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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
김리윤×연두 서로를 꾸는 서로를 묻는 출렁이는 바닥 위에서 빵 나누기 김복희×시루 내 개가 아니라서 무서운 밤에 하는 상상 제주에 갈게 김은지×우유 입하 나뭇잎 그림자가 바람 따라 흔들리는 걸 보게 된 이유 넷플릭스 보는 개 작은 개 중에 제일 크고, 대형견과 있으면 가장 작은 김종연×누리 경칩 누리의 세계 누리, 나의 세계 김현×크림이 개에 희망을 거는 사람 개를 믿어봐 뭐라고 했냐면 루리×뭉크 유언 기다리는 쪽 우당탕탕 사랑을 할 거야 박다래×쏠 기산 수줄임 우리는 너의 마음을 모르므로 백인경×두리 오프리쉬 개 냄새 흰나비 양안다×다봄 침묵의 방 onceiwasyouandyouwereme 생각하다가 여세실×펭순이 철쭉이 지면 이팝이 핀다 원맨독 촉촉한 코가 뺨에 닿을 때 윤유나×현주 현주 모르고 닿아서 그사이에 내가 있겠지 윤초롬×꼬미 루틴 자란다 사랑이라는 생존 본능 이설빈×내가 사는 이유 흰 책갈피 내가 부르기도 전에 내가 살아가는 이유 이소호×이리 언니에게 개꿈 너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이우성×뾰롱이 형은 솔로 너보다 오래 살 거야 샤넬은 아니지만 이제니×호피티 눈보라 속에서 태양을 향해 작은 요람을 흔들며 너를 우리의 영혼이 다시 맞닿게 될 때 장이지×꽃님이 어미 개 거울 안의 개 빛의 프레임 주민현×투투 더 작은 풍경 야간 수영 작은 사람과 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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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해.
새카만 입술 사이로 떨어진, 씹다 만 블루베리 한 알이 새하얀 이불 위에 생생한 빛깔과 냄새를 지닌 얼룩을 남기고 그것은 너와 내가 죽은 다음의 빨래에도 지워지지 않는다. --- 김리윤, 시 「서로를 꾸는」 중에서 내 사랑 아닌 사랑을 위해 사람 아닌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마음 있어 모든 개들 내 개 아닌데 내 개가 아니라서 더 천천히 보는 그런 마음 한번은 봐줄 것 같아 ---- 김복희, 시 「내 가가 아니라서」 중에서 멍푸치노가 나와도 느긋하게 다가가는 성격 물감 살짝 번진 것 같은 코 색깔 집으로 돌아갈 때 걸음걸이, 그 소리 조금도 알지 못했다 무엇에 반하게 될지 사랑이 있는 곳 얼마나 새로운 일 일어나는지 --- 김은지, 시 「넷플릭스 보는 개」 중에서 내게 사랑을 가르친 너. 이다음엔 바꿔서 해보자. 네게 알려주고 싶은 사랑이 있어. 우리는 헤어진 게 아니라 만나러 가는 중이야. ---김종연, 편지글 「누리, 나의 세계」 중에서 너 코딱지 판 거 아무한테도 말 안 했다 너가 좋아하는 애 얘기랑 다른 비밀들도 근데 별것도 아니더만 자주 놀러 와 맥스봉이랑 이것저것 챙겨서 이 사람 저 사람 다 같이 와 살아 그리고 또 사랑을 해 --- 루리, 시 「유언」 중에서 단 한 번도 사랑하는 것에 대해 쓴 적이 없다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썼을 뿐 변하지 않았던 것은 크고 검은 앞발 오목을 두는 그 발을 보고 나는 늘 감탄하곤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앞을 가졌구나 너는 --- 박다래, 시 「수줄임」 중에서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감각들 사이로 개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개가 가고도 한참이나 흉을 봤다 개집이 있던 자리에 이제 식물이 자라는데 화분에 물을 주면서 아직도 이놈의 개 냄새가 난다고 엄마 그거 흙냄새야 몇 번을 말해도 개 냄새라고 개 냄새가 맞다고 --- 백인경, 시 「개 냄새」 중에서 네가 영원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을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 고민한 적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은 그런 것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가족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분리할 수 없음에 대해 생각한다. --- 양안다, 편지글 「생각하다가」 중에서 나는 너를 따라 동네를 산책하면 보지 못하던 것들을 보게 됐어. 네가 냄새를 맡고 오줌을 싸는 동안 나도 멈추어 서서 잠깐씩 그 풍경들을 돌아보게 되었으니까. 너는 어쩌면 어린 나에게 그런 풍경을 통해 사랑을 알려주려고 왔던 게 아닐까. --- 여세실, 편지글 「촉촉한 코가 뺨에 닿을 때」 중에서 매일. 사랑의 인사를 하고. 사랑의 인사. 자연과 같이. 그럼, 꽃이 나를 탐하려면 벌레는 떨치도록. 이제 내 차례인지도 모른다. 날아가지 않고 강아지 옆에서. 강아지 안에서 기대어. --- 윤유나, 시 「현주」 중에서 인간이란 참 얼마나 단순한 존재인지. 사랑을 기대하고 실망하고 지레 겁먹고 도망치는 건 인간의 생존 본능이겠지. 기꺼이 너의 눈빛을 사랑이라 착각하기로 했어. 동물학자의 말은 잊기로 했어. 네가 살고 내가 살기 위해서. --- 윤초롬, 편지글 「편지글 사랑이라는 생존 본능」 중에서 가스불을 꺼야 하는 이유 우산을 써야 하는 이유 답장해야 하는 이유 집에 돌아갈 이유 내쉰 숨을 다시 들이쉴 이유 --- 이설빈, 시 「흰 책갈피」 중에서 떠난다 차가 뛰어간다 이리는 차를 쫓아가기로 선택한다 이리는 끝까지 따르기로 선택한다 소호는 뒤돌아보지 않기로 선택한다 절대로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기로 선택한다 --- 이소호, 시 「개꿈」 중에서 중요한 사실이 있단다. 형은 절대 너를 떠나지 않는다는 거. 형은 너보다 오래 살 거니까. 그러니까 나의 작은 동생아, 비싼 옷도 잘 입고 퀄리티 높은 밥도 잘 먹고 애착도 줄여봐. 형은 하나도 외롭지 않아, 슬프지도 않고. 네가 있잖아. --- 이우성, 편지글 「샤넬은 아니지만」 중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고독하게 글을 써나가던 시절, 너는 언제나 내 곁에서 그 작은 몸을 기대며 내게 가장 큰 언덕이 되어주었지. 너의 한결같은 사랑과 온기와 다정함이 없었다면 나는 그 시절을 어떻게 지나올 수 있었을까. --- 이제니, 편지글 「우리의 영혼이 다시 맞닿게 될 때」 중에서 볕이 드는 데를 찾아 납작 엎드려 있곤 하던 너를 가끔 생각해. 부엌이나 마루에 빛이 쏟아져 들어올 때, 빛의 프레임에 더 이상 네가 없어서. 벌써 10년이 흘렀구나. --- 장이지, 편지글 「빛의 프레임」 중에서 흔들리는 물웅덩이가 얼마나 많은 작은 풍경을 품고 있는지 작은 풍경 속에는 언제나 그보다 작은 풍경이 있어 그건 더 깊은 풍경이 되지 용맹한 작은 개야, 나보다 작은 너와 함께 걷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지 --- 주민현, 시 「더 작은 풍경」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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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맹한 작은 개야, 나보다 작은
너와 함께 걷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지.” 망설이던 인간에게 개가 건넨 사랑의 기회 개와 함께 산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저마다의 역사와 부침이 있는 개들과, 사랑 앞에서 늘 주저하고 망설이는 인간의 만남은 운명처럼 이어진다. 양안다 시인은 “보호센터에 맡긴 지난 반려인이 짖지 말라고 입마개를 꽉 매두었”던 다봄을 입양했고, 이소호 시인은 아무도 데려가는 사람이 없어 “반품 떨이”가 될까봐 시장에 웅크려 있던 이리를 가족으로 맞이했다. 펫숍 쓰레기통 안에서 병든 채로 발견되어 가까스로 구조된 이유는 이설빈 시인에게 “내쉰 숨을 다시/ 들이쉴 이유”가 되어주었다. 이들은 가족이 되기로 결심한 후부터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깊은 잠을 잔다. 무한한 애정을 주는 개들과 사랑에 빠진 시인들은 개들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으로 올려다볼 때마다 “기꺼이 너의 눈빛을 사랑이라 착각하기로”(윤초롬) 마음먹는다. 몸을 일으키기조차 힘든 순간에도 개들의 성화에 못 이겨 기운차게 산책을 나가고, 개의 언니이자 형, 누나로서 생활비를 번다. 그리하여 마침내 “내가 사랑하면서 알게 된 것은 오직 부끄러움이다.”(김리윤)라고 고백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개들은 인간에게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개라고 부르면 눈 쌓인 비탈길에서 미끄러지듯 사랑에 빠지기 때문에” 용기를 내게 되는 이야기 개와 함께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개와 머무는 모든 시간은 “내가 아는 가장 완벽한 평화”(김복희)가 된다. 시인들에게 사랑이란 철저히 개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이다. 개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은 어디인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잘 때는 어떤 꿈을 꾸는지 고민한다. 시인들은 반려견에게 “매일 사랑의 인사를”(윤유나) 전하며 서로를 깊이 알아간다. 개의 언어를 완벽히 알 수는 없지만, 나란히 발걸음을 맞추며 개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그 다정한 과정 속에서 “오직 너만이 지녔던 표정들, 나만이 해독할”(이제니) 수 있는 너의 언어가 새로이 돋아나기도 한다. 어쩌면 개가 “그런 풍경을 통해 사랑을 알려주려고 왔던 게 아닐까.”(여세실) 하고 조심스레 생각한다. 함께하는 이 행복한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은 환생의 상상에 가닿기도 한다. 전생에 인간이 개였고 개가 인간이었던 애틋한 이야기를 통해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개로 태어나/ 사람으로 태어난 개를 기다린다”(루리)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내가 개였을 때 나를 사랑해준 인간을 잊을 수가 없어서”(김현)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너는 영원히 살 거란다 나의 영원에서” 다시 포개질 우리의 사랑을 기다리며 불러보는 이름들 개들이 아낌없이 주는 무한한 애정을 무엇에 견줄 수 있을까.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영원을 꿈꾼다. 무한할 것만 같았던 개의 시간은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개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해 발을 구르고, 그러다 결국 개와 이별하고, 개를 묻고, 다시 혼자가 된다. “왜 인간은 영원히 개의 말을 듣지 못하는지” “네가 조금 더 작은 강아지였다면 더 오래 살았을 것”(박다래)이라 생각하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깊이 깨달았을 때 개들의 시간은 소멸하고 만다. 그러나 “내게 사랑을 가르친 너”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사랑”(김종연)이 있기에, 시인들은 엇갈린 시간 속에 언젠가는 다시 포개질 우리의 사랑을 기다리며 개가 있던 자리를 온전히 기억한다. 시인들에게 “사랑은 기억하는 것, 잊지 않는 것, 이름을 꼭꼭 불러주는 것.”(주민현)이다. 연두, 시루, 우유, 누리, 크림이, 뭉크, 쏠, 두리, 다봄, 펭순이, 현주, 꼬미, 내가 사는 이유, 이리, 뾰롱이, 호피티, 꽃님이, 투투, 그리고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살며 함께하는 세상 모든 개들에게 열여덟 명의 시인들이 꼭꼭 눌러 담은 가장 다정한 사랑을 건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