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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미친 누이를 위하여
길 위에서의 약속 바람 그리기 성분도 직업재활원에서 병든 아이 면회 통나무 제광매가(祭狂妹歌) 귀향 일기 병원에서 쓴 일기 밤의 유희 정신병동 시화전 1 정신병동 시화전 2 정신병동 시화전 3 정신병동 시화전 4 정신병동 시화전 5 예수와 대작하는 밤 젊은 별에게 2부 나는 숫자와 부호 들의 하수인인가 수렁 속의 잠 불안 광(狂) 개고기를 씹으며 그대, 얼음 위를 맨발로 헌시(獻詩) 전동차 막차를 타고 상황 4 시간의 척도 악취 우상 만들기 어두운 날의 주자 3년 사이 기계와 나 나는 숫자와 부호 들의 하수인인가 불안한 세대 후유증 서울, 밤, 질주 이 땅에 살아남기 위하여 돌아오지 않는 새들을 기다리며 3부 죽음과의 싸움 교감 겨울, 도시에서 죽음과의 싸움 수혈을 기다리며 혈연의 죽음 병실에서의 죽음 축제를 찾아서 우리들의 행로 늦은 귀갓길에 사당동 시장에서 오는 길에 한 사람에게 나와 너 함께 누는 똥 실연 꽃차례 흙에게 직지사 뒤 황악산 권주가 원효와의 만남 죽음에 대한 두 사람의 반응 해설 고통의 제의(祭儀) - 이광호(문학평론가) |
LEE, SEUNG-HA,李昇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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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젠가 집을 가질 수 있을까
수십 번도 더 내가 살해하고 용서했던 부모와 형제(=가족=가축?)가 준 상처는 (그 상처는 다른 누가 주는 상처보다 깊으리) 이 우주의 역사와 더불어 불멸할 거라고 저주하며 집을 떠났었네, 네 책갈피마다 눈 내리고 눈은 꽃피워 --- 「길 위에서의 약속」 중에서 감천아, 감천의 바람아, 착란의 이 땅아 내 누이는 영원히 어린애란다 나와 누이를 연결시켜 주는 끈은 없단다 버려진 내 누이, 너는 아직 곱게도 미쳐…… --- 「바람 그리기」 중에서 - 작은오빠, 부모님을 그만 용서하자 우리도 죄가 많으니 차라리 곱게 미쳐 용서하고 만 내 누이야, 하나뿐인 이 지상은 명백히 꼬여 있는 질서로 움직이는데 너는 허공만 보고 있을래 멍하니, 그렇게 멍청하니. --- 「병든 아이」 중에서 두 살 아래 내 누이야 오락가락하지 말고 나를 봐 작은오빠는 통나무란다 맞아도 맞아도 아프지 않아 아프면 어때 뒤죽박죽인 낮과 밤 싸우는 소리 환청으로 들려오던 계단 밑 방 나는 더 자라야 한다 건강해야 한다. --- 「통나무」 중에서 되거라. 나는 되기 싫었다. 양수 속에서 동그랗게 잠들었을 때가 좋았다. 교련 시간마다 땡볕 아래서 목총을 들고 16개 동작을 익히느니 16세의 나이로 학교를 그만 다니겠다. 나는 마침내 제안한다. 나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저 애가 아무래도 돌았나 봐. 나는 자연 도태될까? 굴렁쇠가 되어 굴러가고 싶어. 멀리, 아주 먼 도시의 습한 뒷골목으로. --- 「병원에서 쓴 일기」 중에서 꿈꾸는 나무는 저만 괴롭다 다른 나무는 꿈꾸지 않으므로 꿈꿀지라도 아주 다른 꿈이므로 그 괴로움이 쌓이고 쌓이면 상실의 시간이 오리 혹은 단절의 시간 혹은 순례의 시간이 버려졌으므로 우리는 떠나야 했다 억압의 장벽을 우회하여 혈연의 철조망을 통과하여 퇴원할 수 있을까 퇴원한 이후로도 우리는 땅을 보며 걸어 다녀야 하리 헤쳐 나가야 할 사회는 거대한 그물 속 우리는 그물에 갇혀 그물 바깥을 꿈꾸었고 그물의 밖은 결국 병원 안이었다 --- 「정신병동 시화전 3」 중에서 한목숨 제때 거두어들이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워 눈물겨우냐 기쁨과 슬픔의 끄트머리가 만나는 일은 얼마나 눈물겨워 아름다우냐 산 사람 위로 내리는 어둠은 어쩜 이렇게 무거운지 창밖에는 별들이 몰려들고 수천 광년 밖의 별들이 떨고 이제 너와 나 사이에는 절차만이 남아 있다 식어 가는 이 행성에 묻는, 묻혀야 하는. --- 「병실에서의 죽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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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시인의 말
어찌하여 내가 태에서 죽어 나오지 아니하였었던가 어찌하여 내 어미가 낳을 때에 내가 숨지지 아니하였던가 - 「욥기」 제3장 11절 복간본 시인의 말 세계사 시인선 13번으로 1991년 5월 15일에 나온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에는 폭력적인 가장 밑에서 성장기를 보내는 남매가 나옵니다. 오빠는 참다 참다 가출을 하고, 누이동생은 오빠를 기다립니다. 오빠는 장기 가출로 고등학교를 퇴학당하고 신경성 질환을 얻어 신경 정신과 병원에 다니게 됩니다. 누이의 몸은 지상에 있지만 영혼은 천상을 떠돌게 됩니다. 오빠는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불면증에 시달립니다. 불면의 밤마다 토하듯이 시를 씁니다. (…중략…) 해설 재수록을 허락해 주신 이광호 형과 신문에 월평을 써 주셨던 최동호, 박혜경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25년 초봄에 이승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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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서문 대신 욥기 3장 11절을 인용하였다. 출생 자체를 거부하는 그의 시에는 미친 누이가 있고, 열등감에 시달리는 시적 화자가 있으며, 탐욕적 이기심으로 인간 본연을 억압하는 세상 사람들이 있다. 그는 시 「길 위에서의 약속」에서 “보다 가까운 것, 힘없이 늙어 가는 것들을 다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더없이 순수한 죽음,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관계 맺음이 부재하는 약속 없는 세대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 마음속으로 수십 번도 더 살해하고 용서했던 형제가 준 상처를 과연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연작시 「정신병동 시화전」은 병적 징후들에 대한 사실적인 풍경을 보여 준다. 정신병동의 환자들 모두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싶고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처럼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시인 자신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앓고 있는 광기와 폭력에 대한 하나의 치유 방법이 될 것이다. - 최동호 (교수, 문학평론가,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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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괴로워하면 그 사회는 이미 병든 사회라는 말이 있다. 시인이 겪는 괴로움의 직접적인 원인은 가족 내부의 불화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신 분열증을 앓는 누이에 대해 화자가 느끼는 고통과 연민은 자식들에게 “판검사가 되어야 한다”거나 “너는 육사에 가야 한다”고 요구하는 세속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에 대한 강렬한 저항감과 연결된다. 아버지에 의해 둘러싸인 “혈연의 철조망”은 누이와 나의 순결한 영혼을 짓누르는 “억압의 장벽”이며, 아버지의 가치관은 “헤쳐 나가야 할 그물 속”이다. 이때 아버지는 가족 내부의 불화의 원인이라는 사적인 의미를 벗어나 시인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관을 표상하는 보다 포괄적인 문맥을 지닌다. 아버지와의 싸움은 시인을 억누르는 기성 사회의 세속화된 가치관과의 절망적이고도 절박한 싸움이었던 것이다. - 박혜경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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