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절부터 독일 가곡들을 외워 불렀던 수학자 김민형은 낭만주의 이면에 숨은 파괴적 속성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평생 바흐와 베토벤의 작품들에 천착한 첼리스트 양성원은 거꾸로 악기 연습 못지않게 소중한 인생 경험들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의 대담집을 읽다가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와 오자와 세이지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가들이 연주와 청취, 감상과 감동, 녹음과 실연, 전문성과 대중화의 상관관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때로는 팽팽한 설전을 불사하는 대화를 읽다 보면 흡사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짜릿한 전류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