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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거울
양안다
아침달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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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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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거울 안에는 우리가 있다

악보가 육체라면, 음악이 영혼이라면
꿈 일기
문라이트
돌림 사랑과 절망 노래
실패한 룸펜들의 밤
입원
데크레센도
성냥
모래시계가 깨지고 난 뒤
목련 경전
구정물이 흐르는 내리막에서
목련밭
새의 눈으로 본 풍경
one
12월
잉걸불
killingmesoftly
더 짙은 블루
개 두 마리
사계
거울과 거울

2부 가운데에는 거울이 있다

xanax

3부 거울 밖에는 내가 있다

거울과 거울
사계
개 두 마리
더 짙은 블루
killingmesoftly
잉걸불
12월
one
새의 눈으로 본 풍경
목련밭
구정물이 흐르는 내리막에서
목련 경전
모래시계가 깨지고 난 뒤
성냥
데크레센도
입원
실패한 룸펜들의 밤
돌림 사랑과 절망 노래
문라이트
꿈 일기
악보가 육체라면, 음악이 영혼이라면

부록|우리는 얼마나 겹쳐 있습니까/봉주연

저자 소개 1

Yang Anda

1992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났다. 201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작은 미래의 책』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 『숲의 소실점을 향해』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몽상과 거울』, 동인 시집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가 있다. 창작 동인 ‘뿔’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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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36g | 125*190*20mm
ISBN13
9791189467555

책 속으로

우리는 그만 부르고 싶은 돌림 노래였다. 우리는 혀 짧은 소리로 마음을 고백했다. 우리는 아무 데서나 졸고 아무 데서나 사랑에 빠졌지만 그게 가끔은 서로를 아프게 했다. 우리는 의미 없이 펄럭이다 끝내 찢어지는 만국기. 우리는 슬픔이 지루해질 때마다 숲에 불을 질렀고, 도망치는 패잔병이었다가, 서로를 유배지로 여기며 품 안으로 숨어들곤 했다. 우리는 오직 서로를 위해 반복되는 악몽이었을까.
---「돌림 사랑과 절망 노래」중에서

손거울을 깨뜨리고
이것 봐.
이것이 너다.
그리고 나다.
우리는 분열한다.
네가 나에게 도움을 청하면
우리가 달려간다.
우리는 분열한다.
---「실패한 룸펜들의 밤」중에서

연인들은 왜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걸까.
증오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더 중요한데……
---「구정물이 흐르는 내리막에서」중에서

눈 감으면 언제든 어둠 속에 머무를 수 있지?
웃거나 울거나.
광대와 고양이.
불안,
그리고 우리에게 허락된 음악은 얼마 남지 않았다.
꿈에서는
눈보라를 맞으며 땀 흘리고.
죽지 마. 여기서 눈 감으면 안 돼. 그러나 너는
머릿속에서 쏟아지는 영상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목은 폭력적이잖아.
그래. 너는 물고기가 유영한다고 말했다.
두 눈을 감고.
두 눈을 감고.
인공 어둠 속에서 말했다.
---「one」중에서

“우리들은 아가미를 달고 태어났지.
고요하고 잔잔하게.
청력을 잃은 이의 죽음처럼.
열대어가 익사하는 방식에 대해.”
---「잉걸불」중에서

꿈 밖으로. 안녕.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자. 당장 죽어도 아름다울 장면을 우리가…… 해변이나 숲이나 그런 거 말고. 무너진 벽을 등지고 춤을 출래? 우리가 사랑하는 건 죽음 충동의 반대말. 우리의 전위서정을 위해.
---「xanax」중에서

저수지가 빛과 어둠 중 어느 쪽을 더 사랑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건 물의 역할일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건 인간은 낮과 밤에 대해 무지했다.
새는 발자국도 모른 채 어떻게 무리를 찾아가는 걸까.
---「사계」중에서

흰 토끼는 눈길 속으로 달려갔을까.
―왜 겨울은 정서를 동반하지 않는 걸까요.
―사람들은 여름 색채를 사랑하는 법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언제나 겨울을 좋아했어요.
―흰 토끼처럼.
―흰 토끼처럼.
---「모래시계가 깨지고 난 뒤」중에서

마음이 무겁다. 마음이 나를 끌어내린다. 마음이 나를 형편없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나의 마음을 사랑했다.
---「데크레센도」중에서

폭우가 쏟아지면 창문을 두드리는 음악이 들린다.
그리고 숨소리.
눈 감은 네가 고요히 떨리는 걸 바라보면서.
너는 살아 있구나. 지금 너는 나와 함께 있구나.
꿈에선 행복을 느꼈어?
손가락으로 뺨을 눌러보면 네가 살아 있다.
그러나 잠든 너를 보며 죽고 싶은 생각을 삼킨 건 나였지.
젖은 마음을 우비처럼 껴입고 오래 울었다.

---「악보가 육체라면, 음악이 영혼이라면」중에서

출판사 리뷰

우리의 전위서정을 위한 거울 극(劇)
위악의 공동체가 헤매는 마음 모험


시인 양안다의 세계관을 가장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는 시집 『몽상과 거울』이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2부에 수록된 한 편의 시를 중심으로 1, 3부가 각각 동명의 시로 역순 수록되었다. 로르샤흐 테스트에 쓰이는 잉크 카드 혹은 데칼코마니처럼 양쪽으로 펼쳐지는 반전된 서로의 모습으로 마침내 균형을 이루듯이, 이번 시집 또한 독특하게 구성되었다. 물성으로 연출한 시인의 의도를 파악해보는 재미도 더해진다.

1부에서는 ‘로, 이드, S, 히나토’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우리가 우리이기를 선택했을 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동안 시인이 인간의 관계와 마음, 감정에 대해 골똘히 탐구해왔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그 구체성을 선명하게 구현하기 위해 극적인 장치를 차용하기도 한다. “우리의 마음이 우리였어?”(「실패한 룸펜들의 밤」)라고 관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물음이나 “네가 나에게 도움을 청하면 / 우리가 달려간다. / 우리가 분열한다.”처럼 겹쳐 포개어지는 형태의 ‘우리’가 아니라 분열하고 흩어지는 방식으로 호명하는 공동체의 관계를 새로이 그린다. ‘위악’을 선택한 공동체로부터 혼곤한 마음의 모험이 시작된다.

1부에서는 사랑과 우정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영원과 죽을 때까지의 한계치를 미묘하게 달리 말하면서 엉겁결에 지나오고 말았던 ‘우리’의 의미를 새롭게 수정한다. “연인들은 왜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걸까. / 증오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더 중요한데”와 같은 문장은 시인 양안다가 의심과 부정으로 탐구해온 시간을 여실히 증명하는 문장이다.

“나를 위한. 너를 위한. 마지막은 다신 돌아가지 않을.”
몽상과 거울로 비추는 마음의 트라이앵글


올해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시인 봉주연은 발문 「우리는 얼마나 겹쳐 있습니까」를 통해 마침내 분열하고 파편처럼 깨지는 ‘우리’로부터 “당신과 온전히 겹쳐질 수 없는 포옹일지라도(…)나는 기꺼이 이 멋진 무력감을 견뎌보겠”노라 이야기한다. ‘불화’라는 ‘화음’을 쌓으며, 마침내 “어설픈 위선보다 무구한 위악을 선택하고야 마는” 방식은 마음에 생존하기 위한 ‘우리’의 새로운 입장이기도 하다. 이번 시집은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없다는 무력감을 이겨내고 끌어안은 포옹”의 현장이다.

3부에서는 우리가 질서 없이 겹쳐져 있던 거울 속 풍경을 빠져나와 거울 밖에 서 있는 화자가 단독자의 운명을 쥐고 우리가 나누고 있었던 현장의 폐허를 누빈다. 시 「개 두 마리」에는 “사람들은 마음에 대해/쉽게 말하죠. 모든 마음의 주인이 된 것처럼./나는 나와 너무너무 친하지만/나는 나에 대해 너무너무 몰라요.” 친밀했던 거리만큼이나 무아지경으로 의미를 분실하고야 마는, 비좁은 내 안에서의 길 잃기를 몸소 실감하기도 한다. “나는 꿈에서 쫓겨난 사람”(「악보가 육체라면, 음악이 영혼이라면」)이지만 “내일 만들 이야기를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꿈 일기」)은 사람. 내가 녹고 사라지는 경험이 이상하지 않은 거울 밖에서의 화자는 무기력한 초점으로 멀어지는 거울 속 풍경을 응시한다. 혼자됨의 풍경 안에서 무엇이 유실되었는지, 무엇이 분실되었는지 목격하는 일은, ‘우리’의 근거였던 일을 되풀이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3부에 수록된 시 「데크레센도」에서처럼 “누구나 세 개의 바다를 가지고 있다. 나를 위한. 너를 위한. 마지막은 다신 돌아가지 않을.” 이 바다에 대한 정의를 이번 시집에 구성된 각 부를 이해하는 근거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바다를 견디고 있는 것일까.

이번 시집은 시인의 기획을 보다 선명하게 구현하기 위해 표지 디자인부터 내지 구성에도 요소가 더해져 있다. 시인은 2부의 거울을 사이에 두고 1부의 안쪽과 3부의 바깥쪽 나뉘는 시집 구성을 구현하기 위해 동명의 제목 가진 두 편의 시를 서로 역순으로 배치하기도 했다. 시집 『몽상과 거울』은 시인 양안다가 그동안 헤매면서 걸어왔던 인간과 마음의 윤곽을 상연하는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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