 줄어들지는 않았다. 도의적으로 회사에 알리니 걱정하는 사람들 반, 요즘도 코로나가 있냐고 어이없어하는 사람들 반이었다. 사실 요즘은 코로나가 심한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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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에 걸렸다. 독서모임이 시작되기 이틀 전이었다. 처음에는 자가진단키트 결과를 믿을 수가 없었다. 코로나가 유행할 때 이미 한 번 걸렸는데, 이제 와서 다시 걸리다니. 하지만 눈을 씻고 봐도 두 줄이었던 결과가 한 줄로 줄어들지는 않았다. 도의적으로 회사에 알리니 걱정하는 사람들 반, 요즘도 코로나가 있냐고 어이없어하는 사람들 반이었다. 사실 요즘은 코로나가 심한 병은 아니다. 격리 규정도 많이 완화되었기 때문에 의사 소견서에 따라 근무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회사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연차를 쓰게 해주었다. 그 과정이 마치 잡귀처럼 부정한 존재를 내보내는 일종의 의식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겪으면서 대중들의 머릿속에 뿌리깊게 각인된 코로나의 이미지는 여전히 건재했다.   병원에 '코로나 때문에 왔다'고 접수를 하면서도 온갖 생각이 들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하지 않은데다가 영양제를 제대로 챙겨먹지 않아서 벌을 받은걸까.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을 며칠동안 계속 했더니 몸이 약해졌나. 너무 자주 아픈 것 아니냐, 면역력이 약해진 것같다는 직장동료들의 충고를 허투루 듣지 말걸 그랬나. 접수데스크에 있던 간호사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다.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고, 심한 열을 앓고난 후에 기관지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니 조심해야한다고. 그것이 나 혼자의 문제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제는 다 지나간 유행이지만 질병은 언제든, 누구에게든 닥쳐올 수 있는 불행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래도 내가 누군가에게 '위험한 존재'일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집안에서도 가족들에게 병을 옮길까봐 신경이 쓰여 최대한 스스로를 격리했다. 나는 어느 새 모두가 나를 경계하고 나조차 타인을 피하게 되는 그 장면,『페스트』의 도시 오랑에서 자주 목격되는 생활상을 재현하고 있었다.    작중에서『페스트』시대를 묘사하기 위해 자주 쓰이는 단어는 '귀양살이'와 '생이별'이다. 폐스트가 유행이 되고 한순간에 도시 '오랑'이 폐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생이별을 겪고 도시에서 본의 아니게 귀양살이를 시작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부를 편지가 아닌 전보 몇 자로 확인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좋았던 추억은 서서히 잊혀지고 감정도 옅어진다. 마침내 사람들은 사태가 해결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언젠가 만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조차도 괴로운 희망고문이라고 여기게 된다. 사랑도 희망도 사라진 사회에서는 사람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일상이 된다. 페스트에 걸린 환자는 강제로 시설에 격리되고, 시체는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로 병에 걸려 매장 당하는 가축처럼 구덩이에 버려진다. 유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인이 죽고난 뒤 그저 몇 가지 서류에 사인을 하는 게 전부다.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가 가득한 이 사회에서도,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깨달음을 통해 나아간다. 처음엔 "이 고장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117p) 자신의 행복을 더 중요시하며 마을을 빠져나가려고 애쓰던 랑베르도,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신이 준 고난에서 찾으며 모든 것을 믿음으로 받아들여야한다고 주장하던 파늘루 신부도, 나름의 깨달음을 얻으며 성장하게 된다. 바로 '이 재난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연대 의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유처럼 도시의 의사로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루처럼 도시 안에서 보건대를 조직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도 있다. 두 사람 모두 페스트와 투쟁하기 위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인물이다.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재난 속에서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은 타의 귀감이 되지만, 그러면서도 점차 마음과 몸이 무너져내리는 장면은 독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야기의 서술자는 그들의 영웅적인 모습을 '칭찬받을 것은 못 된다'고 과감하게 말한다.(177p)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필연적인 결론을 내린 특출난 인물보다는,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애썼던 조용한 개개인이 더욱 주목받기 원한다. 그런 의도에서 서술자가 선택한 인물은 '그랑'이다. 그랑은 시청의 공무원이다. 보건대가 조직되자 그는 환자의 등록과 통계작업을 맡겠다고 기꺼이 나선다. 리유나 타루처럼 주목받는 역할은 아니지만, 그가 맡는 일은 도움이 된다. 특히 그가 책을 쓰기 위해 거듭 첨삭을 반복하는 서두의 '우스꽝스러운' 몇 문장은 리유나 타루가 페스트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분위기를 환기시키도록 돕기도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깨달음에 도달하는 건 아니다. 이야기는 코타르라는 인물이 자살시도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되어 페스트 사태가 일단락된 이후 그가 경찰에게 체포되는 장면으로 끝난다. 코타르는 자신이 저지른 죄로 인해 언제든 경찰에게 잡혀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랬기 때문에 페스트 사태로 공권력이 약해지자 그는 안도하면서도 사사건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보건대가 조직될 때도 그것은 '내 직업'이 아니라고 말하며(209p), 사람들이 페스트가 엄습해올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속에서 살아갈 때 그것이 자신이 느끼던 공포와 비슷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공포 속에서 가장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셈이다.(259p) 작중에서 그가 이미 저질렀던 범죄가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술자는 그가 저지른 가장 큰 죄악은 “어린아이들 그리고 인간들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 마음 속으로 옳다고 긍정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394p)    서술자는 특출난 누군가가 영웅이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를 원하지 않는 듯하다. '조용한 미덕'(180p)을 발휘하는 그랑같은 인물이 많아지는 세상, 코타르 같은 인물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말하는 것같다. 서술자가 '그랑'이 페스트를 이겨내는 모습과, 코타르가 그의 죄에 마땅한 징벌을 받는 장면을 결말로 채택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리라.
그렇다, 인간이 소위 영웅이라는 것의 전례와 본보기를 세워 놓고 싶어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반드시 이 이야기 속에 한 사람의 영웅이 있어야 한다면, 서술자는 바로 이 보잘 것 없고 존재도 없는 영웅, 가진 것이라고는 약간의 선량한 마음과 아무리 봐도 우스꽝스럽기만 한 이상밖에는 없는 이 영웅을 여기에 제시하고자 한다. 그렇게 하면, 진리에겐 그 진리 본연의 것을, 둘 더하기 둘의 합에는 넷이라는 답을, 그리고 영웅주의에는 부차적이라는 본래의 지위, 즉 행복에 대한 강한 욕구 바로 다음에 놓이되 결코 그 앞에 놓일 수는 없는 그의 지위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렇게 하면 이 연대기에도 그 나름의 성격, 즉 선량한 감정, 말하자면 선동적이지도 않은 감정으로 이루어진 기록의 성격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184p.)
     『페스트』가 막을 내린 뒤, 오랑의 사람들은 기뻐하며 "페스트가 끝났다", "공포의 시기는 지나갔다"고 말한다. 페스트가 앗아갔던 자유와 행복, 그 속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갔던 사람들, 사람이 존엄하게 죽지못했던 그 시절의 일은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오늘날 팬데믹이 지나간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매한가지다. 우리 역시 오랑의 사람들처럼 "코로나 때문에 지속되었던 귀양살이도, 생이별도 모두 끝났다"고 손쉽게 말하곤 한다.    그러나 카뮈가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강조하는 '부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늘 우리의 가까이에 있다. 『페스트』 에서는 그것이 '병'이었고, 작가인 카뮈 본인의 삶에서는 '전쟁'이었다. 거대한 부조리 앞에서 우리는 인간다움을 잃기 쉽다. 우리가 재난 속에서 타인의 고통을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한 미덕'을 발휘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h******7 2025.06.04. 신고 공감 20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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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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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을 겪으면서 한번쯤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과 내 주변인들의 안녕을 기원하듯 새삼 깨닫지 못했던 소중함과 관계들을 되돌아보고자 산 책!!! 첫 페이지를 읽는데 어딘지 부자연스러운 문맥에 몰입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출판사의 책을 미리보기 해서 봤더니... 아~~ 번역이 이래서 중요하구나를 느끼는 순간입니다. 원서나 다른 번역본을 옆에 두고 비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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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을 겪으면서 한번쯤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과 내 주변인들의 안녕을 기원하듯 새삼 깨닫지 못했던 소중함과 관계들을 되돌아보고자 산 책!!! 첫 페이지를 읽는데 어딘지 부자연스러운 문맥에 몰입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출판사의 책을 미리보기 해서 봤더니... 아~~ 번역이 이래서 중요하구나를 느끼는 순간입니다. 원서나 다른 번역본을 옆에 두고 비교하며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에게 외국문학책을 고를 때 도서금액보다도 번역된 문맥의 흐름이 중요하다고 신중해야 한다는 말을 하게 되네요. 도서금액과 민음사 출판사 믿고 덜컥 구매한 걸 후회하고 있습니다.
n*********l 2020.03.12. 신고 공감 1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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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 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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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식민지 시대인 194×년, 아프리카 알제리의 대도시 오랑에는 피를 토하고 죽은 쥐들이 골목을 메우더니 전염병이 돌기 시작됐다. 폐쇄된 도시에서 페스트와 싸우며 지내던 오랑 시민들의 10개월을 그린 1947년 작 이 소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펜데믹을 선언한 현재의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마지막 단락을 먼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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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식민지 시대인 194×, 아프리카 알제리의 대도시 오랑에는 피를 토하고 죽은 쥐들이 골목을 메우더니 전염병이 돌기 시작됐다. 폐쇄된 도시에서 페스트와 싸우며 지내던 오랑 시민들의 10개월을 그린 1947년 작 이 소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펜데믹을 선언한 현재의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마지막 단락을 먼저 소개해본다.

 

시내에서 올라오는 환희의 외침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리유는 그러한 환희가 항상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 기쁨에 들떠 있는 군중이 모르는 사실, 즉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은 수십 년간 가구나 옷가지들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수건이나 낡은 서류 같은 것들 속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있다가 아마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서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갖가지 재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류의 불행을 예측하면서 끝난 이 소설의 또 다른 시작이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시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에서 페스트가 빠르게 번지자 사람들은 공포와 함께 반성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있다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현재 내 모습을 성찰해보고자 한다.

 

의사 리유는 사람들에게 페스트를 진단하는 일을 맡고 있다. 페스트가 돌기 전에는 존경받는 의사였지만 진단의가 되자 사람들은 저승사자를 보는 것처럼 그를 두려워한다. 리유는 원칙주의자로 어떤 예외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냉정하게 사태를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 병의 한가운데를 헤쳐 나가는 중이다.

 

신문기자인 랑베르, 우연히 오랑에 머물고 있는 타루, 시청 서기로 모범적 삶을 살고 있는 그랑, 자살미수자 코타르 등이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페스트가 신의 징벌이므로 사람은 신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다는 파늘루 신부는 병명 미상으로 죽고, 의사 리유처럼 오랑 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꼼꼼하게 기록하던 타루도 페스트의 희생자가 된다. 패스트는 사람을 가리지 않았고, 오랑 시에는 시신을 묻는 대신 화장할 수밖에 없을 만큼 희생자가 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공포 속에서도 시민들은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랑은 퇴근 후 두 시간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만의 글을 쓰고 고치는 시간으로 삼고 있었다그에게는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는데 그는 그 시간을 기꺼이 보건대 자원봉사로 썼다. 취재차 들어온 외부인이기 때문에 폐쇄된 도시에 갇히는 것은 부당하다고 외쳤던 랑베르는 막상 도시를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남아있기로 결정한다.

 

서술자는 오랑 시가 폐쇄에서 풀려났을 때,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애쓴 영웅을 굳이 말하라고 하면 의료진이나 당국의 높은 인물들이 아니라 시민들이라고 말한다. 시민들은 어느 날 갑자기 폐쇄된 도시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이별을 하고 귀양살이와 같은 격리기간을 겪었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자신의 직분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책에도 가짜뉴스가 나오고 터무니없는 루머에 비이성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 모습이 나온다. 격리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을 좁혀오는 죽음과 불행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기도 하고, 페스트균이 살지 못하게 알콜을 마시기도 한다. 제각각 불만이 있어 서로의 마음을 할퀴기도 하지만 결국 페스트를 몰아낸 것은 타인을 배려하는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이었다.

 

아침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뉴스를 먼저 찾아보게 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뉴스의 댓글에는 응원과 격려보다는 질타, 불만들이 더 많아 보인다. 각자 표현의 방식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비이성적 댓글을 보면 타루가 마지막 순간에 한 말이 떠오른다.

 

나는 인간의 모든 불행은 그들이 정확한 언어를 쓰지 않는 데서 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정도를 걸어가기 위해 정확하게 말하고 행동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현재의 펜데믹 상황을 이겨내는 모범답안임을 알려주는 이 책을 읽고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아래의 한 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면서라도 전진을 계속해야만 하고 선을 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영웅은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서 선을 행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웅은 이름 남기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다만 그들을 흠모하는 이들의 기록에 의해 남겨질 뿐이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에게는 영웅이 너무 많으므로 일일이 그 이름을 알아낼 방법이 없다.

 

t******e 2020.03.22. 신고 공감 1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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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로 읽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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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어를 했다면 원서로 읽고싶었겠지만..불어를 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원서로 읽었다면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까??불어 단어 하나하나를 번역했는지 문장 자체가 굉장히 어색하고 가독성이 많이 떨어짐.읽기시작한지 벌써 몇달째인데 중간도 못읽고 한두장 읽다가 팽개쳐버림.코로나 창궐로 "책을 읽어드립니다"에서 추천했다길래 구매하여 읽기 시작했는데 비추천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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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어를 했다면 원서로 읽고싶었겠지만..
불어를 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원서로 읽었다면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까??
불어 단어 하나하나를 번역했는지 문장 자체가 굉장히 어색하고 가독성이 많이 떨어짐.
읽기시작한지 벌써 몇달째인데 중간도 못읽고 한두장 읽다가 팽개쳐버림.
코로나 창궐로 "책을 읽어드립니다"에서 추천했다길래 구매하여 읽기 시작했는데 비추천합니다.
t*********8 2020.08.02. 신고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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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엉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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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학 작품을 모국어로 읽는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일까요? 김화영 님이 번역한 페스트를 읽으며 뼈저리게 느낀점입니다.   번역이 너무 엉망이라 불어를 처음부터 배워서 읽는 게 더 나을 지경입니다. 번역하신 박사님이 아는 건 많은데 그걸 남도 알기 쉽게끔 풀어내는 역량은 부족하신 것 같습니다. 김화영 님이 번역한 작품은 앞으로 고르지 않을 생각입니다.   분명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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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학 작품을 모국어로 읽는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일까요?

김화영 님이 번역한 페스트를 읽으며 뼈저리게 느낀점입니다.

 

번역이 너무 엉망이라 불어를 처음부터 배워서 읽는 게 더 나을 지경입니다.

번역하신 박사님이 아는 건 많은데 그걸 남도 알기 쉽게끔 풀어내는 역량은 부족하신 것 같습니다.

김화영 님이 번역한 작품은 앞으로 고르지 않을 생각입니다.

 

분명 좋은 책일텐데 충분히 음미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세계 최고의 위스키에 소맥을 타 마신 기분입니다.

d********6 2021.10.30. 신고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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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 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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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4월의 첫 번째알베르 카뮈 "페스트" 오래전에 쓰여진 작품속의 이야기가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염병이 생겨나고 그 안의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그 현상을 대하는 모습들..그리고 대재앙 앞에서 속수무책인 인간의 모습들..누구나 마음속에 보이지 않은 세균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대처해야하는 우리 모두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다.마지막 문장은 그야말로 우리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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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4월의 첫 번째
알베르 카뮈 "페스트"

 

오래전에 쓰여진 작품속의 이야기가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염병이 생겨나고 그 안의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그 현상을 대하는 모습들..
그리고 대재앙 앞에서 속수무책인 인간의 모습들..
누구나 마음속에 보이지 않은 세균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대처해야하는 우리 모두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마지막 문장은 그야말로 우리 인간의 자만과 나태함에 경종을 울려주는 듯 했다.

 

'공포가, 그리고 공포와 함께 반성이 시작된 것은 바로 그때부터였다. (p36)'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은 수 십년간 가구나 옷가지들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수건이나 낡은 서류 같은 것들 속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있다가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서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p402)'

'이 기록은 다만 공포와 그 공포가 지니고 있는 악착같은 무기에 대항해 수행해 나가야 했던 것, 그리고 성자가 될 수도 없고 재앙을 용납할 수도 없기에 그 대신 의사가 되겠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개인 적인 고통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에 대란 증언일 뿐이다. (p401)'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스스로를 살펴야지 자칫 방심하다가는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병독을 옮겨 주고 맙니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그 외의 것들, 건강,청렴,순결성 등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될 의지의 소산입니다. 정직한 사람, 즉 거의 누구에게도 병독을감염시키지 않는 사람이란 될 수 있는대로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코 해이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한 의지와 긴장이 필요하단 말입니다.(p329)'





YES마니아 : 플래티넘 n******m 2020.04.03.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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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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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었으면서 읽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던 소설 중의 하나다. 아주 유명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읽어야겠다고 생각해 온 소설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고전이라고 평가받는 작품들 중에 이런 게 더러 있는데 계획했던 만큼 다 읽을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 옛 고전 작품 중에 안 읽은 것도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새로 나온 작품들까지 고전으로 들어서고 있으니 즐거운 부담이라고 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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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었으면서 읽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던 소설 중의 하나다. 아주 유명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읽어야겠다고 생각해 온 소설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고전이라고 평가받는 작품들 중에 이런 게 더러 있는데 계획했던 만큼 다 읽을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 옛 고전 작품 중에 안 읽은 것도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새로 나온 작품들까지 고전으로 들어서고 있으니 즐거운 부담이라고 해 두자.


소설, 재미 썩 없었다. 제목만으로 분위기는 짐작되었고, 흘러갈 방향도 가늠할 수 있었고,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더러 봤던 탓인지 새로운 느낌은 없었다. 거꾸로여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런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작품이 나왔을 당시에 이 소설을 읽었더라면 아마 나도 아주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영화 '괴물'에서 송강호를 격리하던 의사와 당국의 처사를 보았던 것마냥.


우리가 뭔지 모르는 상태로 공격을 받는 것들은 모두 위험하다고 여긴다. 그게 병균이든지 적의 침입이든지. 모른다는 건 곧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고, 죽음은 근원적인 공포가 된다. 살기 위해 사는 건데,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 채 죽음을 마주하고 있다면, 그게 또 전염이기까지 해서 나 아닌 사람조차 죽음으로 다가온다면 어떨 것인가. 카뮈는 어떻게 그 시절에 이런 상상을 했더란 말인가. 


남들보다 뛰어난 영혼도 있는 게 맞겠다. 보통 사람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것을 생각해 내고, 의문을 일으키고, 대안을 마련하고, 위험을 호소하고, 연대를 주장하는 사람들. 특별한 사명감을 갖게 된 사람들. 그 또한 그들의 운명인 것인지, 하나도 남다를 게 없는 나로서는 그저 감탄하고 동경하고 공감하다가 아주 조금 참여하는 듯한 흉내를 낼 따름이다. 지금이 아무리 어려운 시대라고 해도 내가 앞선 시대의 사람들보다 나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좋은 읽을 거리가 이렇게 많은 것만 해도 그렇고. 


번역문은,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예전에는 김화영 교수의 글에서 어색한 느낌을 안 받았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거슬리는 부분들이 보인다. 그동안 잘된 번역문을 많이 봐 왔던 영향일 수도 있겠는데,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들에서 자꾸만 걸린다. 이게 잦으니까 신경이 쓰인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18.10.01.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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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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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는 소설책이라기 보다는 철학책이다.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이겨 나가야할지에 대한 생활 방향을 제시해 주고, 더 나아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지침서이다. 그럼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결론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며, 가장 기본적인 규칙들을 지켜나가며 해이해지지 않고 자신을 철저히 돌보며, 세상에 공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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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는 소설책이라기 보다는 철학책이다.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이겨 나가야할지에 대한 생활 방향을 제시해 주고, 더 나아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지침서이다. 그럼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결론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며, 가장 기본적인 규칙들을 지켜나가며 해이해지지 않고 자신을 철저히 돌보며, 세상에 공감하는 것이다. 한순간의 해이함이 내 안의 코로나 균을 뿜어내어 사랑하는 내 가족을, 나와는 상관도 없는 마땅히 행복해야만 하는 사람들을 전염시켜 불행에 빠뜨리고 종국에는 죽음에도 이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내 안에 코로나 균이 있어 내가 해이해지는 순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책에서는 온간 습관의 총체가 성스러움이라고 한다. 우리의 해이하지 않는 성실한 삶의 습관이 바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인류를 구원하는 성스러움인 것이다.

소설 중 인물 타루는 리유에게 묻는다. ‘선생님에게 페스트는 어떤 존재죠리유는 말한다. ‘끝없는 패배지요패배는 페스트로 인한 죽음을 뜻한다. 리유는 말은 끝없는 패배라고 하지만 그는 신이 있다면, 신이 죽음과 끝까지 싸워 이겨줄 것을 바랄거라 생각하고, 실제로 끝까지 싸운다. 이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던 우정어린 동지인 타루의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끝까지 그는 패스트와 싸워 결국은 패스트가 물러나는 것을 보고야 만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페스트는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고, 수십년간 우리 주변에 꾸준히 숨죽이고 살아남아 있다가 우리가 해이해지는 어느 순간에 다시 스물스물 기어나와 순식간에 다시 인류를 불행의 늪에 빠뜨릴 것이라고.

저자는 책에서 질병이 느슨해질수록 도덕도 해이해진다고 한다. 코로나가 이렇게 기승을 부리는 것이 우리의 도덕적 해이가 불러온 결과가 아닐까.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어쩌면 신이 오만해진 인간에게 약간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인간이 어서 겸손을 다시 찾아 이 위기를 이기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 그 위에서 행복을 찾기를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b********a 2020.12.15.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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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4. 431. 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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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에서 먼저 만났던 ‘알베르 카뮈’. 책이 좀 어려워서 카뮈의 책도 어려울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술술 읽힌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페이지가 한참 넘어가 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시간은 훨씬 더 많이 지나있다. 잘 읽힌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디게 읽힌 모양이다. 소설임에도 시간이 꽤 걸려서 당황했다. 게다가 오래 걸리기도 해서 한 번에 읽기에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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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에서 먼저 만났던 알베르 카뮈’. 책이 좀 어려워서 카뮈의 책도 어려울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술술 읽힌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페이지가 한참 넘어가 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시간은 훨씬 더 많이 지나있다. 잘 읽힌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디게 읽힌 모양이다. 소설임에도 시간이 꽤 걸려서 당황했다. 게다가 오래 걸리기도 해서 한 번에 읽기에는 마음이 무척 힘들다. 중간 중간 휴식 같은 책을 읽으며, 쉬어 가며, 손에 놓지 못한 채 읽었다. 어렵지 않지만 쉽게 읽히지도, 편하게 읽을 수도 없는 책이다.

이런 시국이라 더 그랬을지도. 다른 때라면 흥미롭게 그렇구나 하며 읽고 넘겼을 이야기를, 몹시 공감하며, 이해하며, 함께 불안해하며 읽었기에 마음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처음 대구에 모 종교에 집단 감염이 퍼지자, 나는 흡사 밖에 좀비가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그들이 돌아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곳에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녔을지 상상만으로도 소름 돋고 역겨웠다. 그런 나의 이미지가 이제 쥐로 바꼈다. 쥐에서 옮아온 치사율이 엄청난 이 흑사병의 그림이 그려진다. 다행히 우리의 치사율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가장 다르다.

전체적으로 서술자가 그리고 있는 대중들의 심리가 인상적이다.

-       사실 재앙이란 모두가 다 같이 겪는 것이지만 그것이 막상 우리의 머리 위에 떨어지면 여간해서는 믿기 어려운 것이 된다. (54)

-       자기에게는 아직 모든 것이 다 가능하다고 믿었으며 그랬기 때문에 재앙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추측했던 것이다. (55)

당연히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것이 재앙이며, 자신들의 목숨까지 쉽게 앗아갈 수 있다는 건 쉽게 받아들일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재앙인지조차 자각하기가 힘들다. 시간이 지나보면 아, 그것이 재앙의 시작이었구나, 아 지금 내가 재앙의 대혼돈의 중심에 놓여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터이다.

-       그때 우리가 끊임없이 마음속에 지니고 있었던 공동, 과거로 돌아가고만 싶은, 혹은 그 반대로 시간의 흐름을 재촉하고만 싶은 구체적 감정, 어이없는 요구, 저 불타는 화살과도 같은 기억, 그것이 바로 귀양살이의 감정이었다. (98)

-       이 모든 변화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 유별났고, 또 너무나 재빨리 이루어진 까닭에, 그것이 정상적이고 지속성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결과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개인적인 감정들을 제일의 관심사로 여기고 있었다. (110)

그래서 놀라웠던 것은 책에서 주로 그리는 고통은 옆에 다가온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누군가를 잃는, 혹은 떨어지게 되어 느끼게 된 불안에서 왔다. 내가 잘못 파악한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는 상황보다 누군가와 생이별을 해야만 하는 공포를 많이 묘사하고 있다. 이해 못한 부분. 물론 사랑하는 이와 갑작스레 헤어지게 된다면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나의 죽음을 보지 못하고 이별의 고통만 느끼게 될지는 의문이다.

-       사람이란 기다림에 지치면 아예 기다리지 않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들의 도시 전체는 미래의 희망 없이 살고 있었다. (336)

-       아직 불행과 고통의 태도가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그것을 예리하게 느끼지는 않았다. (중략) 불행은 바로 그 점에 있는 것이며, 또 절망에 습관이 들어 버린다는 것은 절망 그 자체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238)

-       그 사람들은 점점 더 빈번하게 자기 자신들이 규정해 놓은 위생 규칙을 소홀히 하고, 자기 자신들 몸에 실시하기로 했던 수많은 소독 규칙을 잊어버렸으며, 때로는 전염에 대한 예방 조치조차도 취하지 않고 폐장 페스트에 걸린 환자들 곁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253)

결국 길어진 재앙 속에서 사람은 무너지게 된다. 어떤 희망도 갖지 못한 채 현재의 괴로움에 파묻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지, 존재하고 있는지, 혹은 그저 있음을 유지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무뎌지고 만다. 그 상황에 무뎌져 뭐가 중한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는 그 재앙을 더 혼돈으로 몰고 간다.

  이 지점이 지금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많은 이들이 조금 길어진 이 숨막히는 상황에서 아둥바둥하며 못 견디고 자꾸 이탈을 감행한다. 애초에 나와 상관없는 일인양 살았던 사람들도 그렇지만 따뜻한 봄기운에 자꾸 방심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섣부르게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조짐이 보인다. 무섭다. 아직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은 이 시점에 섣부른 행동으로 반전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다. 제발….

  서술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일어난 일을 그리는, 그러면서 차분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하는 주인공. 그래서 더 무섭고 걱정되었다. 언제 쓰러져도,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       단지 페스트를 겪었고, 그리고 그것에 대한 추억을 가진다는 것, 우정을 알게 되었으며 그것에 대한 추억을 가진다는 것, 애정을 알게 되었으며 언젠가는 그것에 대한 추억을 갖게 되리라는 것, 그것만이 오로지 그가 얻은 점이었다. (378)

-       그 잊힌 사람들, 이제 동반자라고는 아주 생생한 고통밖에는 없게 된 사람들, 또 그 순간 사라져 간 사람의 추억밖에는 매달릴 곳이 없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사정이 전혀 달라서, 이별의 슬픔은 절정에 달했다. (384)

하지만 그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며, 많은 것을 견뎌내고, 심지어 꽤 깊은 우정과 자신의 사랑도 잃은 그 시간을 견뎌내면서 자신에게 남은 것을 살핀다. 어쩌면 모든 것이 지나간 그 곳에서 온전히 자신만의 슬픔과 고통 속에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크나큰 책임감으로 자신을 지탱하다, 이제야 조금은 숨 쉴 수 있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       리유 어린애들마저도 주리를 틀도록 창조해 놓은 이 세상이라면 나는 죽어도 거부하겠습니다.” (285)

  아마 주인공만큼이나 많이 언급될 사람이 아마 타루일 것이다. 타루라는 사람이 가지는 매력, 그만이 지니고 있는 윤리관은 몹시 강직했다. 페스트안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그는, 언제나 페스트 안에서 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지나가는, 끝나가는 상황에서 자신이 할 일은 끝난 것처럼 자신의 생명도 내려놓았다. 안타깝게도, 그는 진정 페스트에 휩쓸려갔다. 다시 읽는다면 좀 더 중점적으로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인물이다.

  한동안 보지 않았던 코로나 관련 정보를 검색했다. 티비나 라디오 같은 어떠한 매체도 이용하고 있지 않아서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수치는 경이로웠다. 완치자의 수치가 이렇게나 많이 늘었다니. 17개월 아가의 재확진 소식과 한 명 한 명 사망자가 나올 때마다 무척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완치자가 이렇게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게 마음이 놓인다. 누가 뭐라든 우리는 지금 잘 해내고 있다.

-       인간에게는 경멸해야 할 것보다는 찬양해야 할 것이 더 많다는 사실만이라도 말해 두기 위하여, 지금 여기서 끝맺으려고 하는 이야기를 글로 쓸 결심을 했다. 그러나 그래도 그는 연대기가 결정적인 승리의 기록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기록은 다만 공포와 그 공포가 지니고 있는 악착 같은 무기에 대항해 수행해 나가야 했던 것, 그리고 성자가 될 수 없고 재앙을 용납할 수도 없기에 그 대신 의사가 되겠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개인적인 고통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에 대한 증언일 뿐이다. (401)

책과는 다르게 다행히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았다. 지병이 있었거나 몸이 힘드셨던 분들에겐 큰 재앙이었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도왔기에 우리 모두 버티고 있고,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봉쇄하지 않았고(봉쇄 좀 했으면 하는 곳이 전혀 안 해서 오히려 문제였지만), 그래도 우리는 나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지금 당장 경멸해야 할 일 보다는 찬양하며 서로를 북돋울 일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주인공 리유와 그의 동지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의 주인공인 우리에게 찬양을 보낸다.

g********o 2020.03.28.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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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2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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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페스트에서 페스트에 대응하는 가장 주된 태도이자 작품 의식은 반항이다. 그런데 그 반항이 당시로서는 초월적인 존재, 즉 페스트라는 전염병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리유와 타루를 비롯한 보건대는 반항적 태도를 통해 그들이 닥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다거나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오롯한 승리를 거둘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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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페스트에서 페스트에 대응하는 가장 주된 태도이자 작품 의식은 반항이다. 그런데 그 반항이 당시로서는 초월적인 존재, 즉 페스트라는 전염병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리유와 타루를 비롯한 보건대는 반항적 태도를 통해 그들이 닥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다거나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오롯한 승리를 거둘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계속하였고 페스트는 끝이 났다. 비록 이 끝이라는 것은 페스트의 완전한 종말을 의미하지 않지만 책 페스트 속 인물들은 연대를 통하여 끝을 향해 나아갔던 것이다.

리유가 말했듯이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아마 언젠가는 교훈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서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것임을 우리도 안다. 카뮈의 삶 속 전쟁이라는 초월적 비극이 소설 속 페스트로 이어졌듯이 우리 시대에는 covid-19 사태로 이어졌다. 우리가 연대하여 covid-19이라는 강력한 바이러스에 반항하고 투쟁한다고 영원한 승리나 결정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환자를 진단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함으로써 각자의 본분에 충실한다 하여도 아무런 성과 없이 이 사태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땅히 반항해야 한다. 그것이 완전한 승리에 도달할 수 없더라도 우리는 계속하여 연대하고 투쟁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를 카뮈는 소설 전반에서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소설 전반부에서 페스트에 도피적 태도를 보였던 기자 랑베르는 혼자만 행복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말하며 보건대에 합류한다. 그리고 오통 판사 아이의 죽음은 연대와 반항의 메시지를 가장 비극적으로 전달한다. 아이의 죽음은 종교적 신념 아래 페스트에 체념적 태도로 일관해온 파늘루 신부 마저도 연대에 합류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이 둘의 연대는 현대에 와서 이 책을 읽는 우리들이 찝찝한 감정과 깊은 통찰을 동시에 경험하게 만들어준다. 그러한 신선한 자극만으로도 카뮈의 페스트는 큰 의미가 있는 소설이다. 또한 책 페스트는 우리가 왜 covid-19에 맞서 싸워야 하는지 그 이유를 과학적 분석 따위보다도 냉철하게 보여주고 우리가 계속하여 반항할 수 있는, 연대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0*****s 2020.04.03.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