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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를 좋아하나 한문에 능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중국 고전을 좋아합니다. 한자 세대이기도 하지만 한자는 글자 하나에 많은 축약이 담겨 있어 생각의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배우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우나 동양적 사유의 바탕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사고확장형입니다. 예를 들어 공(空) 한 글자 하나에 온 우주를 담을 수 있는 특이한 문자 체제입니다. 명확하지 않고 두루뭉술하여 합리적이지 않은 면도 있지만, 사상적인 면에서는 '자신이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문자를 통해 자신만의 의식을 넓혀나갈 수가 있습니다.
한시의 멋을 안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고교 시절에는 그냥 시험용으로 외우고 이해했을 뿐이었고, 그 이후로도 중국의 당대 3대 시인이라는 이백, 두보, 백거이 등에 끌려 당시선집(唐詩選集)을 읽긴 했는데 전문가의 해석에 감명을 받았거나 그런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서정적인 자연과 삶의 쓸쓸함을 연결하는 실존적 자각에 가끔 공감하곤 했지만요. 그러다가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한시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사성 성조를 통해 이론으로만 배운 한시의 구조를 깨우치게 되었다는 거지요.
시는 운율입니다. 요즘의 현대시는 파격에 가까운 언어적 유희일지 몰라도, 오래된 시들은 리듬이 있습니다. 한시를 중국어로 조금만 크게 리듬을 넣어 읽으면 악부(樂府)가 아니라도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들립니다. 어떤 정형의 틀이 미리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 아니라 듣기 좋고 느낌 좋은 리듬이 한시의 정형으로 고착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EBS의 [세계테마기행] '중국 한시 기행'을 보면서 더욱 실감했습니다. '평기식(平起式)'이니 '측기식(仄起式)'이니 압운(押韻)이니 하는 공부가 뭔지 절로 느꼈습니다.
이제는 유작이 되어버린 신동준 선생의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 수정 증보판을 읽고 있습니다. 한번 휘리릭 보고 책장으로 보낼 책이 아니라서 곁에 두다 보니 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생의 말을 빌리면, 장섭의 ‘주소본’을 저본으로 삼기는 했으나 진완준의 ‘보주본’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해당 시마다 주석으로 반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 주석서를 두루 참고하되 시의에 부합지 않는 불필요한 주석은 과감히 생략하고 상세한 주석이 필요한 대목은 『사기』 등의 사서 등을 참조해 독자적으로 채워 넣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청(淸)나라 건륭제 28년(1763) 손수(孫洙)가 편찬했다는데, 당나라 시인 77명의 주옥같은 시 320수(원래 310수 + 주소본 추가 10수)와 부록 4편이 실려 있습니다. 오언/칠언 고시(古詩), 오언/칠언 율시(律詩), 오언/칠언 절구(絶句)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는데요, 옛 기억을 더듬어 한시 용어를 다시 찾아봤습니다. 총 8행의 시가 '율시'이고, 율시의 절반인 4행으로 된 시는 '절구'라고 합니다. 글자 수나 압운(일종의 라임 rhyme)/ 각운(행의 끝에 들어가는 압운) 등 한시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시를 '고시'라고 하구요.
일단 한 수 감상부터 해야지요, 오언고시 '005. 이백李白 - 하종남산과곡사산인숙치주下終南山過斛斯山人宿置酒 : 종남산에서 내려와 곡사산인의 집에 들러 술을 마시며' 편의 일부(1~4구)입니다.
暮從碧山下 모종벽산하 날 저물어 푸른 산에서 내려오니 산행을 많이 하는지라 이 시의 느낌이 완연히 와닿습니다. 특히 지리산이나 설악산 종주하면서 이런 마음이 많았지요. 그런데 한시는 그 명확하지 않은 문자의 여백으로 인하여 해석자의 시적 감각에 따라 표현이 많이 달라집니다. 4구의 창창蒼蒼은 초목이 무성한 모습이라 하고 취미翠微는 산에 어렴풋이 끼는 흐릿한 기운이라 합니다. 다른 분의 글을 보니 "푸르고 푸르구나, 안개 산허리를 둘렀네." 또는 "푸르디푸른 안개 기운 산허리를 둘렀구나."라고 하였습니다. 비전문가의 처지에선 그려지는 이미지만 좋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주선酒仙 이백의 시도 더러 좋아하지만 취음선생醉吟先生 백거이의 삶과 시가 더 좋습니다. 지난번 중국 낙양에 갔을 때 용문석굴 맞은 편에 있는, 백거이가 거주했다는 향산사(香山寺)와 그의 무덤 백원白園에도 다녀왔습니다. 이백이야 하늘이 내려준 시를 쓰니 흔히 시선詩仙이라 일컫고, 두보는 고치고 또 고쳐 시를 짓는 완벽주의 시성詩聖에 비유합니다. 백거이는 현실적 소재를 많이 다루어 누구나 쉽게 시를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하여 ‘시의 요술사’ 곧 시마(詩魔)로 한다더군요. 그 유명한 장한가 마지막 부분을 읊어 봅니다. ......
해석이 입에 착착 감기는 건 아니지만 비익조(전설상의 외눈과 외날개를 가진 새. 자신과 다른 쪽의 눈과 날개를 만나야 비로소 완전한 새가 될 수 있다) 연리지(두 그루의 서로 다른 나무가 자라는 도중에 가지가 서로 붙어버린 것)는 누구나 꿈꾸는(꾸었던) 깊은 사랑의 이야깃거리로 각종 문학에 등장하고 있고, 천장지구(하늘과 땅이 영구히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 원래 『노자』 제7장에 나오는 구절)는 유덕화 오천련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홍콩 영화가 겹쳐집니다. 사랑은 언제나 비익연리처럼 한 몸이 되길 원하나 현실은 항상 아픔을 동반하니까요.
고(故) 신동준 선생은 참으로 대단한 번역가였지요, 중국 고전 사상에 대한 박식함과 그 왕성한 번역의 힘은 존경 수준을 넘어가더군요. 그렇다고 번역이 완전무결 천의무봉 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안목은 배울 것이 너무 많은 분이었습니다. 특히 청나라 말기 기서로 꼽히는 이종오(李宗吾 리쭝우)의 '후흑학'은 다른 분이 번역하지 않았던 책으로 알고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선생의 이름을 기억했더랍니다. 조금 더 사셨더라면 좋았으련만…. 그저 명복을 빌 뿐입니다.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 ! 별 다섯 ★★★★★ 도서입니다. 그렇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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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唐詩), 그리고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
약 300년간 존속한 당(唐) 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국제적인 요소가 짙었던 왕조였다. 그래서 인지 이 시기는 중국 고전 문학의 황금시대로 알려져 있다. 시기 구분을 할 때 이 시기는 ‘정관(貞觀)의 치(治)[627~649]’로 유명한 초당(初唐) 시기[618~712], ‘개원(開元)의 치(治)’[712~740]로 대표되는 성당(盛唐) 시기[713~755], 중당(中唐) 시기[756~835], 만당(晩唐) 시기[836~907]로 나눈다. 각 시기 별로 저명한 시인을 꼽아보면, 초당(初唐) 시기에는 초당 4걸[왕발(王勃, 649~676), 노조린(盧照隣, 635~684), 양형(楊炯, 650~?), 낙빈왕(駱賓王, 640?~684?)]과 근체시(近體詩)를 완성한 심전기(沈佺期, 656~714) 및 송지문(宋之問, 656~710)을, 성당(盛唐) 시기에는 시선(詩仙) 이백(李白, 701~762)과 시성(詩聖) 두보(杜甫, 712~770) 그리고 왕유(王維, 699~761)를, 중당(中唐) 시기에는 한유(韓愈, 768~824) 및 백거이(白居易, 772~846)를, 만당(晩唐) 시기에는 두목(杜牧, 803~852), 이상은(李商隱, 813~858)을 들 수 있다.
때문에 이 시기의 많은 시들을 엮은 책들이 나왔는데, 465수가 실린 명(明) 나라 이반룡(李攀龍, 1514~1570)의 <당시선(唐詩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성당(盛唐)을 모범으로 하는 고문사파(古文辭派)였기에 그 취향에 맞는 것만 수록되었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는 손수(孫洙)가 아동들의 교육을 위해 수많은 당시(唐詩) 가운데 시체(詩體)별로 대표작으로 알려진 것을 뽑아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선>이 전문서에 가깝다면, <당시삼백수>는 교양서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에게 친숙한 당시(唐詩)
<당시삼백수>에는 학창시절에 배워 눈에 익은 한시들이 여럿 나온다. 예를 들면,
강남봉이구년(江南逢李龜年) 두보 岐王宅裏尋常見(기왕택리심상견) [기왕(岐王)의 저택에서 늘 만났고] 崔九堂前幾度聞(최구당전기도문) [최구(崔九)의 집에서도 몇 번 들었지] 正時江南好風景(정시강남호풍경) [여긴 바로 풍경 좋은 강남인데] 落花時節又逢君(락화시절우봉군) [꽃 지는 시절 또 그댈 만나네] [p. 666]
등고(登高) 두보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바람이 급하고 하늘 높아 원숭이 슬피 우니] 渚淸沙白鳥飛廻(저청사백조비회) [물가 맑고 모래 하얀데 새는 빙빙 도네] 無邊落木蕭蕭下(무변락목소소하) [끝없이 펼쳐진 낙목에선 낙엽 쓸쓸히 지고] 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래) [다함 없이 흐르는 장강은 넘실대며 흐르네] 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 [만 리 밖서 가을 슬퍼하며 나그네 되어]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 [한평생 병 많은 몸 홀로 누각에 올랐네] 艱難苦恨繁霜?(간난고한번상빈) [간난과 고통으로 흰머리만 많아지고] ?倒新停濁酒杯(요도신정탁주배) [늙고 쇠약해 근래 탁주마저 끊었네] [pp. 523~524]
물론 그 시절에 배운 시가 두보의 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시대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그의 시에 시선이 가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 여기에는 이 책에 실리지 않았지만,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의 첫 구절 “好雨知時節[좋은 비는 시절을 안다/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에서 제목을 따온 허진호 감독의 영화 <호우시절(好雨時節)>(2009)의 영향도 한 몫하고 있다. 어쩌면 매운 음식의 고장이라는 쓰촨[사천(四川)]의 수도인 청두[성도(成都)]에 있는 두보초당(杜甫草堂)의 풍광과 두보의 시집이라는 매개체가 그만큼 인상적이었나 보다.
이백(李白) - 정야사(靜夜思)
출처: <당시삼백수>, pp. 620~621
위의 사진처럼 이 책에 실린 모든 한시들은 저자와 제목, 본문[한시와 한글 음과 뜻풀이], 주요 본문 단어에 대한 풀이, 해설의 순으로 소개되어 있다. 덕분에 학창시절로 되돌아가 한문 공부를 하는 기분으로 읽어 나갔다. 학창시절에 공부했던 익숙한 한시들과 한자 문화권에 속해서 상대적으로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점 때문에 잠시 그 시절의 여운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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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당퇴사서 다정히 손잡고 농가에 다다르니 오 땅의 높은 하늘 아래 새도 못 가는 봉우리 제법 깁니다. 그래도 그냥 한글로 읽으니 술술 읽히네요. 우선 한글로 읽고 다음에 한자로 풀어본들 무에 문제가 있을까요? 밑엔 격랑 역류하는 소용돌이 계곡이 있으니 날아 떨어지는 여울과 폭포는 요란한 소리 다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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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당시삼백수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런 책이 옆에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당대에 유명한 시인들이 참 많다. 우리가 시에 있어서는 말로 표현하기조차 무엇한 두 분 이백과 두보도 이 시대의 시인이다. 이들 외에도 숱한 작가들이 이 시대에 활약했다. 다음 시대를 이어갈 많은 시인들의 표본이 되고, 귀감이 된 시인이요 작품이다. 문학작품은 모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도 한다. 아마 많은 시인들이 당대의 시들을 모방하면서 그의 시적 감수성을 키우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 책은 그 당시삼백수를 제목으로 하면서 그들의 시를 보여준다. 시의 형태에 따라, 작가에 따라 작품을 제시해 나간다. 한시 원본, 그리고 번역된 글, 한시 구절에 대한 설명, 시 전체에 대한 내용 분석 등으로 구성해 나간다. 독자들이 한시를 접해 나가기 쉽게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청조 건륭제 때 손수에 의해 엮었고 그것을 보완하여 장섭이 주석을 상세하게 붙여 다시 엮었다. 그것을 고전 연구자인 학오 신동준 선생이 번역했다. 독자들이 즐겁게 참여해 같이 있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본문 내용
책은 오언고시, 칠언고시, 오언율시, 칠언율시, 오언절구, 칠언절구 등으로 순차적으로 구성했고, 각 형식의 뒤에 악부도 제시해 놓았다. 한시의 전형을 볼 수 있도록 당대의 시들로 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시인들도 다양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분들부터 듣기 힘들었던 분들의 시도 있다. 이백, 두보, 왕유, 맹호연, 유종원, 한유, 백거이 등은 많이 듣고 있는 인물이고, 최호, 전기, 노륜, 조영, 고적, 잠삼 등은 그리 가깝게 다가오지 않는 시인들이다. 이제 300 수의 시들과 다양한 시인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됨에 무척 감사하다. 번역해 주신 학오 선생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시들 중에서 몇 편을 읽어 본다. 오랫동안 비녀와 인끈에 얽매였다가 다행히 이 곳 남쪽 변경으로 귀양 왔네. 한가로이 시골집 이웃에 붙어사니 뜻밖에도 산림 속 은자 같다 새벽이면 밭 가느라 이슬 맺힌 풀 뒤집고 저녁이면 배 젓느라 개울가 바위 울린다 이리저리 왕래해도 만나는 사람 없고 길게 노래 부르니 초 땅의 하늘 푸르기만 하다 유종원의 ‘개울가에 살며’
유종원은 당시 개혁 세력인 왕숙문을 지지했다가 왕숙문이 실각하자 자신도 좌천되어 영주의 사마가 된다. 사마는 자사의 보좌역으로 실무와 권한이 없는 한직이다. 이때가 34세다. 그는 여기서 7년을 머물렀다. 비녀와 인끈은 관모와 관인에 관련이 있다. 즉 관직을 상징한다. 저자는 한직으로 내 처진 것을 담담하게 수용하고 있다.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삶을 살고 있다. 현실을 수용하는 적극적 자세를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초탈한 듯한 그의 삶을 보는 것은 긍정적인 삶의 지향하는 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영주는 춘추전국시대에 초나라 땅에 속해 있다. 초나라의 하늘이라는 표현을 통해 아직도 세상사의 미련을 온전히 버리고 있지 못하단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기고 한다.
휘영청 밝은 달 천산에 솟아 푸르스름하고 아득한 운해 사이에 있고 몇 만 리 밖 먼 곳에서 불어온 바람 옥문관 넘어 멀리 불어간다 한나라 병사들 백등 길로 내려오고 오랑캐는 청해만을 엿보네 이곳은 예로부터 전쟁터로 유명한 곳 살아서 돌아온 사람 아무도 못 보았지 수자리 병사들 변경을 바라보고 돌아갈 생각에 얼굴 잔쯕 찌푸리니 오늘 밤 고향의 높은 누각엔 탄식하는 소리 끊일 틈 없네 관산월 이백
관은 옥문관, 산은 그 주변에 있는 기련산을 말한다. 옥문관은 지금의 감숙성 돈황현의 서쪽에 있는 관문을 말한다. 이곳은 실크로드의 요지였다. 이곳이 서역과 교역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중국의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는 곳이었다. 그래서 시인묵객들이 이곳을 두고 시를 많이 지었다. 이곳은 흉노와 한나라가 쟁탈전을 벌인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 나온 한라라 병사들은 집에 돌아갈 것만 꿈꾸었는데, 돌아갈 길은 요원했다. 그런 내용들을 시에 담고 있다. 백등은 지금의 산서성 대동시 동쪽에 있는데, 한고조 유방이 흉노에게 포위되어 1주일 억류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1-4구은 옥문관 풍경을 호방한 기세로, 5-8구는 흉노와 토번의 침략을 연이어 표현함으로 전쟁터였음을, 9-12구는 향수에 젖은 병사의 마음과 고향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탄식을 대비해 표현하고 있다. 변방에서의 전쟁과 병사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는 글이다. 그리움과 슬픔의 감정을 잘 드러난다.
두보의 춘망(봄의 소망)
나라는 깨졌어도 산하는 그대로니 성안에도 봄이 와 초목이 무성하네 시절이 수상해 꽃도 눈물 흘리고 이별이 한스러워 새도 놀라네
봉화불은 3달이나 계속 오르고 집에서 오는 편지 1만 금 줘도 못 사네 흰 머리 긁는 통에 더욱 적어져 아무리 애써도 비녀를 이겨내지 못하네
나라가 깨졌다는 것은 안록산의 난에 장안이 반군에게 짓밟히게 된 것을 말한다. 시적자아의 마음이 꽃과 새에 투영되어 표현된다. 아프고 한스럽다는 얘기가 중심을 이룬다. 전쟁이 3달이나 계속되어 집에서 보낸 편지도 쉽게 받지 못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머리칼이 적어져 비녀도 이겨내지 못할 정도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글픈 자신의 모습을 드려보고 있다. 이 시는 두보가 정안에 억류되어 있을 때 지은 시로 절장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난리로 피폐해진 장인의 모습과 우국의 신경, 자신의 아픔이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최호의 황학루
옛 사람 이미 황학 타고 떠나니 이곳엔 한낱 황학루만 남았지 황학은 한번 간 뒤 다시 돌아오지 않고 흰 구름만 1천 년 간 유유히 떠도네
맑게 갠 강가 한양 나무 또렷하고 향기로운 풀 앵무주에 우거졌다 날은 저무는데 고향이 어디인가 안개 낀 강가에서 수심에 잠긴다.
황학루는 무한시 무창구에 있는 황학산에 있는 누각이다. 신선이 이곳에서 황학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한다. 그 후 시인묵객들이 황학과 신선을 관련시켜 많은 글을 쓰게 되었다. 앵무주는 장강 가운데 있는 작은 섬을 말한다. 1-4구는 신선이 황학을 타고 사라진 후에도 백운과 함께 그 자리를 지켜온 ‘황학루’의 변치 않는 모습을 말한다. 5-8구는 누각에 올라 바라본 경치와 저 멀리 있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했다. 이백이 황학루에 올랐다가 최호가 지은 이 글을 보고 시 짓기를 포기하고 내려갔다는 얘기가 전해 온다. 황학루 노래 중에서 수작으로 알려져 오는 글이다.
왕유의 추야곡(가을밤의 노래)
달이 막 뜨자 가을 이슬 조금 내리고 비단옷 엷건만 아직 갈아입지 않았네 은장식 쟁을 밤 깊도록 은근히 타니 공방 두려워 침소로 돌아가지 못하네
초가을 밤 서늘한 쟁을 타는 여인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선경후정의 형태를 잘 보여주고 있는 이 시는, 초가을의 정경을 노래한 1-2구, 쟁을 타는 젊은 여인의 공방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그린 3-4구로 이루어져 있다. 외로움에 지친 여인의 섬세한 심리가 잘 드러난다. 침소로 돌아가지 못하는 여인의 모습은 서늘한 아픔이다. 가을과 잘 어울리면서 그 심리적 상황이 듣는 사람의 가슴에 가을의 전령사처럼 스며든다.
나오는 말
번역이 잘 되어 있다. 원문이 먼저 제시되어 있다. 가령
이 구절은 풀이 이제 막 가늘고 푸르게 자란다는 뜻으로 해독된다. 이렇게 글들을 세분화해서 설명을 하고 전체적으로 내용을 설명해 준다. 읽기가 무척 편하게 해놓고 있다. 책을 읽으면 당대의 분위기와 개인의 정서를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한시의 근간을 이룬다고도 할 수 있는 당시, 이렇게 300 수나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정신적인 충일함이 밀려온다. 책은 우리들을 무척이나 행복하게 만든다. 다시 한 번 번역에 온힘을 다하시다 과로로 작고한 신동준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드려본다.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제공해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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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삼백수 엮은이 : 손수, 장섭/신동준 인간사랑/2021.1.29. sanbaram
<당시삼백수>는 청조 건륭제 대 활약한 손수가 직접 편찬한 당시선집이다. 당시 손수는 53세였다. 굳이 책의 제목에 ‘삼백수’를 단 것은 <시경>을 흉내 낸 것이다. 원래 시에 조예가 깊었던 그는 생전에 많은 문집을 남겼다고 역저자는 말한다. ‘당시 삼백 수만 외우면 절로 시를 읊고 지을 수 있다.’는 속담을 그대로 인용해 서명으로 삼은 것이라고 한다. 21세기 현재까지 <당시삼백수>는 무수히 많은 역대 당시선집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애초부터 학동의 학습을 목적으로 편찬된 데다가 수록된 시 역시 내용이 쉽고 교육적인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 듯 싶다고 역저자는 말한다. 저자 손수는 청조 건륭제 때 인물로 시에 조예가 깊었으며 생전에 <형당만록>, <형당존고>, <이문록> 등 많은 문집을 남겼다. 건륭 28년인 1763년에 <당시삼백수>를 편찬했다. 여기에 주석을 붙인 장섭은 청조 도광 14년인 1834년에 장섭이 손수 <당시삼백수>에 보다 상세한 주석을 덧붙인 <당시삼백수주소>를 간행했다.
<당시삼백수>에는 당나라 시인 77명의 시 총 320수가 수록돼 있다. 목차는 시체에 따라 오언고시(五言古詩), 칠언고시(七言古詩), 오언율시(五言律詩), 칠언율시(七言律詩), 오언절구(五言絶句), 칠언절구(七言絶句)로 구분돼 있다. 여기에 수록된 시를 청나라 강희 45년인 1706년에 편찬된 <전당시>의 48,900여 수와 비교하면 160분의 1정도이다. 제목만으로 계산하면 294편, 낱개의 시로 계산하면 320수가 된다. 수록된 시의 주제는 매우 광범위하다. 작품성보다는 각 분야의 대표작으로 여겨진 시들을 시체(詩體) 별로 총 3백여 수를 선정한 결과다. 애초부터 서당의 학습 교재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손수는 <당시삼백수>를 편제하면서 평점과 간단한 주석을 덧붙여 놓았다. 손수의 원주는 나름 의미가 있기는 하나 대부분 인명과 지명, 시어의 전고와 관련한 전적 등을 인용해 놓는데 그치고 있어 완벽한 주석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장섭의 <당시삼백수주소>는 전고와 명물에 대한 주석은 물론 장구의 대의와 작법뿐만 아니라 작자의 소전까지 덧붙인 매우 상세한 주석에 해당한다. 특히 이백과 두보의 시에 대해 각각 청나라의 저명한 주석가인 왕기와 구조오의 주석을 인용해 설명하는 등 선인들의 성과를 두루 반영하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의 주소본이 세상에 가장 널리 유포된 <당시삼백수>판본이 된 배경이다. 본서는 ‘주소본’을 저본으로 삼기는 했으나 ‘보주본’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해당 시마다 진완준의 주석을 최대한 반영키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고 있다. 각 형식에 따른 몇 수의 시를 아래에 소개한다.
오언고시(五言古詩) 장구령(張九齡) -감우(感遇) : 감회 1 孤鴻海上來(고온해상래) 외로운 기러기 북해서 날아와 池潢不敢顧(지황불감고) 웅덩이는 쳐다볼 생각도 하도 않다 側見雙翠鳥(측견쌍취조) 얼핏보니 물새 한 쌍은 巢在三珠樹(소재삼주수) 삼주수 위에 둥지를 틀었네 矯矯珍木?(교교진목전) 높고 높은 귀한 나무 꼭대기라지만 得無金丸懼(득무금환구) 쇠 탄환이 두렵지 않을 리 있나 美服患人指(미복환인지) 좋은 옷은 남의 손가락질 걱정되고 高明逼神惡(고명핍신오) 높은 벼슬은 신령의 질투 두렵지 今俄遊冥明(금아유명명) 지금 나는 아득한 하늘에 노닐고 있으니 ?者何所慕(익자하소모) 주살 사냥꾼이 어찌 나를 잡을 리 있나 (p.31)
장구령은 강직하면서도 온화했다. 당현종은 인재의 천거를 받으면 반문하기를 ‘그사람의 풍도는 장구령에 비해 어떠한가?’라고 했다. 장구령은 생전에 이림보를 재상에 제수하는 것을 반대했다. 개원 후기에 이르러 당현종이 양귀비에 빠져서 정사를 돌보지 않는 바람에 조정이 이림보와 우선객 같은 권신들의 손에 놀아나게 됐다. 이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장구령은 평소 이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 중서령으로 있다가 이들의 참소로 인해 형주자사로 좌천됐다. 이후 복직돼 재상으로 재직하다가 안록산을 미리 제거할 것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안았다.p.32 장구령의 감우(感遇)는 모두 12수다, 당초 손수는 2수만ㄴ 수록했는데 훗날 장섭의 주소본은 2수를 추가해 총 4수를 수록했다. <당시삼백수>에 그의 시가 맨 앞에 배치된 것은 후댕의 문인들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존경을 받았음을 시사한다. 이 시에서 장구령은 자신을 고홍 이림보 등을 쌍취조에 비유했다. p.33
오언고시악부(五言古詩樂府) 왕창령(王昌齡)-새상곡(塞上曲) : 변경 위의 노래 蟬鳴空桑林(선명공상림) 빈 뽕나무 숲 매미 울어대니 八月蕭關道(팔월소관도) 팔월 소관(簫關) 길은 出塞入塞寒(출새인새한) 오가는 이들로 변경 기운 썰렁하다 處處黃蘆草(처처황로초) 곳곳에 누런 갈대밭 從來幽幷客(종래유병객) 예로부터 유주와 병주 나그네들 皆共塵沙路(개공진사로) 모두 모래먼지 길을 함께했지만 莫學遊俠兒(막학유협아) 그 협객들 본받지 마라 矜?紫?好(긍과자류호) 자류마(紫?馬) 자랑할 것 없다 (p.113)
황량한 변경의 정경과 수자리하는 병사들의 고달픈 삶을 노래했다. 제1-2구는 매미 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관문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3-4구는 춥고 황량한 변경을 묘사했다. 제5-6구는 이러한 변경에서 보내는 병사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제7-8구는 협객인양하며 자신의 준마나 자랑하는 사람들을 본받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작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협객은 수자리를 서고 있는 변경의 병사들이었다. (p.114)
칠언고시(七言古詩) 진자앙(陣子昻)-등유주대가(登幽州臺歌) : 유주의 누각에 올라 前不見古人(전불견고인) 앞으론 지난 사람 볼 수 없고 後不見來者(후불견래자) 뒤로는 올 사람 볼 수 없다 念大地之悠悠(염대지지유유) 천지의 무궁함을 생각하노라니 獨愴然而涕下(독창연이체하) 나 홀로 처량해 눈물 흐른다 (p.135)
칠언고시 첫머리에 수록돼 있으나 실은 오언과 육언이 뒤섞인 잡언가행체의 악부시다. 진자양이 37세대 지은 것이다. 과거 연소왕과 악의의 일화를 상기하며 자신의 계책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을 비분강개하는 심정으로 읊은 것이다. 제1-2구에 나오는 ‘전불견고인 후불견내자’표현은 굴원의 [원유]에 나오는 ‘옛 일은 내가 미치지 못하고, 다가올 일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는 뜻의 ‘왕자여불급혜(往者余不及兮), 내자오불문(來者吾不聞)’과 닮았다. 제3구는 세상 어디에서도 재주를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미미한 존재를 자각하는 모습이다. 제4구는 마침내 슬픔을 가누지 못해 눈물을 흩뿌리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P.135)
이백(李白)-금릉주사류별(金陵酒肆留別) : 금릉 주막에서 시를 남겨주고 떠나다 風吹柳花滿店香(풍취류화만점향) 바람이 버들 꽃에 불어 주점에 향기 가득하니 吳姬壓酒喚客嘗(오희압주환객상) 오희(吳姬)들 술 거르다 손님 불러 맛보라 하네 金陵子弟來相送(금릉자제래상송) 금릉의 자제들 전송하러 나와서는 欲行不行各盡觴(욕행불행각진상) 가려다 말고 다시 앉아 한 잔씩 비우네 請君試問東流水(청군시문동류수) 그대에게 묻노니 동쪽으로 흐르는 저 장강과 別意與之誰短長(별의여지수단장) 석별의 정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길까 P.165
이백의 시 가운데 인구에 회자되는 시이다. 처음으로 지금의 강소성 남경시인 금릉에 놀러갔다가 다시 지금의 강소성 양주시인 광릉으로 돌아가며 지은 작품이다. 꽃향내와 술 향내가 란데 어우러져 절로 사람의 발길을 끈다. 주모가 막 걸러낸 술까지 들고 나와 코앞에 들이밀며 맛 좀 보라고 권하는 모습이 선하다. 제5-6구에서 아쉬워서 딸 한 잔만 더할 생각이었으나 오고가는 술잔이 그칠 줄을 모르자 ‘동쪽으로 흐르는 저 장강과 석별의 정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길까?’라고 표현한 대목은 천고의 절창이다.(P.167)
오언율시(五言律詩) 두보(杜甫) -월야(月夜) : 달밤 今夜?州月(금야부주월) 오늘밤 부주의 달을 閨中只獨看(규중지독간) 아내 홀로 바라보고 있으리라 遙憐小兒女(요련소아녀) 멀리서 어린애들 가여워하니 未解憶長安(미해억장안) 장안을 생각하는 그 마음 알까
香霧雲?濕(향무운환습) 밤안개에 구름머리 촉촉하고 淸輝玉臂幌(청휘옥비황) 달빛 아래 고운 팔이 차가워라 何時倚虛幌(하시의허황) 그 어느 대 엷은 휘장에 기대 雙照淚痕乾(쌍조루흥건) 함께 달빛 받으며 눈물 말릴까(p.377)
두보는 천보 15년인 756년 여름에 장안까지 쳐들어온 안사의 반군을 피해 가족들을 부주로 대피시켯다. 이후 당숙종의 행재소로 가다가 반군에게 잡혀 장안에 억류됐다. 이 시는 이 해 가을 장안에서 부주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지은 것이다. 달은 장구령의 [망월희원]에 나오는 것처럼 이별과 향수 등을 상징한다. 통상 자신을 중심으로 그리움을 토로하나 두보의 이 시는 제1-6구가 모두 아내의 마음과 아이들의 상황 등에 대한 작자의 상상으로 꾸며져 있고, 자신의 감회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제8구의 쌍조루흔건 구절을 통해 작자 자신도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처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보다 심화시켜 나타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p.378)
(인간사랑의 도서 제공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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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를 읽는다는 것은 일단 한문에 대한 지식을 전제해야만 한다. 한문을 능숙하게 사용하던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한시를 짓는 것은 필수적인 교양의 영역이었고, 이들에게 중국 문인들의 작품은 평생 공부하고 본받아야할 하나의 전범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이백과 두보의 시는 조선시대 지식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대상이었으며, 그래서 이들의 작품이 수록된 문집이나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당시'사 수록된 시집이나 문집들도 필독서로 취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든 이제는 한문이 필수가 아닌 특별한 전문 지식이 된 시대이기에, 번역을 통해서 한시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상세한 번역이라고 하더라도, 한시는 일반 독자들에게 어렵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단순히 한자와 그 뜻을 안다고 해서 한시의 번역문을 쉽게 이해할 수는 없고, 해당 작품에 담긴 비유와 상징 그리고 풍부한 전고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대체로 한시의 전고(典故)는 중국의 역사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중국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한시의 맛을 충분히 느끼기가 쉽지 않다.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나로서는 한문이나 한시에 대해서 낯설지 않기에, <당시 삼백수>는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며칠 동안 ‘당시’가 지닌 다양한 면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특히 시조나 가사 등의 고전시가에 활용되는 한시의 구절들이 적지 않고, 그 중 상당수는 당나라 시인들의 시 즉 '당시'이다. 그래서 작품에 등장하는 '당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선행 지식이 있었고, 고전시가에 많이 활용되는 주요 작품들은 원문과 그 자세한 내용까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처럼 <당시 삼백수>는 조선시대 문인들에게 있어서도 주요 참고서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이 기회를 빌어 비로소 삼백여 수나 되는 당시를 찬찬히 훑어볼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한시는 크게 '당시'와 '송시'로 구분하고 있다. '당시'가 표현이나 묘사가 풍부하고 인간의 개별적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자유롭다면, '송시'는 감정의 노출을 자제하고 이념이나 논리적 사고를 통해 객관적 사실의 전달에 치중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조선 전기에는 성리학의 영향으로 '송시풍'의 작품들이 주로 창작되고 향유되었다면, 조선 중기 이후부터 '당시풍'의 작품들이 창작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달과 최경창 그리고 백광훈 등 당시풍의 한시를 지은 세 명의 작가들을 일컬어 ‘삼당시인’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후 조선 후기의 분방한 작품들이 출현하면서, 한시는 물론 시조나 가사 작품들도 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논의되기도 한다.
<당시 삼백수>는 청나라 문인인 손수가 당시 310수를 선정하여 편집한 책으로, 이후 많은 이들에 의해서 주석 작업이 행해졌다고 한다. 수많은 작품 중에 310수를 선정한 것은 아마도 유가의 경전인 <시경>이 305수로 구성되어, 흔히 ‘시 삼백’으로 칭해졌기에 그에 맞춘 것으로 이해된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작품에 포함된 다양한 전고들을 알지 못한다면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작품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주석 작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장섭이라는 인물이 주석 작업을 하면서 10작품을 추가하면서 320수가 되었는데, 이 책은 손수의 주석본을 대상으로 번역을 한 것이다.
한시는 흔히 성조와 운자에 엄격하지 않은 고체시(고시)와 그에 관해 매우 까다로운 규칙을 지닌 근체시로 구분한다. 근체시는 다시 4행의 절구와 8행의 율시로 구분된다. 여기에 노래로 불렸던 악부 형식이 있다. 아울러 한행이 5자로 구성된 시를 ‘5언시’라 칭하고, 7자인 작품은 ‘7언시’로 일컫는다. 때로는 한 행을 이루는 수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작품을 길고 짧은 행이 교차한다는 의미에서 ‘장단구’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 책의 구성도 이러한 한시의 분류 기준에 의해 편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5언고시’와 ‘5언고시 악부’, 그리고 ‘7언고시’와 ‘7언고시 악부’는 성조와 운에 엄격하지 않은 고체시에 해당한다. 이어지는 ‘5언율시’와 ‘7언율시’ 그리고 ‘7언율시 악부’는 8행으로 이뤄진 작품들을 8행으로 이뤄진 작품들이고, ‘5언절구’와 ‘오언절구 악부’ 그리고 ‘7언절구’와 ‘7언절구 악부’는 모두 4행으로 구성된 작품들이다. 이러한 형식에 맞추어 이백과 두보, 그리고 위응물과 온정균 등 뛰어난 시인들의 작품들이 배열되어 있다. 주요 작가들의 작품은 물로, 그동안 제목만으로 기억되던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살피면서 비로소 당시의 특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예전에 곽말약의 <이백과 두보>라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두 시인의 작품 경향과 기질을 확실히 비교할 수 있었던 것도 성과 중의 하나라 하겠다.(차니)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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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삼백수 엮은이 : 손수, 장섭/신동준 인간사랑/2021.1.29.
<당시삼백수>는 청조 건륭제 대 활약한 손수가 직접 편찬한 당시선집이다. 당시 손수는 53세였다. 굳이 책의 제목에 ‘삼백수’를 단 것은 <시경>을 흉내 낸 것이다. 원래 시에 조예가 깊었던 그는 생전에 많은 문집을 남겼다고 역저자는 말한다. ‘당시 삼백 수만 외우면 절로 시를 읊고 지을 수 있다.’는 속담을 그대로 인용해 서명으로 삼은 것이라고 한다. 21세기 현재까지 <당시삼백수>는 무수히 많은 역대 당시선집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애초부터 학동의 학습을 목적으로 편찬된 데다가 수록된 시 역시 내용이 쉽고 교육적인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 듯 싶다고 역저자는 말한다. 저자 손수는 청조 건륭제 때 인물로 시에 조예가 깊었으며 생전에 <형당만록>, <형당존고>, <이문록> 등 많은 문집을 남겼다. 건륭 28년인 1763년에 <당시삼백수>를 편찬했다. 여기에 주석을 붙인 장섭은 청조 도광 14년인 1834년에 장섭이 손수 <당시삼백수>에 보다 상세한 주석을 덧붙인 <당시삼백수주소>를 간행했다.
<당시삼백수>에는 당나라 시인 77명의 시 총 320수가 수록돼 있다. 목차는 시체에 따라 오언고시(五言古詩), 칠언고시(七言古詩), 오언율시(五言律詩), 칠언율시(七言律詩), 오언절구(五言絶句), 칠언절구(七言絶句)로 구분돼 있다. 여기에 수록된 시를 청나라 강희 45년인 1706년에 편찬된 <전당시>의 48,900여 수와 비교하면 160분의 1정도이다. 제목만으로 계산하면 294편, 낱개의 시로 계산하면 320수가 된다. 수록된 시의 주제는 매우 광범위하다. 작품성보다는 각 분야의 대표작으로 여겨진 시들을 시체(詩體) 별로 총 3백여 수를 선정한 결과다. 애초부터 서당의 학습 교재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손수는 <당시삼백수>를 편제하면서 평점과 간단한 주석을 덧붙여 놓았다. 손수의 원주는 나름 의미가 있기는 하나 대부분 인명과 지명, 시어의 전고와 관련한 전적 등을 인용해 놓는데 그치고 있어 완벽한 주석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장섭의 <당시삼백수주소>는 전고와 명물에 대한 주석은 물론 장구의 대의와 작법뿐만 아니라 작자의 소전까지 덧붙인 매우 상세한 주석에 해당한다. 특히 이백과 두보의 시에 대해 각각 청나라의 저명한 주석가인 왕기와 구조오의 주석을 인용해 설명하는 등 선인들의 성과를 두루 반영하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의 주소본이 세상에 가장 널리 유포된 <당시삼백수>판본이 된 배경이다. 본서는 ‘주소본’을 저본으로 삼기는 했으나 ‘보주본’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해당 시마다 진완준의 주석을 최대한 반영키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고 있다. 각 형식에 따른 몇 수의 시를 아래에 소개한다.
오언고시(五言古詩) 장구령(張九齡) -감우(感遇) : 감회 1 孤鴻海上來(고온해상래) 외로운 기러기 북해서 날아와 池潢不敢顧(지황불감고) 웅덩이는 쳐다볼 생각도 하도 않다 側見雙翠鳥(측견쌍취조) 얼핏보니 물새 한 쌍은 巢在三珠樹(소재삼주수) 삼주수 위에 둥지를 틀었네 矯矯珍木?(교교진목전) 높고 높은 귀한 나무 꼭대기라지만 得無金丸懼(득무금환구) 쇠 탄환이 두렵지 않을 리 있나 美服患人指(미복환인지) 좋은 옷은 남의 손가락질 걱정되고 高明逼神惡(고명핍신오) 높은 벼슬은 신령의 질투 두렵지 今俄遊冥明(금아유명명) 지금 나는 아득한 하늘에 노닐고 있으니 ?者何所慕(익자하소모) 주살 사냥꾼이 어찌 나를 잡을 리 있나 (p.31)
장구령은 강직하면서도 온화했다. 당현종은 인재의 천거를 받으면 반문하기를 ‘그사람의 풍도는 장구령에 비해 어떠한가?’라고 했다. 장구령은 생전에 이림보를 재상에 제수하는 것을 반대했다. 개원 후기에 이르러 당현종이 양귀비에 빠져서 정사를 돌보지 않는 바람에 조정이 이림보와 우선객 같은 권신들의 손에 놀아나게 됐다. 이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장구령은 평소 이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 중서령으로 있다가 이들의 참소로 인해 형주자사로 좌천됐다. 이후 복직돼 재상으로 재직하다가 안록산을 미리 제거할 것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안았다.p.32 장구령의 감우(感遇)는 모두 12수다, 당초 손수는 2수만ㄴ 수록했는데 훗날 장섭의 주소본은 2수를 추가해 총 4수를 수록했다. <당시삼백수>에 그의 시가 맨 앞에 배치된 것은 후댕의 문인들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존경을 받았음을 시사한다. 이 시에서 장구령은 자신을 고홍 이림보 등을 쌍취조에 비유했다. p.33
오언고시악부(五言古詩樂府) 왕창령(王昌齡)-새상곡(塞上曲) : 변경 위의 노래 蟬鳴空桑林(선명공상림) 빈 뽕나무 숲 매미 울어대니 八月蕭關道(팔월소관도) 팔월 소관(簫關) 길은 出塞入塞寒(출새인새한) 오가는 이들로 변경 기운 썰렁하다 處處黃蘆草(처처황로초) 곳곳에 누런 갈대밭 從來幽幷客(종래유병객) 예로부터 유주와 병주 나그네들 皆共塵沙路(개공진사로) 모두 모래먼지 길을 함께했지만 莫學遊俠兒(막학유협아) 그 협객들 본받지 마라 矜?紫?好(긍과자류호) 자류마(紫?馬) 자랑할 것 없다 (p.113)
황량한 변경의 정경과 수자리하는 병사들의 고달픈 삶을 노래했다. 제1-2구는 매미 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관문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3-4구는 춥고 황량한 변경을 묘사했다. 제5-6구는 이러한 변경에서 보내는 병사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제7-8구는 협객인양하며 자신의 준마나 자랑하는 사람들을 본받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작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협객은 수자리를 서고 있는 변경의 병사들이었다. (p.114)
칠언고시(七言古詩) 진자앙(陣子昻)-등유주대가(登幽州臺歌) : 유주의 누각에 올라 前不見古人(전불견고인) 앞으론 지난 사람 볼 수 없고 後不見來者(후불견래자) 뒤로는 올 사람 볼 수 없다 念大地之悠悠(염대지지유유) 천지의 무궁함을 생각하노라니 獨愴然而涕下(독창연이체하) 나 홀로 처량해 눈물 흐른다 (p.135)
칠언고시 첫머리에 수록돼 있으나 실은 오언과 육언이 뒤섞인 잡언가행체의 악부시다. 진자양이 37세대 지은 것이다. 과거 연소왕과 악의의 일화를 상기하며 자신의 계책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을 비분강개하는 심정으로 읊은 것이다. 제1-2구에 나오는 ‘전불견고인 후불견내자’표현은 굴원의 [원유]에 나오는 ‘옛 일은 내가 미치지 못하고, 다가올 일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는 뜻의 ‘왕자여불급혜(往者余不及兮), 내자오불문(來者吾不聞)’과 닮았다. 제3구는 세상 어디에서도 재주를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미미한 존재를 자각하는 모습이다. 제4구는 마침내 슬픔을 가누지 못해 눈물을 흩뿌리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P.135)
이백(李白)-금릉주사류별(金陵酒肆留別) : 금릉 주막에서 시를 남겨주고 떠나다 風吹柳花滿店香(풍취류화만점향) 바람이 버들 꽃에 불어 주점에 향기 가득하니 吳姬壓酒喚客嘗(오희압주환객상) 오희(吳姬)들 술 거르다 손님 불러 맛보라 하네 金陵子弟來相送(금릉자제래상송) 금릉의 자제들 전송하러 나와서는 欲行不行各盡觴(욕행불행각진상) 가려다 말고 다시 앉아 한 잔씩 비우네 請君試問東流水(청군시문동류수) 그대에게 묻노니 동쪽으로 흐르는 저 장강과 別意與之誰短長(별의여지수단장) 석별의 정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길까 P.165
이백의 시 가운데 인구에 회자되는 시이다. 처음으로 지금의 강소성 남경시인 금릉에 놀러갔다가 다시 지금의 강소성 양주시인 광릉으로 돌아가며 지은 작품이다. 꽃향내와 술 향내가 란데 어우러져 절로 사람의 발길을 끈다. 주모가 막 걸러낸 술까지 들고 나와 코앞에 들이밀며 맛 좀 보라고 권하는 모습이 선하다. 제5-6구에서 아쉬워서 딸 한 잔만 더할 생각이었으나 오고가는 술잔이 그칠 줄을 모르자 ‘동쪽으로 흐르는 저 장강과 석별의 정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길까?’라고 표현한 대목은 천고의 절창이다.(P.167)
오언율시(五言律詩) 두보(杜甫) -월야(月夜) : 달밤 今夜?州月(금야부주월) 오늘밤 부주의 달을 閨中只獨看(규중지독간) 아내 홀로 바라보고 있으리라 遙憐小兒女(요련소아녀) 멀리서 어린애들 가여워하니 未解憶長安(미해억장안) 장안을 생각하는 그 마음 알까
香霧雲?濕(향무운환습) 밤안개에 구름머리 촉촉하고 淸輝玉臂幌(청휘옥비황) 달빛 아래 고운 팔이 차가워라 何時倚虛幌(하시의허황) 그 어느 대 엷은 휘장에 기대 雙照淚痕乾(쌍조루흥건) 함께 달빛 받으며 눈물 말릴까(p.377)
두보는 천보 15년인 756년 여름에 장안까지 쳐들어온 안사의 반군을 피해 가족들을 부주로 대피시켯다. 이후 당숙종의 행재소로 가다가 반군에게 잡혀 장안에 억류됐다. 이 시는 이 해 가을 장안에서 부주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지은 것이다. 달은 장구령의 [망월희원]에 나오는 것처럼 이별과 향수 등을 상징한다. 통상 자신을 중심으로 그리움을 토로하나 두보의 이 시는 제1-6구가 모두 아내의 마음과 아이들의 상황 등에 대한 작자의 상상으로 꾸며져 있고, 자신의 감회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제8구의 쌍조루흔건 구절을 통해 작자 자신도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처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보다 심화시켜 나타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p.3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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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삼백수
이 책은
이책 『당시삼백수』는 <새롭게 읽는 동양 최고의 시집>이다. 이미 고인이 되신 신동준 선생이 우리말로 번역하고, 해설을 붙여 읽기 쉽게 편집해 놓았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당시삼백수』는 책의 제목이라는 것, 밝혀둔다. 그저 당나라 시대의 시를 300수 모아놓은 책이 아니라, 중국의 청나라 건륭제 때 활약한 손수(孫洙)가 53세 때 직접 편찬한 당시선집(唐詩選集)이다. 그 책 제목이 『당시삼백수』다.
제목에 얽힌 사연을 알아보니 흥미롭다.
이런 시, 읽어보자.
이 책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인들이 등장하고, 귀에 익숙한 시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 시인, 시에 역자의 해설이 덧붙여, 독자들은 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백, 두보, 왕유, 한유, 백거이, 두목…..,
몇 수 읽어본다.
먼저 두보의 ‘망악(望岳), 태산을 바라보며’ 이다.
岱宗 (대종)은 태산의 별칭이다.
한글 번역으로 읽어보자.
태산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나 제나라와 노나라에 걸쳐 끝없이 푸르고 조물자가 신령한 모든 것 여기에 모으니 음지와 양지로 어둠과 밝음이 갈라졌네 뭉게구름 피어나 가슴이 후련해지니 눈을 돌려 둥지로 날아드는 새들을 본다 뭇 산이 작은 것을 한눈에 굽어보리라.
태산을 앞에 두고, 솟구치는 시인의 감회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또한 태산의 정경, 그림처럼 그려놓고 있다. 그런데 역자의 해설을 읽으니 새로운 것이 보인다.
1~ 2 구는 원경, 즉 멀리서 본 정경이고 3~ 4 구는 근경, 즉 가까운 데서 본 정경이다. 5~ 6 구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본 것이다. 7~ 8 구가 이 시의 압권이다.
그 해설을 읽고 시를 다시 읽으니, 태산에 오르지는 않은 시인의 몸과 시선이 어디에,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참고로, 이 시가 태산 밑의 비석에 새겨있다 한다. (45쪽)
그 다음은 이기(李?)의 ‘금가(琴歌), 거문고의 노래’이다.
주인에게 술 있어 오늘밤 신명나니 광릉객에게 거문고 탈 것을 청하네 달빛 비친 성곽 위로 까마귀 흩어지고 서리 내린 찬 숲바람이 옷을 파고 드네 향이 피고 초가 탈 때 초가 더욱 빛나니 녹수를 먼저 탄 뒤 초비를 탔네 사방의 고요함 속에 별이 빛을 잃었네 1천리 밖 맑은 회수 가에서 벼슬하니 이제 벼슬 놓고 구름 덮힌 산 속에 살리라. (141쪽)
이 시를 읽으면서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잠깐 떠올려보자. 거문고를 타는 모습이 어느 구에 묘사되고 있는지? 1~ 4 구는 거문고를 타기 전의 정경을 묘사한 부분이다. 5~ 10 구는 거문고를 타고 난 뒤, 주위의 반응과 자신의 감회를 나타내고 있다.
‘거문고 소리 한 마디에 만물이 숨을 죽이고 사방의 고요함 속에 별이 빛을 잃었네’ 그런 거문고 소리는 과연 어땠을까? 그런 것과 거리가 먼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묘한 경지일 것이라는 것. 그 정도. 모든 사람과 만물이 고요한 상황에서 오직 거문고 소리만 가득한 환상적인 경지다.
역자의 수고가 빛나는 <부록>
이 책에는 당시 3백수 뿐만 아니라, 부록에서 당나라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역자가 글이 덧붙여있다.
역자의 수고를 통해, 멀게 느껴지던 당나라 시, 당시(唐詩)를 읽어본다. 위에 소개한 두보의 시 구성을 빌려 말하자면, 즉 멀리서만 생각하던 당시(唐詩)는 정말 멀게만 느껴지던 것이었다. 읽어도 뜻도 모르고 시의 배경도 모르니, 그저 흰 종이에 검은 글씨였는데, 저자의 해석과 해설을 따라가본 결과, 사람의 감정과 느낌이 구구절절 담겨있는, 해서 읽으면서 뭔가 느낌이 오는 것을 느꼈다.
이제 두보의 시 7~8 구 <언젠가 꼭 정상에 올라 뭇 산이 작은 것을 한눈에 굽어보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언젠가 당나라 시대의 시인들의 그 마음을 나도 같이 느껴볼 수 있는, 당시(唐詩)의 태산(泰山)에 올라보리라, 는 생각, 해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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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삼백수 수정증보판 손수,장섭 지음 / 인간사랑 “당시 삼백 수를 숙독하면 시를 읊지 못하는 사람도 시를 읊을 수 있게 된다.”
하루 30분의 한시 독서는 명상이나 마음챙김으로 마음의 편안함이 생길듯 하다. 한시가 이렇게 묘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줄 미처 몰랐다. 직설적이면서 간접으로 노래한 시적 나열이 마치 시름을 내가 격듯 명치끗을 타고 우러나오는 통증이 싯구의 자리에 내가 있는듯 아프고 쓸쓸하다.
한시 한구한구가 아름다움 차원을 넘어 인생의 고통과 아픔, 쓸슬함, 힘겨움, 혜어짐, 고뇌, 이별, 인간의 한계 등 삶속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감성적인 문장으로 쓸쓸하다못해 감정입이 고스란히 전해저 온다. 그리고 사견이지만 분문을 읽을때는 반드시 가족이 잠든 적막감이 감도는 고요한 밤, 전체 등은 소등하고 스텐드 아래서 읽어야 제맛이 난다. 그래야 한자음에대한 맛, 한문장 전체에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심연에서 누구라도 자신이 살아온 삶이 어떻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감성과 오버랩돼 진정으로 다가오는듯 하다.
본문의 편찬 성격을 규정한 당시의 속담중에 ‘당시 삼백수만 외우면 절로 시를 읊고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인용한 것으로 그 단면을 알 수 있듯이 당시 삼백수는 무수한 당시선집 가온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시모음집이다. 처음 발간의 원 취지 또한 교육과 학습을 위한 교육적인 목적의 당나라 모음집이었기 때문에 취지와 과정에서 광범위하고 다양한 분야의 대표적 시인 약 77명의 310수였고 이 후, 다른 사람에의해 10수가 추가돼 320수가 수록되었으며 종류도 2종으로 늘어나면서 전해지는 과정 또한 간단치않은 역사적 이력을 가지고 있다.
당시삼백수는 중국의 청대시기(1636~1912 위키참조) 건륭제 약28(1763)년때 형당퇴사(?(塘)塘退士, 호 - 형당, 만호 - 퇴사)인 손수(과거와 진사에 차례로 급제, 후대의 고증으로 형당퇴사가 손수였음이 한참후에 밝혀졌다 함)에의해 당나라 전 시기의 시 모음집으로 간단한 주석을 붙여 공자께서 305편을 모아 편찬한 시경을 본따 만든 서당의 학습교재가 그 시초다. 이후 청조 도광14년, 1834년 장섭에의해 상세한 주석과같이 재편되며 중요하게 추가된 저자의 말처럼 터키족 출신의 이백과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에 저명한 주석가인 왕기와 구조오의 주석이 추가되면서 10수가 더해진 320수로 재편, 오늘날 주소본으로 명명된 당시삼백수주소로 간행돼 널리 유포됐다. 이때 이를 불편하게 여긴, 시쳇말로 꼽게여긴 상원여사 진완준에의해 1885년 손수의 원본을 크게 보완 상당히 세세한 주석을 단 당시삼백수보주 주석서, 즉 현재의 보주본이 세상에 한가지가 더 나오게 된다. 이 또한 주소본 못지않은 휼륭한 평가를 받으며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현재의 평가는 당시삼백수 주소본과 보주본 모두 평단의 상당한 고평가를 받고 있음으로 이에 본서는 주소본을 따르긴하나 보주본의 주석을 함께 달아 문사철의 인문학 열풍에 일조하는 게기가 될 수 있도록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본문은 제1장부터 제1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알고있겠지만 한시를 감상하려면 기본적으로 알고 접근해야 할 간단한 지식을 설명하면 중국의 전통시인 근대 이전의 한시(또는 한자 문화권의 한시)는 당나라 -이전 시기(육조시대 총칭)인 비교적 자유로운 고체시, 고시는 일명 고시와 악부로 나뉘며 글자수대로 사언, 오언, 칠언과 글자수가 일정치않은 잡언이 있고, -그 이후를 고시보다는 엄격한 형식을 전제로한 근체시로 절구인 오언, 육언, 칠언절구, 율시인 오언과 칠언율시, 또 장률이라고도 부르는 10구이상 장편의 형식인 배율로 오언과 칠언배율 형식으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본문엔 제1장 ~ 제4장까지 고시, 고체시와 나머지 이 후의 근체시 일부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시, 고체시 ; 사언, 오언, 칠언고시 *악부 ; 장구, 단구 *근체시 ; 절구 율시 배율
제1장 오언고시五言古詩~ 고시는 시 한편이 4행으로 한행당 글수가 5자로 완성 제2장 오언고시악부五言古詩樂府~ 오언시를 악장으로 만들어 부름, 고시의 악부는 글수가 자유로운 잡언과 일곱자인 칠언이 있다 [참고] 배율 구당 12구 이상인것;오언배율 구당 5자, 12구이상, 칠언배율 1구당 7자, 12구이상
본문의 모든 한시는 저자와 제목, 한시와 한글 음, 뜻풀이, 그리고 본문 다음엔 주요 본문 단어에대한 풀이까지 이여지고 있어 어려움없이 읽고 감상할수 있게끔 돼 있다. 아래의 시도 학습 겸 한자를 먼저 읽어보고 한글 풀이를 읽어보면 그대로 저자의 본 마음이 감정이입 된다. 그정도로 생생하게 현실감정으로 풀어놨기 대문에 이떤 부분을 펴서 읽듯 자연스러운 공감과 감동을 경험할수 있다.
21세기를 힘겹게 관통하고있는 젊은이들에게 투렷한 현상으로 따돌림당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문사철, 당연 그 이유로는 취업시장에 찬밥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마도 영원히 인간의 마음과 정신을 살찌우는 문화유산으로서의 최고의 학문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딜가나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최고의 아름다운 모습은 책을 펼치고 그속에 물과 산과 바람을 찾아 삼매경에 빠져있는 모습이라는 측면에서 그 이상이 있을까 싶다. 역시 인간성을 회복하고 그 마음과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데는 독서에 비길것이 없으리라는 생각과 아울러 어려운시기를 견디며 한권의 책을 발간해내기위해 혼신을 다하는는 출판사 모든분들에게 경의 를 표한다. #
# 애잔함이 밀려오는 한시, 부모라면 아이가 어리든 성인이든 가슴에 와 닫네 한줄한줄 차분히 읽으려니 그 마음이 전해지네~
@ 한문장 한문장 읽어내려가며 눈을 감으니 아려오는 그 마음 가슴에 와 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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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참으로 쉬우면서도 난해한 문학 장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담백하게 풀어내는 작품을 시로 정의할 수도 있겠지만, 대단히 많은 경우에 시는 단순히 표면적으로 보이는 언어 표현 이면에 대단히 다층적인 의미의 깊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과 뉘앙스에 대해 항상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시는 정확히 고정적인 무언가로 확정되거나 환언될 수 없고 그렇게 하려고 고집하는 모든 시도는 지극히 단편적인 환원주의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다각적인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며(비록 그것이 개인의 정서를 가볍게 표현하는 서정시일지라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일반인은 그런 연구와 분석에 크게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대단히 국제적이고 개방적이며 문화적으로 크게 번성한 당나라 시대 시문학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당시삼백수』는 그야말로 시문학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데, 중국 고전에 대한 연구와 번역에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는 신동준 선생님의 번역, 주석, 해설로 집대성된 이 책은 가히 『당시삼백수』의 절정판이라 할 것이다.
물론 신동준 선생님의 독창적이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해석과 이해에 모든 사람이 꼭 동감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많은 문헌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고증하여 이 책에 수록된 시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노력한 신동준 선생님의 수고는 모두가 마땅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앞서 말한 시문학의 특징을 감안하면, 신동준 선생님이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쏟아 부은 노력과 열정은 이 책의 모든 페이지에서 누구나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당나라의 유명한 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음미하는 데 큰 유익을 준다.
『당시삼백수』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이 책은 작가와 원작을 수록한 뒤 그 원작에 한글로 독음을 달고 바로 옆에 그 의미를 한글로 해석하여 시 형식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원작의 모든 한자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도 충분히 원작을 감상할 수 있고, 그 의미를 우리말로 된 시를 보면서 감상할 수 있다. 한시에 익숙하지 않거나 초심자인 경우도 이 부분만 읽으면 어느 정도 초보적인 형태로 한시를 감상하는 데 크게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시, 특히 당시의 내용을 더 깊이 들여다보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신동준 선생님이 그 뒤에 덧붙인 주석과 해설을 참조하면 된다. 주석의 경우는 시의 원문에 표현된 한문의 어구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한시의 자구적인 분석과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 해설의 경우는 시 전체의 내용과 그 속에 담긴 심층적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장점이 있다(물론 해설의 경우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다의성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 다른 각도로 살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또한 『당시삼백수』는 유용한 부록도 수록하고 있는데, 당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당나라 역사 개관은 학창 시절에 배운 역사 지식을 거의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시대적 배경을 상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작가 소개와 작가 연표는 구체적인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 지식이 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유용하다.
요약하면, 『당시삼백수』는 역자 서문에 언급된 대로 인문학의 필수 요소인 문학 중에서도 가장 문학적일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번성한 당나라 시대의 가장 중요하고 탁월한 시문학의 백미를 엄선한 책으로서, 거기에는 우리의 감성은 물론이고 지성까지도 충만히 채우는 자양분이 가득하다. 또한 『당시삼백수』는 신동준 선생님이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한 중국 고전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자세한 번역과 친절한 주석 및 해설을 제공하기 때문에, 한자에 자신이 없거나 고전에 취약한 사람도 아무런 걱정 없이 최고의 작품들을 수월하게 감상하고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