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혜봉 시집 『見者, 첫눈에 반해서』는 꽃의 마음들로 유난하다. 그것들은 “말(言)의 잔등에 업혀 강을 건너는 봄 햇살”로 화사하지만, 때로는 이하李賀의 시구처럼 “아득하고 먼 먼, 마음 그물에 걸리는 / 헤아릴 수 없이 깊고 오묘한 노래 말”로 현현되어 유有와 무無로 갈라서기도(「비단귀주머니꽃 -이하李賀*를 역 패러디하다」) 한다. 그리하여 백두산·지리산에서만 핀다는 희귀종 야생화인 ‘날개하늘나리꽃’처럼, 현실태를 장만하는 드문 꽃도 있지만, “여기 마땅히 머무는 법, 법이 없이 기뻐/날아다니는 꽃 첫눈 내리는 마음을 업은”(「먼 먼 길 사랑꽃」) 눈부처로 그려져, 시의 삶이 형언할 수 없는 사랑임을 증언하는 꽃도 함께 피어난다. 없는 꽃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시인의 간절한 소망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이 시집이 소리꾼인 신재효 ,김세종, 이화중선, 주덕기, 임방울, 진채선, 박동진, 김소희 등 지극한 울림통들을 한 자리에 앉혀놓은 것도 필시는 “삶의 생살을 깊숙이 찍어 그 속살 그늘에 귀에 모으려는(「판소리 쥐락펴락 주낭청朱郎廳」),” 서늘한 마음의 단면임을 안다면, 그 시의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 독자는 쉽게 알아차리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