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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이현호
문학동네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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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100 8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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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Side A

양들의 침묵
배교
말은 말에게 가려고
음악은 당신을 듣다가 우는 일이 잦았다
너는 나의 나라
나라는 시간
가정교육
분명
ㅁㅇ
폐문
수란

직유법
아무도 아무도를 부르지 않았다
과일과
밤은 거짓말처럼 조용하고
나무그림자점
보통의 표정
만하(晩夏)
명화 극장
자취
모르는 사람
문장 강화
.
염리동 98-13번지
확진
첫사랑에 대한 소고
마라톤
낙화유수(落花流水)
오늘밤이 세상 마지막이라도Side B

Side B

청진(聽診)
캐치볼
반려
태풍 속에서
동물 소묘
졸업
살아 있는 무대
있다
필경사들
빈방 있습니까
검은 봉지의 마음
꽃매미 울 적에
나의 초상
괄호의 나라
친구들
나의 투쟁
개벚나무 아래서
밤마음
국지성 호우
저녁에
투명
악마인가 슬픔인가
비포장도로
겨울 학교
눈[目]의 말
울게 하소서, 그리하여
아주 조금의 감정
마음에 내리는 마음
식물의 꿈


해설| 투명하게 얼룩진 말
|김나영(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1983년 충남 전의에서 태어났다. 2007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비물질』과 산문집 『방밖에 없는 사람, 방 밖에 없는 사람』 『점, 선, 면 다음은 마음』 등을 펴냈다. 최근에 쓴 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만지면 녹아 버려서 아무도 부를 수 없는/ 슬픔의 초인종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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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190g | 130*224*20mm
ISBN13
9788954653183

책 속으로

이루어진 소원은 더는 소원이 아닌 것처럼
곁에 없는 사람만을 우리는 영원히 사랑할 수 있듯이

한 이름을 흥얼거리다 보면 다 지나가는 이 새벽
당신의 이름을 길게 발음하면 세상의 모든 음악이 된다

기도를 사랑하는 사람은 기도가 닿지 않기를 바라고
우리는 음악을 울린다
---「음악은 당신을 듣다가 우는 일이 잦았다」중에서

인제 세상에는 아무런 비유도 필요가 없을 때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에게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을 때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새로 가르쳐줄 것이 없을 때
어제부터 너를 사랑하겠어 내일부터 너를 사랑했어 지금 너를 사랑했었어 그 사랑을 사람했어
오래 들여다보아도 손댈 수 없는 비문만이 남을 때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우리는 서로 병이 깊다고만 생각될 때
기도를 그치는 영혼을 꿈꿀 때
영혼을 그치는 기도를 올릴 때
---「나라는 시간」중에서

“집에 오지 말고 집에 가.”

집과 집 사이에서 나는 집을 잃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집집마다에서
태어나서 먹고 자고 사랑을 하고 비밀을 만들고 병을 앓고 죽어가는데

맨몸으로
서로의 목덜미에 묻은 달빛을 밤내 핥아주기도 했던

가난한 유일신을 위해 기도하던 봉쇄수도원을
잊어야 한다, 집과 집 사이에서
---「가」중에서

어느새 창밖으로
눈은 눈을 덮고 있었다

첫눈이 온다고 하자
우리는 첫눈을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처음 본 눈이 기억나니
기억나지 않는 처음들을 세어보는데

우리는 누구의 전생을 살고 있는 것일까
공손을 배워야겠다

첫눈은 첫눈이라고 그는 다시 말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런 얘기 처음이 아닌 것 같아
우리가 언제 만났더라

창밖으로 방금 지나쳐간 사람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무섭게 사랑해야 할 것만 같았다

---「첫」중에서

출판사 리뷰

비문(非文)에서 비문(碑文)으로
비문(悲文)에서 비문(秘文)까지


몇 번을 고쳐 써서 겨우 나의 마음을 표현한 문장이 문법에 어긋나는 비문의 형태로만 적힐 때, 그리하여 사랑하는 상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그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할 때, 그때의 절망과 비참을 어떤 이는 “나는 나를 생활했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_김나영(문학평론가), 해설 「투명하게 얼룩진 말」에서

이현호의 시를 이야기할 때 비문을 빼고 말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나를 생활했다”라거나 “나는 너를 좋아진다”(「말은 말에게 가려고」)와 같은 문장, “나는 미래를 기억하고 있었다”(「명화 극장」) 같은 비문들. “오래 들여다보아도 손댈 수 없는 비문만이 남을 때”(「나라는 시간」), “침묵이라는 비문(非文)과 침묵이라는 귀신들의 회화(會話)”(「눈[目]의 말」)와 같은 구절을 곰곰 되짚어보면, 시인에게 비문은 그저 수사의 한 방법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삶의 태도이자 불가능한 글쓰기의 한 방식임을 알 수 있다.

“매 순간 새로 쓰는 유언”(「마음에 내리는 마음」), “서로의 눈동자 가만가만 들여다보며 거기 쓰인 비밀한 밤의 문장들”(「눈[目]의 말」)에 귀기울이며 시편을 읽어나가는 어느 순간, 비문(非文)으로밖에 쓰일 수 없는 문장은 시인이 남기고자 하는 단 하나의 문장일 비문(碑文)임을, 비문(悲文)으로밖에 쓰일 수밖에 없는 사랑의 기억은 시인의 극도로 내밀한 문장으로 출발했지만, 그가 우리에게 건네는 비문(秘文)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현호는, 이현호의 시는 우리가 읽을 가장 아름다운 구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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