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보라”는 시 쓰기의 신경세포 같은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은 자기 작동의 산물이 자기 고유의 조직이 되고 자기 관찰을 통해 자기 변화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한다. 그러나 외부와의 상호작용이 변화의 요인이기도 하다. 다만 외부적 요인이 직접 입력되는 게 아니라 외적 요인이 내적 상호작용에 일정한 영향을 미쳐 자기 관찰의 정향이 달라지면서 변화한다. 외부의 환경은 각자의 내적 “발버둥질”을 거쳐야만 비로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시의 언어는 정보 소통이 아니라, 각자의 독립적인 살아 냄이 교차하는 공통 교감이다. 시인이 시의 자율적 신경세포를 침범하는 순간, 그 시의 신경세포는 파괴되고, 시는 죽고 말 것이다. 변화하고 정향하기 위해서는 시든 시인이든, 특히 시인은 관찰자로서, 쓰는 자로서, 시인의 자기 관찰을 통한 변화와 정향, 즉 “생각”보다 살아 냄이 실행되어야 한다. 그 고투의 기록이 이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