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에 기습적으로 선포된 비상계엄은 한국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서 경제적으로 겨우 선진국 그룹의 말석 정도는 차지했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했다고 믿어왔던 사람들로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던 사건이었다. 게다가 그 후의 전개과정도 일반적인 민주국가가 취해야 하는 정치 외형과 매우 달랐다. 토의/숙의를 대신해서 광장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더 큰가를 겨루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 선출되지 않은 사법 권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현실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고민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민주주의를 겨우 이뤄냈는데 갈수록 그것을 무력하게 만드는 극우와 혐오세력이 힘을 키워가는 현실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를 통해 다수 의견이 대표성을 갖는다는 형식만 갖추면 과연 민주주의를 완성한 것인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여섯 개의 글을 통해서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과 한계를 짚어낸다. 필자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이뤄왔던 것은 무엇이고 그것이 갖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참 본질은 무엇인가, 그래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를 조목조목 짚어낸다. 옴니버스 식의 편집이 늘 그러하듯이 다양한 시각을 가진 필자들의 분석과 주장은 다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여러 측면들을 골고루 읽어낸다. 민주주의가 하나의 완성된 형태의 도달 지점이 아니라 민주화를 향한 끝없는 과정임을 고려할 때, 이 책이 던지는 질문들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목도하는 한국의 독자들로 하여금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관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