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K-아재는 무슨 죄란 말인가? 얼마나 엄청난 죄를 지었기에, 키스까지 했는데도 잔멸치 한 통 놓고 가서는 종무소식이란 말인가? 얼마나 못났기에 아들딸 피붙이 다 제쳐놓고 장모의 병수발을 맡아야 하고, 왜 평생 내외하던 장모의 대소변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집 안에 쓰레기를 쌓아놓고, 그 한구석에서 태아처럼 웅크리며 죄책감 속에서 자야 하고, 친구끼리 싸움도 한번 시원하게 할 배짱도 없이 길가에 같이 쭈그리고 앉아서 「타박타박 타박네야」를 불러야 하는가? 이경란 작가의 소설집을 읽는 내내 이런 말을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중얼거리는 나를 보고 놀랐다. 나는 왜 이렇게 흥분하며 화내고 있단 말인가? 이토록 강한 감정이입은 스스로 이 소설들 속 아재들과 나를 동일시하고 있단 말이 아닌가? 하긴 나도 식당 계산을 안 하려고 작은 운동화 속에 발을 욱여넣는 동작을 하며 시간을 끌었고, 좋은 와인을 혼자 먹을 배짱도, 누구와 나누어 먹을 아량도 없어서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의문은 왜 그토록 흥분하고 화내면서도 이 소설들을 계속 읽고 있는 것인가이다. 그것은 마치 어떤 상처를 꼬챙이로 쑤시면 아픔과 동시에 쾌감을 느끼는 것처럼, 이 소설들이 던지는 자학적 쾌감이 상당히 중독적이기 때문이다. 중독은 소설들의 교묘한 서술 장치가 자극하는 탐구욕과 현미경 같은 심리 묘사의 핍진성 때문에 생긴다. 그래서 화나고, 무참하고, 속절없고, 얼굴이 화끈거리면서도 한번 잡으면 계속 읽을 수밖에 없고, 마침내 ‘그럼 그 순수한 소년들은 자라서 결국은 K-아재가 됐단 말인가?’라는 지극히 아재스런 결론에 이르는 자신에게 또 한 번 실망할 것이다. 이 신랄한 K-아재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에 나만 당할 수 없다. 당신들도 당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