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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다 좋다는 느낌
과학 밖 픽션
명상
경범죄
호텔에서 사는 사람
투명한 그림자들
액체에서 꺼내 온 것
웅덩이
유리의 거짓말
깃털을 통과하는 빛
폐허 바깥
편지
SF
콘솔
버리는 제비
녀석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
자는 여자
서머타임
오늘의 나
결별
일기
애도 일기
고깃국
부탁과 약속과 주문
조종
다 안다는 느낌
황희 정승
절단면
들어주기
질투
짧게 머물기
알리는 말씀
남의 기도
무서운 뽀뽀
똥돼지와 원재연
생물이 아닌 존재에 대한 연민
결국 남극대모험
김승일이 여러분 앞에서 은퇴함: 은퇴하는 시 쓰기
미하일 카베츠 평전 539-541p
고양이 앞에서 자살하는 척하기
추도사
아늑하고 달콤한
자기소개서
마지막 건물주 영상 내레이션 스크립트
받으면 좋은
감사의 말

해설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 이희우

저자 소개 1

1987년 경기도 과천에서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를 졸업했다. 2009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시단에 나왔다. 《1월의 책: 죽고 싶은 김승일》은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김승일 시인이 쓴 글을 엮은 책이다. 3개월 동안 발표한 시와 에세이를 모두 모았고, 미공개 편지와 일기글 77편을 실었다. 김승일의 작품으로는 시집 《에듀케이션》(2011), 《여기까지 인용하세요》(2020), 《항상 조금 추운 극장》(2022), 산문집 《지옥보다 더 아래》(2024) 등이 있다. 2016년 제19회 현대시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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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125*190*20mm
ISBN13
9791194324720

책 속으로

친구와 헤어질 때는 항상 행운을 빌어줘야지. 침대에 나란히 누워 각자의 꿈으로 걸어갈 때에도. 안녕, 내일 봐. 내일은 벗어날지도 몰라. 우울한 마음에서, 아름답지 않은 것에서, 어둠이나 빛에서. 나는 투명한 그림자. 나는 어느 것 하나에서도 벗어나지 않지만. 누구보다 벗어날 준비가 되어 있다. 움찔거리고 있다. 그림자의 그림자처럼. 나는 당신의 그림자. 나는 영원히 흐르고. 나는 확실히 행운을 가져다준다.
---「투명한 그림자들」 중에서

나는 네게 요약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요약해줘. 당신은 불가능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그 사람이 죽었을 때, 나는 네가 요약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요약해줘.
---「절단면」 중에서

다 안다는 느낌을 내려놓고 싶었어요. 그 느낌을 조금이라도 미워하고 싶었어요. 따지고 보면 느낌도 날 속이고 있잖아? 이젠 곧 모든 게 끝이니까. 그만두는 것도 약간은 그만두었어요. 모든 것을 그만두게 될 이 사람은 무언가를 미워하는 일도 약간은 그만두었다고 한다. 나는 무엇이든 약간은 그만둔 이 사람 생각을 그만두고 싶다.
---「다 안다는 느낌」 중에서

잘 있으십니까? 거기도 폐허겠죠. 그래도 거기서는 아무도 원래의 모양을 따지지 않을 거라고. 당신은 그래서 바깥으로 가는 거라고 했습니다.
당신이 떠나고 한동안 나도 거기를 사랑했어요.

당신을 사랑해요. 이것은 종이입니다.
---「폐허 바깥」 중에서

어떤 사람들은 나를 좋아합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날씨가 없는 곳으로 가자고 했는데, 날씨가 없는 것이 그곳의 날씨라고 했는데, 비유가 싫다고 노래하면서, 날씨는 신의 감정이라고 말했는데, 그곳에 가면 감정이 없는 것이 그 신의 감정이라고 말했는데, 나를 안아주었어요 사랑한다고 말해주었어요

날씨에는 좋은 점이 없습니다.
---「감사의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나는 네게 요약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무대 바깥에서 불규칙한 괴성 지르기
삶의 모순에 조준하는 농담과 그로테스크


2009년 《현대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승일의 다섯 번째 시집.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과 순수한 감각으로 아이러니를 빚어온 시인이 한층 더 단단하고 자유로운 사유로 돌아왔다. 이번 시집에 담긴 47편의 시는 별도의 부 구성 없이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자유자재로 호흡한다.

『다 좋다는 느낌』은 무덥고 추운 날씨가 지독히도 싫어서 날씨를 통제하고 싶지만, 결코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삶의 모순을 담은 표제작 「다 좋다는 느낌」에서 출발한다. 시인은 기계 장치의 신, 경범죄를 관장하는 신, 날씨가 없는 곳의 신, 제의의 신 등 다양한 신을 불러오며 시 속에서 전지전능함을 부여한다. 그러나 그 신마저도 할 수 없는 일이 있어 인간을 부러워한다. 인간이 아무리 제사를 지내도 신이 “내게 줄 수 있는 것은 긴 여름과 가뭄뿐”(「받으면 좋은」)이기도 하다. 이는 문학평론가 이희우가 말한 ‘역설 분비 기계’처럼 모순이 돌고 돌아 회로에 갇히게 되는 삶의 아이러니를 촉발시킨다. 기계가 작동을 거듭할수록 독자들은 시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여도 여전히 삶은 통제 불능의 상태에 놓인다는 모순을 경험하게 된다.

시인은 “희극적이면서 끔찍한 시를 좀 써야겠다.”(『잠재공간 속의 생태학: 재난, 생성신경망, 그리고 비미래』)라고 말하며 한동안 그로테스크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이번 시집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처럼 홀로 무대에서서 던지는 농담과 그로테스크함이 가득하다. 솔직함에 목마른 여섯 노인, 떼를 쓰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부모, 체육센터 수영장에 오줌을 싸려 하는 회원, 고양이에게 마술을 보여주는 사람까지. 화자들은 “웃기려고 노력하면, 너무 많이 노력하면 아무래도 웃기지가 않아서”(「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 슬픈 이야기를 적절히 섞기도 하지만, “슬픈 얘기는 잘 들여다보면 전부 조금은 웃긴 얘기들”(「오늘의 나」)이기에 비극과 희극은 한 끗 차이로 겹쳐진다.

특히 아내를 잃은 화자가 AI와 대화하는 모습을 담은 「절단면」은 역설의 정점에서 주요하게 작동한다. 그는 절대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없는 인간의 비극과 슬픔을 알려주지만, 기계는 모든 순간을 잘라내고 효율적으로 요약된 단면만 보여준다. 그 절단면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이 결코 단 몇 줄로 요약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요약을 거부하는 시’로 요약되는 이 작품은 요약을 거부하면서도 필연적으로 요약될 수밖에 없는 우리 삶의 모순을 날카롭게 포착해낸다.

역설은 농담을 통과하며 더욱 과감해지고 역동적인 힘을 얻는다. 누군가가 어깨동무를 할 때마다 절교하기 위해 속으로 카운트했던 화자가 “어깨동무가 사라졌는데도/ 나는 어깨동무가 싫다”(「과학 밖 픽션」)라고 이야기하거나, 어장 관리의 대상이 되는 걸 사랑하는 화자가 계속해서 어장 관리 대상이 되려고“사귀자고 해도 사귀지 않고 싶은”(「애도 일기」) 마음을 품는다. 황희 정승이 유명한 점쟁이인 홍계관을 불러 사주를 보게 한다는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을 설정해놓고 “무슨 얘길 하든 네 말이 맞다”고 “한번은 서머타임이 반영 안 되어서,// 각기 다른 사주로 네 번이나 다시 봤지만 모두 맞는 말”(「황희 정승」)이었다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역설을 거듭할수록 어떤 장면들은 농담처럼 가벼워지며 모순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총기처럼 난사한 농담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그로테스크한 모순과 슬픔이 남는다. 그러나 이야기가 끝난 시점에도 화자들은 “귀엽게 생각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버튼」)라고 물으며 독자들을 당황시키고 “웃음 버튼을 꾹 눌러놓은 채 무대를” 떠나며 외친다. “웃으세요. 웃으세요. 웃으세요.”(「추도사」)

“작별 인사는 미리 해야 하거나, 항상 해야 합니다”
복잡한 삶의 대피소로 질주하는 역설 분비 기계
끝나지 않는 영원의 놀이


“애도는 화자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의 것이다. 애도는 빈칸에 이름을 쓰는 것이 아니라 빈칸이 말하게 하는 것이다. 빈칸의 규칙을 수정하는 것이다.”
_『잠재공간 속의 생태학: 재난, 생성신경망, 그리고 비미래』「요약과 기계와 감정」 중에서

이번 시집에서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감각은 바로 ‘작별’이다.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낸 자리로 흘러드는 애도의 목소리가 시집 전반에 깊게 깔려 있다. 친구와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뒤 시인은 “지금을 포착하려고 할 때마다, 지금은 언제나 이미 지나간 후였다”(「깃털을 통과하는 빛」)라며 상실의 아픔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이희우는 시인이 “아직 상실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린아이를 연기하며” “그 퇴행을 프레임 속에 넣고 반복 재생하면서” ‘진지한 애도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시집의 특별함은 단순히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화자에 그치지 않고, 그런 화자를 연기함으로써 퇴행을 반복하며 늙어가는 독특한 애도의 방식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누군가와 이별할 때 화자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으니” 떠나보낼 때도 “다음 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싶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싶다”(「결별」)라고 고백하며 이별의 순간을 무한히 연장하려 한다. “아빠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더는 내 아빠가 아니게 될 때까지”(「무서운 뽀뽀」)라는 발화는 어린 화자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올 때 독자들에게 더 날 선 감정을 전한다.

이 끔찍하게 슬프고 두렵고 부끄러운 감각은 시인을 자신이 설계한 대피소로 계속 나아가게 한다. 사람들은 무언가에 쉽게 이름을 붙이지만, 시인에게 “이름은 늘 언젠가는 벗어야 할 무거운 코트”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시인은 ‘나’라는 존재를 벗어 던지고 기꺼이 타자의 몸을 입는다. “자기가 아닌 것을 조종하고 있으면 목숨이 덜 아깝다”(「조종」)라거나 “나는 어느 것 하나에서도 벗어나지 않지만, 누구보다 벗어날 준비가 되어 있다”(「투명한 그림자들」)라고 말하며 내일은 나에게서 벗어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계속해서 타인이 되어보는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아니었으면 그러면 사랑을 잘 삼킬 수 있을 텐데”(「조종」)라는 고백처럼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그 안에는 ((그 바깥에는)) “사랑이나 구원만큼의 무게가 존재”(「투명한 그림자들」)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삶은 좀처럼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너에게는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걸 주고 싶다.// 실패해도 부끄럽지 않게./ 성공해도 자만하지 않게.”(「결국 남극대모험」)라는 말을 건네며 복잡다단한 삶을 역설 기계에 넣고 조금은 쉽게 이해해보고자 한다. 독자들이 역설 가득한 이 시들을 이해하려 애쓰다 끝내 의문을 품는다 해도 시인은 “무슨 얘기든 네 말이 맞다고”(「황희 정승」)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시인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그만두는 것도 약간은 그만”(「다 안다는 느낌」)두는 것, 즉“이 게임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이희우)이기 때문이다. 확신에 찬 순간 허를 찌르고 도망치는 이 회피 게임 속에서 우리에게 남은 잔상은 영원의 감각이 된다.

삶에 지쳐 도망칠 대피소가 필요한 독자라면, 이제 절대로 그만둘 수 없는 김승일만의 시적 튜토리얼에 접속해, 플레이를 시작할 차례다.

시인의 말

너는 까먹어서 지어낸다. 내가 어떤 얘기를 지어냈더라? 나는 네 질문에 답해야 한다. 네가 이야기를 지어냈을 때. 나는 사실 네 얘기를 안 듣고 있었어. 하지만 당시의 분위기는 기억하고 있지. 날씨나 감정 같은 거. 나는 분위기를 지어낸다. 대체로 희극적이다.

2026년 9월
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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