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난 환승역』은 나도 모르게 중학교 2학년 겨울의 영천역을 소환했다. 부모님 몰래 강릉으로 떠나려다 환승역을 착각해 열차를 놓쳤고, 나는 눈 내리는 대합실 톱밥난로 곁에서 동대구행 완행열차를 기다려야 했다. 완벽하게 실패한 여행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날의 난로와 창밖의 눈, 말없이 앉아 있던 사람들의 표정은 내 안의 ‘사평역’처럼 선명해졌다.
이 책은 그날 난롯가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따뜻하게 다가왔다. 각자의 환승역에 잠시 머물렀던 이야기들은 고속철도나 종착역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온기를 품고 있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이런 환승역이라면 조금 더 머물러도 좋겠다고.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삶 역시 목적지만이 아니라, 그곳으로 가는 여정 속에서 우리는 더 깊어진다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저마다의 환승역에서 잠시 쉬어 가며, 다시 자신만의 노선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