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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김승일
한 다스의 혼자―서윤후 안녕하세요 시를 씁니다 그게 좋아요―양안다 차고 따뜻한 심플―이규리 한 꽃나무를 위하여―이현호 내게 시가 오는 순간들―정현우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최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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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루틴에 관해서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나는 아주 흔쾌히 승낙했다. 시를 쓸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내가 하는 일들이 꽤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루틴의 노예다. 예컨대 나는 종종 너무 많이 자거나 너무 조금 잔다. 그래서 자주 낮밤이 바뀌는데, 나는 낮에만 시를 쓴다. 낮을 낮으로 밤을 밤으로 만들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돌아오지 않을 때가 참 많다.
---「김승일_루틴」중에서 ‘시를 쓴다’라는 말에는 ‘사로잡힘’이 담겨 있다. 시에 사로잡힌 순간부터 나는 이유 없이 시를 썼다. 딱히 이유를 모르는데도 전력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시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고 싶어서 읽고 쓰는 일을 반복했다. ---「서윤후_한 다스의 혼자」중에서 시를 쓰다 보면 잊는 것들이 많다. 분명 시를 쓰는 동안 잡다한 생각과 고민을 지나며 문장을 썼는데, 다 쓰고 나면 내가 무슨 생각을 했고 무슨 고민을 하며 어떤 문장을 쓰고 끝내 시를 완성하게 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것은 어떤 영감이라거나 무의식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시를 쓰는 동안에는 분명 어떠한 생각을 거쳐 문장을 썼기 때문이다. ---「양안다_안녕하세요 시를 씁니다 그게 좋아요」중에서 나에게는 쉬는 시간이 중요한데 직전까지의 일에서 완전히 놓여나며 휴지기를 가진다. 휴지기를 통과한 후 다시 작업으로 돌아갔을 때 문제가 된 구절과 막혔던 문장들이 꽤 잘 보인다. 나는 이 휴지기를 더욱 알뜰히 사용하며 대우하는 편이다. ---「이규리_차고 따뜻한 심플」중에서 나는 의자에 대충 걸터앉아 있던 몸을 바로잡는다. 앉은 자리에서 두 팔을 머리 위로 길게 뻗으며 스트레칭하고, 심호흡도 한다. 풀어졌던 마음을 다잡는다. 이제 글을 쓸 때다. ---「이현호_한 꽃나무를 위하여」중에서 오늘은 시를 쓰기 위해 산책을 했어. 하늘은 조금 맑았고 바람은 느리게 불었지. 살아 있는 동안 내가 시를 얼마나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하게 돼. 우리가 잠드는 것은 어쩌면, 매일 죽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닐까. 잠 속의 나는 나를 인식하지 못하니까. 꿈을 꾸는 시간은 우리가 점점 소멸하는 시간이기도 하겠지. 그럼에도 죽음은 언제나 낯설고. ---「정현우_내게 시가 오는 순간들」중에서 “지은아, 시를 써 보면 어때.” 저는 그길로 창작 아카데미에 등록했습니다. 뜨겁고 차가운 마음 사이에서 이 이상한 얽힘이 꼭 시를 닮았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면서. 저는 시를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최지은_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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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하면서도 유연하게 일상을 꾸려 가는 작가들의 삶
새해가 다가오면 늘 하는 것들이 있다. 멋진 다이어리 장만하기, 헬스장 등록하기, 올해는 지난해처럼 살지 않겠노라 굳게 다짐하기 등등. 새해를 맞아 일상을 이루는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하는 이들도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루틴』은 새해 다짐을 하는 이들에게 부드러운 응원의 미소를 보내는 책이다. ‘루틴’이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함 대신 느슨하면서도 유연하게 일상을 꾸려 가는 작가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루틴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 중 일부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로 점철되어 있다”(서윤후, 「한 다스의 혼자」 중에서)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루틴은 계획한 것들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리 삶에 녹아들면서 서서히 굳어진다. 그것이 꼭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라 할지라도……. 글 쓰는 삶, 그 이면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가끔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며 창작의 고통을 잊는 작가의 모습은 미디어에 여러 차례 다뤄지며 우리에게 익숙한 하나의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진짜’ 작가의 루틴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작가의 루틴』은 글을 쓰는 삶 이면의 자연스럽고 소박한 작가들의 일상을 소개한다. 책상 앞에 앉아 서로 다른 종류의 아로마 오일을 바르며 잠을 쫓거나, 현미차를 주전자 가득 끓여 놓고 한 잔씩 마시거나, 수영 교실에 등록하거나, 불면수첩을 머리맡에 두고 잠들거나, 고양이를 돌보거나, 하루를 1초 영상으로 기록하거나……. 저마다의 방법으로 글을 쓰며 일상을 살아가는 작가들의 모습을 읽어 나가며 독자 역시 자신의 삶 속에서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고 사소한 습관을 만들어 갈 수 있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