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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리의 희망은 2030 세대입니다 ? 작가의 말 04
1 | 문학의 길 나의 글쓰기 11 마르셀 프루스트와 함께 15 큰 이야기, 강한 이야기 23 한라산과 문학 29 우리 문학의 슬픈 상처 47 2 | 사월의 노래 계엄령과 고문 55 시간 61 4·3을 어떻게 볼 것인가 65 과거를 복권해야 하는 이유 77 나는 4·3의 무당이다 83 3 | 나를 부르는 소리 지워진 풍경 123 바다와 술잔 131 나는 그 바다로 간다 159 탈중심의 변방에서 167 거대한 초록 181 4 | 우리는 누구인가 벗어야 할 마음의 굴레 193 야만적 선동의 추악함 197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하는가 201 냉소주의도 힘이 된다 213 여론의 타락 219 얼어붙은 바다 깨기 223 |
HYUN,KI-YONG,玄基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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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죽었다는 것은 그 사회의 진실이 죽어 있다는 뜻이 아닌가. 왜냐하면 문학이야말로 진실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그릇이기 때문이다. 오직 문학만이 진정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물질적 가치 대신에 정신적 가치를 옹호하는 일은 문학만이 할 수 있다.
--- p.26 그 시대가 역사의 치부라고 해서 역사에서 낙장시킬 수 있을까. 금기의 시대로 덮어두면 둘수록 역사는 전철을 되풀이할 뿐 한치도 발전할 수 없다. --- p.45 천편일률적 시간의 흐름에서 잠깐씩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일상에 조금씩 변화를 주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이 ‘일상의 모험’이다. 일상의 작은 모험들이 밋밋한 시간의 흐름에 의미와 색채를 부여할 것이다. --- p.63 내 몸을 얽어맨 채 좀처럼 떠나지 않던 우울증과 이 나이에도 이따금 찾아오는 말더듬증도 그 참혹한 유년에서 기인한 것이 틀림없다. 내가 술을 좋아하게 된 것도, 그래서 오랫동안 빼도 박도 못할 모주꾼이 되어 비틀거린 것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 p.84 고향에 대한 본능적인 애착은 고향의 가족, 이웃, 주민, 풍토, 그리고 그 안에서 부침하는 사건들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관심일 것이다. 그러나 제주 4·3을 겪은 제주 사람들에게 고향이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사랑과 증오, 분노와 좌절의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퍽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 p.86 그 소년이 바로 나였다. 죽은 자들을 위해 증언한다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의무였다. 죽음의 4·3에서 어린 나이에 살아남은 나는 세상을 그 소년의 시선으로 응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 p.96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슬픔은 작은 슬픔이다. 그들에게는 4·3의 처절한 슬픔보다는 흰 눈 위에 얼어 죽은 새에 대해 슬퍼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4·3의 슬픔은 피와 비명과 떼죽음의 슬픔이었다. --- p.106 극지의 혹한 속에서 극도로 위협받는 나의 육체, 한없이 위축된 나의 생명, 내 심장의 체온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어릴 적에 어쩌다 잡은 참새 한 마리, 손에 잡히는 그 조그맣고 따뜻한 체온 같은 것, 말하자면 그것이 바로 나의 생명, 나의 자아였다. --- p.149 고향의 축약된 이미지로서 바다를 생각하는 나에게 바다는 내 생존의 모태요, 요람으로 존재한다. --- p.164 상품 소비는 마약과 같아서 일단 중독되면 거기서 벗어나기 어렵다. 특히 소셜 미디어의 무분별한 소비가 문제다. 그러한 상품의 마력에 매혹된 대중은 더 이상 민중도 시민도 아닐 것이다. 오직 표피적 만족에만 급급한 어리석은 소비자일 뿐이다. --- p.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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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참상을 지켜본 폭낭 한 그루처럼
『사월에 부는 바람』 표지에는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너른 들판에 홀로 우뚝 선 나무는 제주 방언으로는 ‘폭낭’이라고 불리는, 일명 팽나무다. 팽나무는 동백꽃과 더불어 그날의 참상을 묵묵히 지켜본 4·3의 상징물 중 하나다. 표지의 사진이 암시하듯, 『사월에 부는 바람』은 제주 4·3을 중심으로 현기영의 삶과 문학 세계를 풀어가는 자전적 에세이다. 제1부 ‘문학의 길’에서는 문학인으로서의 현기영을 조명한다.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4·3 문학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이고, 문학에 대한 애정과 한국 문단을 향한 진솔한 성찰이 담겨 있다. ‘작가 현기영’의 면모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제2부 ‘사월의 노래’에서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4·3을 다룬다. 현기영은 금기시되던 4·3을 문학으로 형상화했다는 이유로 군부독재의 군홧발에 시달려야 했다. 현기영은 고문의 공포와 독자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4·3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고백한다. 독자는 ‘작가 현기영’을 넘어 ‘목격자이자 생존자인 현기영’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제3부 ‘나를 부르는 소리’에는 제주의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화산섬 제주도의 독특한 지형과 사계절마다 변하는 한라산, 바람결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오름과 푸른 바다의 모습이 애정 어린 필체로 가득하다. 현기영에게 제주도는 단순한 고향이 아니라, 그의 문학의 근원지다. 현기영은 말맛이 살아 있는 문장들로 제주도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제주 사람 현기영’을 보여준다. 제4부 ‘우리는 누구인가’는 그 제목처럼, ‘우리’, 즉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성장만을 쫓는 경쟁 사회에서 우리는 쉽게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타인을 적으로 인식하곤 한다. 현기영은 그런 현대인에게 경종을 울린다. 마음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함께 얼어붙은 바다를 깨자고 말하는 그 목소리는 우리 삶의 나침반이 된다. 『사월에 부는 바람』은 문학과 역사, 그리고 고향 제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은, 현기영만이 쓸 수 있는 글로 가득 차 있다. 그의 문장은 독자들에게 과거를 기억하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제주의 상처, 문학이 되다 한강 작가가 『작별하지 않는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제주 4·3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4·3을 문학의 영역으로 옮겨온 이는 현기영이었다. 실제로 한강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집필하며 현기영의 작품을 참고하기도 했다. 반공 이데올로기 아래 외면받았던 이 참상을 목격자로서 증언하기 시작한 현기영은, 제주 4·3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아픈 역사를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데 앞장서왔다. 개인과 역사가 긴밀하게 얽혀 있듯, 문학과 역사 역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개인과 역사, 그리고 문학이 시대와 어떻게 호흡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기영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순이 삼촌』의 작가로서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람 현기영’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월에 부는 바람』은 그의 삶을 조명하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현기영이라는 한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어떤 마음으로 4·3 문학을 쓰기 시작했을까. 그는 모진 고문과 민주화라는 격변을 거치며 어떤 고민을 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제주도를 단순한 관광지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제주 4·3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는 많지 않다. 『사월에 부는 바람』은 사월의 나지막한 봄바람처럼, 혹은 꽃샘추위와 함께 온 매서운 칼바람처럼 다가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가 알아야 하지만 놓치고 있었던 것들, 우리가 생각해야 하지만 생각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