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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구미호 11 엄청난 기대 12 자책하는 자 13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오 15 먹이 17 분자 18 허물 20 2부 소요유 23 백하야선白河夜船 26 안국동울음상점 28 천사 30 꿈에 겐지가 내게 온다 32 날마다 일요일 34 군청群靑 36 이과수폭포 아래서 38 콜라병 기념비 40 모모타로桃太郞 42 연금생활자와 그의 아들 44 3부 권야倦夜 49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52 군함 말리의 우주여행 54 피곤 56 셔벗 랜드, 글쓰기의 영도 58 장마 기분 60 마음이 없는 잠 62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64 누드 냉장고 66 셔벗 랜드, 기억의 오작동 68 셔벗 랜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70 젖은 손 72 4부 흡혈귀의 책 75 TV 채널들 사이를 떠도는 노래 78 용문객잔 82 메종 드 히미코 84 까마귀 86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88 블로그 90 용문객잔의 노래 92 변성기 94 5부 용천역 부근 99 몬스터 몽타주 100 박치기 102 얼굴이라는 기계 104 오래된 미래 107 해바라기 수트라 114 마술사와 눈 117 너구리 저택의 눈 내리는 밤 119 6부 고양이 교실 125 옴마테움 126 담장 위의 소풍 128 천국, 내려오지 않는 130 장 콕도와 나 132 오래된 집을 떠나며 134 LINK 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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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걷는사람의 복간본 시리즈 다;시를 통해 장이지 시인의 시집 『안국동울음상점』이 복간되었다. 이번 복간본 『안국동울음상점1.5』는 이전에 수록되어 있던 시편 중 열일곱 편을 빼고 새로 열일곱 편을 더해 기존 시집을 깁고 가감한 개정판의 개념으로 선보인다. 2007년 출간된 『안국동울음상점』은 다양한 시집과 평론집 등을 펴내며 당대의 문학사와 시세계에 대해 깊이 있는 사유를 담아내는 장이지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SNS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등이 실려 있던 이 시집은 대중들과 평단 모두를 사로잡았지만 출판사의 사정으로 발간이 중단되어 오랫동안 팬들의 애를 태운 바 있다.
이번 복간본 『안국동울음상점1.5』에는 우주적인 상상력과 음악, 영화,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문화코드가 장이지 시인만의 명랑한 시선으로 담겼다. 시집 속에서 시인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음악이라던가, 차이밍량과 오우삼의 영화, 피카소의 그림, 그리고 장 콕도의 시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것은 시인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체험이기도 하며, 동시에 독자들에게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적 장치이기도 하다. 시인이 표현하는 시대적 정서는 현대문명을 예리하게 조명하고 있다. 새벽이 오기 전에는 돌아가야 하리. 내일의 일용할 울음을 걱정하며 내가 일어서려 하면, 고양이 군은 ‘엇갈리는 유성들과도 같은 사랑’을 짐짓 건넬지도 모르리. 손에 가만히 쥐고 있으면 론도 형식의 회상이 은은히 퍼지는. 지갑은 텅 비었지만 울음을 손에 쥐고 고양이 군에게 뒷모습을 들키면서, 보석비가 내리는 차원의 문을 거슬러 감동 없는 거리로 돌아와야겠지. 비가 내린다면 맞아야 하리. 비의 벽 저편 어렴풋이 내 울 음을 듣는 내 귀가 아닌 내 귀의 허상을 응시하면서, 비가 내린다면 역시 맞아야 하리. -「안국동울음상점」 부분 표제작인 「안국동울음상점」은 눈물차를 끓여주는 고양이 군이 있는 환상 속 상점을 배경으로 한다. 나선형의 밤이 떨어지는 안국동의 길모퉁이에서, 차원의 이음매가 풀리는 순간 방문할 수 있는 울음상점. 이곳에서 자신의 울음의 고갈에 대해 이야기하는 ‘나’의 상상력이 시집 전체를 지탱한다. 김사인 시인은 추천사에서 ‘장이지의 내부에는 잊혀진 별 명왕성의 어린 왕자가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장이지 시인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가장 밝은 별을 찾아내는, 그 어떤 울음 속에서도 저 멀리 보이는 빛을 찾아내는 능력을 가졌다. 이는 시인의 ‘소년스러움’에 기반한다. 내면의 슬픔에 대해 털어놓으면서도 그 슬픔을 들어주는 사람에 대해 걱정을 하고야 마는, 그 순수성으로 세계를 조명한다. 꿈에 겐지가 내게 와서 밤마다 나는 이 시의 입구에서 서성인다. (중략) 누구라도 그를 한 번 보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겐지를 사랑해서 겐지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다. (중략) 5 꿈에 겐지가 내게 와서 그는 이제 사랑하는 사람을 만질 수 없다고 말한다. 아주 옛날부터 사랑했지만 만질 수 없게 되었다고. 달무리에서 향냄새가 인다. 겐지의 얼굴이 하얗다. 박꽃에 드리운 그림자가 간혹 움직인다. 6 나는 죽음의 무릎을 베고 누워 겐지의 사랑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꿈에 겐지가 내게 온다」 부분 시인에게 밤은 성찰의 시간이며, 동시에 환각의 시간이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밤의 시간은 한없이 연장되어 우주로 인식된다. 그 우주 속에서 시인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사랑의 주체는 본인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는 죽음의 이미지를 띤 “사랑 이야기 속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든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인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안녕,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여기 하늘엔 내가 어릴 때 바닷가에서 주웠던 소라 껍데기가 떠 있어. 거기선 네가 좋아하는 슬픈 노래가 먹치마처럼 밤 푸른빛으로 너울대. 그리고 여기 하늘에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날마다 너를 찾아와 안부를 물어. 있잖아, 잘 있어? 너를 기다린다고, 네가 그립다고, 누군가는 너를 다정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네가 매정하다고 해. 날마다 하늘 해안 저편엔 콜라병에 담긴 너를 향한 음성 메일들이 밀려와. 여기 하늘엔 스크랩된 네 사진도 있는걸. 너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어. 그런데 누가 넌지 모르겠어. 누가 너니?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메일들이 오로라를 타고 이곳 하늘을 지나가. 누군가 열없이 너에게 고백하던 날이 지나가. 너의 포옹이 지나가. 겁이 난다는 너의 말이 지나가. 너의 사진이 지나가. 너는 파티용 동물 모자를 쓰고 눈물을 씻고 있더라. 눈 밑이 검어져서는 야윈 그늘로 웃고 있더라. 네 웃음에 나는 부레를 잃은 인어처럼 숨 막혀. 이제 네가 누군지 알겠어.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울음 자국들이 오로라로 빛나는, 바보야,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전문 명왕성은 지구에 머무르는 이들에게 “잊혀진 별”이 되었지만, 명왕성에서 이메일을 보내오는 이는 ‘너’를 잊지 않았다. 단순히 잊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리워하며 기다린다. 음성 메일들을 담아 해안 너머로 보내기도 하고, 스크랩된 사진을 하늘에 띄우기도 한다. 이 시에서 화자는 잊었던 것을 찾으려 한다. 그것은 지금 지구에 있는 ‘너’의 불완전함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시 속에서 ‘너’는 슬픈 노래를 듣고, 열없는 고백을 받고, 겁을 내고, 눈물을 씻고, 야윈 그늘로 웃는다. ‘너’는 ‘나’에게 “울음 자국들”로 “쓰다 지운 메일”을 보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 울음 자국들은 명왕성에서 오로라로 빛난다. ‘너’의 슬픔조차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가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우리 모두가 시 속에 등장하는 ‘너’여서가 아닐까. 살아가기 위해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그러다 보니 점점 과거에 대한 추억을 잊어버리는. 각박한 사회 속 현대인들의 그늘을 시인은 저 먼 별에서 기억하며 메일을 보낸다. ** 걷는사람 다;시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복간 시집 시리즈입니다. 더는 서점에서 찾을 수 없었던 우리 시대 대표 시집 이 ‘다시’ 독자와 만납니다. 작가의 고유한 개성과 문학적 성취를 두루 이룬, 그리하여 지금껏 꾸준히 문학 독자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작품집만을 엄선하였습니다. 자서 우주의 시간은 길고 길어서 우리의 이 삶과 똑같은 삶이 언젠가 꼭 되풀이되는 때도 있을지 모릅니다. 또 그런 일이 한 번만 일어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 시간의 굴레 속에서 지치지 않고 살기 위해서라도 약간의 차이를 만들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는 없는 것이 아닐까요. 첫 시집 『안국동울음상점』에서 십여 년이 흘렀습니다. 그것과 조금 달라진 개정판을 두려운 마음으로 내놓습니다. 시는 조금 바뀌었지만, 그래도 이번 생에 만난 사람들과 다음 생에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2020년 3월 제주에서 씀. 초판본 시인의 말 나는 시 쓰는 법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 좋은 시인은 되지 못할 것이다. 언제나 유행에 뒤떨어지는 시만 쓰고 있다. 게다가 실패작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버젓이 독자들에게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일을 통해서만 나는 배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시보다 삶이 더 중요하다고 언제나 주장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삶에 더 능숙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눌변이고 지나치게 외곬으로만 살아왔다. 모든 면에서 이기는 일보다는 지는 일에 더 익숙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인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천생 시인’보다는 ‘심지 굳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는 게임에서 더 단단해지는 사람은 졌다고 투덜거리지 않는다. 첫 시집을 독자 여러분께 수줍게 내놓는다. 여기 묶인 시들은 시 자체나 시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기 위안 같은 것도 있지만 자기 연민이 되는 것은 피하려고 애를 썼다. 나는 독자 여러분에게 말을 걸고 싶다. 그리고 울음의 끝에는 포옹도 있다는 것을 들려드리고 싶다. 2007.11 장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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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지에게 시란 ‘지도에도 없는 별로 찾아가는 길’이다. 그 길을 가기 위해 장이지는 특이하게도 메르헨적인 상상력을 시적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그의 시에는 명왕성에서 메일이 오기도 하며 우주선도 뜨고 은하철도 999는 레일도 없이 하늘을 달린다. 이렇게 장이지 시는 우리들이 유년 시절에 보고 자랐던 만화영화나 꿈의 정서를 새롭게 환기시키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용문객잔]이나 [구멍], [소살리토] 같은 영화를 보거나 장 콕도의 시를 읽거나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음악을 들은 개인적인 취향이나 체험들을 즐겨 시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런 시적 활용들이 그의 시를 읽는 같은 연배의 젊은이들에게 폭넓은 공감을 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마 내가 알기로 장이지는 그가 자라오고 겪어온 시대적 정서를 그중 잘 표현하는 시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체험들을 시에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비틀어서 현대문명이 낳은 기형적인 요소나 우울함, 병적 상실 등을 예리하게 노래한다. 깊이가 있으면서도 그의 시에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살수차로 물을 뿌린 듯한 촉촉한 슬픔과 권태로운 삶의 그늘이 있다. 나는 장이지의 시에서 나의 시와 전혀 다르게 사물을 보고 노래하고 있는 독창성을 느끼고, 시의 세대 차이를 절감한다. - 강우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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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지의 내부에는 ‘잊혀진 별 명왕성’의 ‘어린 왕자’가 살고 있다. 모질고 사나운 세상에 상심한 왕자는 화려한 감각과 현학의 소품들로 인공 낙원을 만들고, 짐짓 그에 탐닉하는 듯이 세상과의 대면을 지체시키거나 흐트러뜨린다. 그의 낙원은 예컨대 바닐라 향과 터키석과 눈물차와 테디 곰 인형과 은하철도와 철남과 처키 인형, 흡혈귀와 용문객잔 들로 장식되어 있으며, 그 기호들의 질감은 감미롭고도 애잔하다. 장이지의 인공 낙원이 눈부시지만 한편 쓸쓸해 보이는 것은, 모든 ‘인공’ 낙원의 숙명적 덧없음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그보다는 장이지의 주인공 ‘어린 왕자’가 “다시는 미성으로 노래할 수 없다는 것”(「변성기」), 낙원의 날들이 다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렇다면 이 슬픔의 ‘어린 왕자’는 이제 저 ‘감동 없는 거리’와 ‘죽기에도 피곤한 밤’ 속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데, 떠나가 쉰 목소리의 더러운 어른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 ‘감’?전이 혹은 탈태?은 대체 어떤 모양새로, 어떤 경로를 거쳐 온전하게 치러질 수 있을까. 그를 위한 고심 어린 가늠과 시도들이 바로 이 시집의 큰 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나는 읽는다. 아직 진행 중인 이 모색의 귀추는 더 기다려보아야 알 것이지만, 그러나 몇몇 조짐들로 미루어보건대 장이지의 조숙한 재기가 새로운 아름다움에 도달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장담할 수 있을 듯하다. 저 오랜 동화적 기표들과 헤어져, “비가 내린다면 맞아야 하리”라는 것을 무덤덤히 받아들이는 일, 수염 난 어른들의 술 담배에 찌든 이 별이 다름 아닌 ‘명왕성’임을 확철대오하는 일이 결코 수월치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또 얼마나 고된 모험과 상처의 시간을 자신의 시쓰기에 지불해야 할 것이랴. - 김사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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