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형,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MBC에서 사극을 연출하던 표 형으로부터 ‘살짜기 옵서예’에서 배비장 역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뮤지컬이라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애랑 역에는 펄 시스터즈로 유명한 배인숙 씨가 캐스팅되었다. 춤과 노래에 능한 그녀를 상대로 내가 어떤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표 형,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연습하면 되지. 춤과 노래가 별겁니까?” “그럼 내 표 형만 믿고 하리다.” 매일 춤추고 노래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좋아하던 술맛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첫 무대에서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땀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1978년 국립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려진 ‘살짜기 옵서예’는 관객들의 큰 호응 속에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