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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악몽의 현장, 가위둘림의 세월, 그게 그의 고향이었다. 그러니 고향은 한마디로 잊고 싶고 버리고 싶은 것의 전부였고, 행복이나 출세와는 정반대의 개념으로 이해되었다. 중호는 고향의 모든 것을 미워했다. 측간에서 똥 먹고 사는 도새기(돼지)가 싫고, 한겨울에도 반나체로 잠수질해야 하는 여편네들이 싫고,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 하는 속담이 싫고, 육지 사람이 통 알아들을 수 없는 고향 사투리가 싫고, 석다도 풍다도 싫고, 삼십년 전 그 난리로 홀어멍이 많은 여다도 싫고, 숱한 부락들이 불타 잿더미가 되고 곳곳에 까마귀 파먹은 떼송장이 늘비하게 널려 있던 고향 특유의 난리가 싫고, 그 불행이 그의 가슴속에 못 파놓은 깊은 우울증이 싫었다. 걸핏하면 버릇처럼 꺼질 듯한 숨을 내쉬는 어머니도 싫었다. 육지 중앙정부가 돌보지 않던 머나먼 벽지, 귀양을 떠난 적객들이 수륙 이천리를 가며 천신만고 끝에 도착하던 유배지. 목민에는 뜻이 전혀 없고 오로지 국마를 살찌우는 목마에만 신경 썼던 역대 육지 목사들. 가뭄이 들어 목장의 초지가 마르면 지체 없이 말을 보리밭으로 몰아 백성의 일년 양식을 먹어치우게 하던 마정. 백성을 위한 행정은 없고 말을 위한 행정만이 있던 천더기의 땅. 저주받은 땅, 천형의 땅을 버리고 싶었다. 찌든 가난 심한 우울증밖에는 가르쳐준 것이 없는 고향, 그것은 비상하려는 그의 두 발을 잡아끌어당기는 깊은 함정이었다. 그 섬사람이 아니고 싶었다._해룡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