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앤디 워홀의 생각』, 『뒷모습』,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당신은 첫눈입니까』가 있고 산문집으로 『시의 인기척』, 『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가 있다. 질마재문학상, 대구시인협회상, 시산맥작품상을 수상하였다.
이 글들은 그가 걷고 지나온 시간의 기록이다. 그곳은 때때로 밝고 어두웠으며 춥고 외로웠으나 그의 서정은 어떤 현실이라도 보듬고 다독이며 꽃밭이나 텃밭으로 경작해 내는 쪽이었다. 한 번도 색조 화장을 한 적 없었던 민낯처럼 그의 문장에도 과장이나 수식이란 건 없다. 그저 조용히 응시하거나 희미한 웃음을 뿌려놓을 뿐이다. 시 창작 교실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이나 한결같음이 그의 어여쁨이라서, 나는 이 순결한 기쁨을 그의 글로써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고 삶의 희비를 풀기도 했지만 늘 문학의 표상을 우위에 두었다. 여기의 글들은 그런 마음에서 나온 관찰이며 사유일 것이다. 이 글들은 삶의 요소인 아픔과 견딤, 사랑과 슬픔의 다양한 감정을 가족이나 일상 그리고 독서에서 채집한 감상으로 중첩해 내어 아련하고 서늘하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인연이 된 이들을 위한 파수꾼이 되기로 한 듯, 필요하다면 호밀밭 가에 서서 지켜줄 각오를 한 사람처럼 솔선하는 자세와 겸손한 의지 또한 사뭇 미덥다.
언젠가 우리의 삶이 아파서 다행이라는 말들을 주고받은 적 있다. 그건 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며 더욱 다행인 것은 계속 아프리라는 것이다. 참된 고통은 지속하면서 변화한다. 그 변화야말로 그가 신뢰하는 자산일 것이다. 그걸 의심하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것에 더욱 충실할 것임을 새겼을 것이다. 반복이 변화를 돕는다. 이 글들은 그러한 시간이 빚은 그의 진심이자 전심이다. 최유숙의 시간에 격려와 애정을 보낸다.
이서수의 소설은 어느 부분도 지루하지 않다. 인물의 심리나 관계가 치밀하고 현장성이 넘쳐 독자가 주인공인 경험을 하게 한다. 이서수가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질 때, 특히 그가 불행의 장면에 한번 더 메스를 가할 때, 놀랍게도 불행조차 경쾌해지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 그 순간을 건너게 한다. 슬픔은 슬픔을 알아본다. 구조적인 모순이 개선될 수 없는 사회에서도 우리가 이서수의 서사에 함께 분노하고 함께 아파하는 이유는 그의 시선이 진실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서수는 꿈을 이룰 수 없는 이 시대를 향해 질문을 던지며 ‘그래도 춤을 추자’ 말한다. 그는 밀폐된 시간을 사는 우리를 위해 공기 같은 ‘숨’을 발명해 내미는 현재이며 요긴한 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