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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없는
1. 아버지에게 가고 싶다 아버지에게 가고 싶다 동곡장 막내 보아라 다 생각하고 월동회 어리하다 부모 자식 사이 아버지의 방 누군가 지나갈 때 고장 난 벽시계 언젠가는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2. 부드러운 바닥 꽃병과 약병 사이 훔쳐보기 언니와 돌 부드러운 바닥 벚꽃 잘 받았어요 어떤 죽음 좋은 일 때를 밀다 엘리베이터를 나서며 사람이 사람에게 이르는 엄마와 문예 창작반 책상을 사이에 두고 선선한 최선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3. 아파서 다행이다 따뜻한 물 한 방울 사진에 관하여 꽃 점심 마음 냉동 꿈에 뵈다 버섯을 말리다 나도 누군가를 알아들은 척하다 아파서 다행이다 4. 스스로 기뻐하는 높이 노트를 찾아서 스스로 기뻐하는 높이 저축왕 나만의 방 뼈를 발라 먹다 틈 고구마꽃 차단기 엄마 안아주기 그리운 동해남부선 모(母)내기 얼마나 추웠으면 저절로 떨어진 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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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그가 걷고 지나온 시간의 기록이다. 그곳은 때때로 밝고 어두웠으며 춥고 외로웠으나 그의 서정은 어떤 현실이라도 보듬고 다독이며 꽃밭이나 텃밭으로 경작해 내는 쪽이었다. 한 번도 색조 화장을 한 적 없었던 민낯처럼 그의 문장에도 과장이나 수식이란 건 없다. 그저 조용히 응시하거나 희미한 웃음을 뿌려놓을 뿐이다. 시 창작 교실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이나 한결같음이 그의 어여쁨이라서, 나는 이 순결한 기쁨을 그의 글로써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고 삶의 희비를 풀기도 했지만 늘 문학의 표상을 우위에 두었다. 여기의 글들은 그런 마음에서 나온 관찰이며 사유일 것이다. 이 글들은 삶의 요소인 아픔과 견딤, 사랑과 슬픔의 다양한 감정을 가족이나 일상 그리고 독서에서 채집한 감상으로 중첩해 내어 아련하고 서늘하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인연이 된 이들을 위한 파수꾼이 되기로 한 듯, 필요하다면 호밀밭 가에 서서 지켜줄 각오를 한 사람처럼 솔선하는 자세와 겸손한 의지 또한 사뭇 미덥다. 언젠가 우리의 삶이 아파서 다행이라는 말들을 주고받은 적 있다. 그건 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며 더욱 다행인 것은 계속 아프리라는 것이다. 참된 고통은 지속하면서 변화한다. 그 변화야말로 그가 신뢰하는 자산일 것이다. 그걸 의심하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것에 더욱 충실할 것임을 새겼을 것이다. 반복이 변화를 돕는다. 이 글들은 그러한 시간이 빚은 그의 진심이자 전심이다. 최유숙의 시간에 격려와 애정을 보낸다. - 이규리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