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에서 영일寧日의 나날로
오태규의 소설은 통시대적으로 우리 소설을 아우른다. 그의 소설에는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1921)부터 김동인의 「광염소나타」(1930)와 이상의 「봉별기」(1936), 김승옥의 「무진기행」(1964),「서울 1964년 겨울」(1966)의 특징들이 얼마 만큼씩 80년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녹아 들어가 있다. 이러한 복합성과 복잡성이 그가 대중적 찬사를 받지 못한 이유로 보이기도 한다. 그의 박학다식과 다층적인 문화적 소양은 오히려 문학에 대한 순수성을 오히려 강화시켜, 그는 외골수로 자신만의 문학적 금자탑을 몰래 쌓아 왔다. 그에게 주어진 대가는 외로움일지라도 그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이 작품집에는 그의 초기작과 비교적 근작에 속하는 작품이 함께 숨을 쉬고 있다. 근작인 「영일소품」에 와서야 그는 편안해졌다. ‘영일(寧日)’이란 무사(無事)하고 편안(便安)한 날을 말함이 아니냐. 평생 문학으로 숨을 쉰 작가가 드디어 문학으로 영일의 나날을 찾았다. 선배작가를 이해하고 문학관 혹은 세계관으로 부딪혔던 동료와도 화해한다. 결국 그것은 세월과 맞잡은 악수이기도 하다. 그의 노년 문학에 축복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