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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무화과는 없다』 『집에 가자』 『해자네 점집』 『니들의 시간』 , 산문집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등을 펴냈다. 만해문학상, 구상문학상, 육사시문학상,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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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226g | 125*200mm
ISBN13
9791192333281

책 속으로

어릴 적 마당가 돌담에 단단히 서 있었지
크낙한 잎을 따면 하얀 수액 방울방울 흐르고
퍼렇다 못해 어두운 그늘 깊던,
산수유며 해당화 다 피고 지도록
벌나비도 찾지 않아 늘 외로워 보이던,

꽃 없는 과실이 어디 있으리
조금 늦게 피는지 몰라 수술 그득 채우느라
꽃잎이며 꽃받침 밀어 올릴 틈이 없는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지도 몰라
꽉 찬 살이 터지며 꽃잎을 터트릴 때까지

과육의 껍질이 꽃을 숨기고 있었던 거라구
보아, 십자로 벌어진 네 잎의 꽃을
열린 꽃잎 사이로 반짝이는 수백의 꽃술을
그러니까 기다림이 꽃잎을 틔우는 거야
천천히 보아, 진한 자홍색의 향기를
이화과裡花果의 속살을
---「무화과는 없다」중에서

다음 생엔 꼭 내 속으로 들어와 열 달 배 속 품어 고이고이 길러 내 배 앓아 엄마를 낳아 줄게 배탈 나면 차조 메조 눈 많은 곡기 끓여 기저귀에 꾹 짜서 한 입 한 입 먹여 줄게 한참 자랄 땐 새벽시장 콩물 받아다 노란 주전자 가득 머리맡에 놓아 줄게 입맛 없을 적엔 산낙지 사다 식초 설탕 간장 넣어 연포탕도 해 주고 석화 넣어 훌훌 넘어가는 매생잇국도 끓여 줄게 한평생 서서 밥상 고이 차려 줄게 늘 앉아서 밥상만 받은 몸이
---「어머니의 밥상」중에서

살 맞은 짐승의 울음소리가 바로 저럴까
새벽 세 시 어중간한 열린 창 사이로
느닷없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창문가로 가니 옆 건물 식당에서 회를 뜨는,
정자라던가 정순이라던가 늘 소리 없이 웃으며
스끼다시 모양 나게 꾸미던 여자가 분명한데
나가다 안 나가다 노가다 남편 만나
온몸에 퍼런 문신 자국 지워질 틈 없이도
튼실한 아들 둘씩이나 주시어 감사하다던,

울부짖던 그림자 흐느낌으로 바뀌도록
여자 속의 이리는 철창에서 나올 줄 모르고
이리 밖의 여자는 달빛에 흥건히 젖어도
철창에 부딪히는 소리는 멈출 줄 모르고
여자 속의 이리와 교신해 버린 내 안의 짐승은
철창 속을 어슬렁거리고……

---「아스팔트의 이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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