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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나는 언제나 내가 아니다 명자꽃 나는 누구인가? 겨울 저녁,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다른 곳 눈을 이해하는 법 일그러짐?눈의 바다 갑자기 뭐라고? 은밀한 투명무늬 나를 이해하는 법?단순한 삽화 푸른 벽 마음을 들여다본다 저녁에 저녁의 노래 조각가 아무것도 아닌 먼지의 정물 그녀는 곧 순간의 숲 에델바이스 삶은 마술이다 단순한 삽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흰 종이 잡담 눈이 쓴 산문에 앉아 ……가 되기를 거부하는 끝내 그 무엇도 아닌 것들 시간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꽃병 볼살 통통한 소녀 1볼살 통통한 소녀 2 벌거벗은 마음 새벽의 노래 부러진 쇄골 미지의 대륙 사람은 죽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 고양이 검은 사슴 죽음은 비교할 수 없다 오래된 나무 근데, 시간은 있나? 그 이후가 있을까? 저 물속에 소포 꿈 두 장면 도시 외곽의 시간 언니 뭐해! 연두 과일 회귀 돌을 이해하는 법 극도로 차가운 빛 재채기 삽화 등대 나는 누구인가? 자기부상 : 석분기자 자기부상 : 석분기자 자기부상 : 석분기자 자기부상 : 석분기자 자기부상 : 석분기자 해설| 저녁의 극한 |이철주(문학평론가) |
蔡好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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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죽음을 볼 수 없다.
나는 책상 앞에서 글쓰는 나를 볼 수 없다(글쓰는 나는 더이상 내가 아니니까). 나는 산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내 뒷모습의 영상을 되풀이해서 본다. 달려가서 추월하여 그게 나인지 아닌지 확인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끝끝내 뒤쫓아갈 수밖에 없는, 그것이 나의 불가능이다. .다없수볼로바서로나를나는나 ---「나를 이해하는 법―단순한 삽화」중에서 (해칠까 무서워 도망간 거라고? 그건 인간의 터무니없는 상상) 검은 사슴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 새벽의 영역에 들어오는 걸 허락하겠다. 저녁에 다시 인간의 영역으로 돌아가는 걸 허락하겠다. ---「검은 사슴」중에서 그러나 삶은 사건이다. 시간은 사건의 연속이다. 탄생 이전에 탄생이 있었고, 죽음 이전에 죽음이 있었다. 탄생과 죽음은 지면의 앞면과 뒷면. 삶은 엎치락뒤치락 팔랑거리는 지면: 여름 햇빛에 반짝이며 뒤척이는 미루나무 수많은 잎 잎들. ---「자기부상 : 석분기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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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회집하는 나
그리하여 태어나는 또하나의 새로운 몸 내 안의 수많은 ‘나들’이 들썩이고 괴로워하며 실족하고 무너져내리는 이곳은 채호기의 시가 태어나는 곳이자 한사코 벗어나려 하면서도 결국 되돌아오고 마는 시적 여정의 종착지이다. 자기 안의 자신을 끝끝내 지워내지 못한 실패로서만 존재하는 이 불가능한 사랑은 주체 ‘너머’의 절대적 대상을 갈망하지만, 그러한 갈증이 태어나는 ‘나’라는 욕된 이 자리를 부정하지 않는다. _이철주(문학평론가), 해설 「저녁의 극한」부분 “물위에 새긴 장면”(「두 장면」), “먼지의 정물”(「먼지의 정물」), “이명을 떨쳐내는 반동으로 자기부상 하는 침묵”(「자기부상 : 석분기자」), “암흑을 바라보는 암흑의 빛”(「돌을 이해하는 법」), “몸안에서 메아리치는 소리 없는 것들”(「자기부상 : 석분기자」), “사랑하는 사람을 산다는 것”(「근데, 시간은 있나?」)에 이르기까지. 시인이 포착한 극도로 섬세한 이미지는 부재하면서도 너무나도 선연하게 다가오고, 이는 도달 불가능한 너머와 무한과 유한을 함께 환기한다.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감각하고 파고들어 가까스로 건져낸 인식들, 그것을 순정한 언어로 펼쳐낸 시편들. 그곳에 닿기 위해, 닿지 못해, 닿았다 착각하는 사실마저 직시하며 “그건 인간의 터무니없는 상상”(「고양이」)이라고 써내는 시인. 그렇기에 너무나 인간적일 수밖에 없는 시인 채호기. 수많은 나들이 속삭이고 웅성거리고 때로는 침묵하는 소리들을 받아 적는 일은 수만 개로 반짝이는 분명한 나들을 목도하는 일이자, 산산조각으로 흩어진 나를 그러모으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 그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선보일 『검은 사슴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는 독자들이 결코 잊을 수 없을 단 하나의 새로운 몸을, 그 몸의 탄생을 함께 지켜보는 일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