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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란 모름지기 '미쳐 날뛰면서 보는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절제된 감정으로 경기에 대해 곱씹는 여자, 최영미를 만나면서 이렇게 얌전한 축구 읽기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할 수 없겠지만.
작가는 98 프랑스 월드컵을 기점으로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러고나서 2002 한일월드컵은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였으니.. 그녀의 축구 사랑에 확실한 불을 지폈을 것 같기도 하다. 책은 닉 혼비의 피버 피치와 유사한 편집을 보여주고 있는데(k리그 관전기 부분) 피버 피치와 견주어 봤을 때 최영미 시인만의 차분한 관람기가 일품이다. 물론 실제의 그녀는 경기를 보면서 차마 듣기도 거북한 걸쭉한 욕을 퍼부을테다.(분명하다) 그걸 책에 그대로 옮겨 놓을 수 없으니 이렇게 잔잔하게 비춰진 것이겠지.
하지만 대체로 축구 경기를 음소거해놓고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나는 조금 아쉬웠다. 나는 전형적인 광분형 축구팬으로써 평소에는 단 한마디도 뱉을 수 없는 욕을 경기 내내 달고 찬스나 골이 터질 때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축구와 한몸이 되는 스타일인데 이 책에는 주로 축구를 통한 작가의 생각이나 깨달은 바를 소소하게 적고 있어서 축구 경기를 스포츠로 해석했다기 보다는 예술로(?) 한차원 끌어올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노동계급의 응원방식(??)에 더 친근함을 느끼는 나에겐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가의 생각에 대체로 공감한다. 축구가 왜 좋으냐고 묻는 이들에게 딱히 이거다-싶은 대답을 내놓지는 못하지만, 어쨌거나 모순투성이에 스트레스로 꽉 들어찬 세상에 퀘퀘한 냄세가 풍기는 두뇌와 음모들의 싸움이 아닌 깨끗한 육체들의 상쾌한 경쟁을 사랑하여 축구라는 스포츠에 매료된 것만큼은 나도 사실이니까.
피버 피치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여류시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축구를 감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닉 혼비의 차분하게 날뛰는(?) 스타일도 좋았고 최영미의 뜨겁게 잔잔한 스타일도 좋았다. 이 멋진 중년의 여성은 이 후에도 축구를 쭉 사랑할 것 같고,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으로 태어나 건진 최상의 것'을 축구로 여기는 여자들도 늘어날 것이다. 생뚱맞지만, 이 책을 빌미로 여축덕들의 증가와 발전도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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