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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말 3
1부 시인들 낮술 두어 잔 11 나 소월이오 14 자야에게 16 인간 수영 18 천상병과 박재삼 20 기형도에게 22 오래 아프면 아름다울 수 있다―두보초당에서 24 천국의 랭보―여행에의 권유 26 시인의 범죄 28 행려병자의 노래―나혜석 30 그 이상, 그 이하 32 죽기 전에 먹고 싶었던 것 36 대동강변을 미쳐서 돌아다닌 여인 38 미당의 묘소에 와서 40 잃어버린 성을 찾아서 42 구름을 보며 노래하다―한하운이 R에게 44 도대체 왜 그리 술을 ―박인환에게 46 시의 향기―박희진 시인 영전에 47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천상병 시인 생각 48 지푸라기처럼―인병선 여사에게 50 80년 동안 잘 놀았다―정진규 시인 장지에서 52 데스 밸리 사막의 밤―송석증 시인에게 54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박정만 시인 생각 56 윤상규인가 윤후명인가 58 자살한 시인을 위한 송가 60 떠도는 사자들의 거리에서 62 2부 폭력 새남터 망나니 67 국경을 넘는 김대건 안드레아 70 연옥에서 72 말의 사막에는 오아시스가 없다 74 화가가 제 눈 찍다 76 마르크스 머리 위의 새 78 붓을 버리고 칼을 들다―면암 최익현에게 80 나, 명성황후란다 82 슬픔은 끝이 없다 85 고달사지에 와서 운다 88 역대 대통령 90 가네코 후미코의 유서 92 의사 혹은 테러리스트―2003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사에서 94 마음껏 울어라 백두산 호랑이―장편소설 『범도』를 쓴 방현석 작가에게 98 어떤 목련에 대한 생각 100 Big News 103 도스토예프스키, 형장으로 끌려가는 동안 108 이런 기적이 109 스티븐 패덕의 넋두리 111 윤회와 부활 114 끌려간 목사―배형규 목사*의 부음 앞에서 116 3부 비폭력 기억나는 것들―전선애가 조만식에게 121 이름 122 꽃과 피―경기도 양평 중미산천문대에서, 아들에게 124 사막을 건너는 법―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다 126 나 은율서 춤 좀 췄었소―인간문화재 장용수 옹 영전에 128 그대 춤추라―최승희 생각 131 문학평론가 김윤식 133 소설가 김승옥의 침묵 138 어둠 끝에 서다―영화배우 이영호 님께 140 가수 김현식 생각 142 밤의 계단―한빛맹아학교 졸업식장에서 144 빈다 146 없다 148 저절로 태어나는 것은 이 우주에 없다―아내에게 150 소설가 구보씨의 눈물 152 항해가 끝났으니―소설가 송상옥 선배님 영전에 154 내 동생 태어난 날―선영이에게 156 꿈꾸는 작은 돌멩이 157 ■ 해설 _ ‘사람 사막’에서 비를 구하는 시혼/ 우찬제 159 |
LEE, SEUNG-HA,李昇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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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씨는 해도 개명은 하지 않았다
히라누마 도오쥬우[平沼東柱] 일본 본토에 가 공부한다는 것이 그다지 욕된 일이었을까 성씨를 고쳐 신고한 날 1942년 1월 29일 그 닷새 전에 시를 썼지 「참회록」을 여백에 낙서할 때의 기분이 어땠을까 ―시인의 고백, 도항증명, 힘, 생존, 생명, 문학, 시란? 不知道, 古鏡, 비애 금물* 조상을 부정하라고 한다 히라누마 도오쥬우! 하이! 매일 매시간 일본 교수가 출석부 보며 부른 낯선 성 대답할 때마다 떨리는 입술 육첩방은 남의 나라 내 나라가 아닌데 시를 썼기에 요시찰인물 시를 썼기에 1945년 2월 16일 오전 3시 16분 후쿠오카 형무소 캄캄한 독방에서 크게 한 번 외치고 쓰러져 죽었다 윤─동─주─! * 윤동주(1917~1945)는 1942년 1월 24일에 쓴 시 「참회록」 아래에 이런 낙서를 해놓았다. ---「잃어버린 성을 찾아서」중에서 나라 아닌 나라를 떠나 미국에서 유럽에서 남미에서 춤추라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언어 이전의 몸 언어 이후의 춤 그대 그저 춤추었을 따름인데 일본군 위문 공연이 친일로 낙인 저 외침 소리 욕설일까 환호성일까 남에서도 춤으로 북에서도 춤으로 월북했다고 남에서는 지워졌고 주체예술사상이 아니라고 북에서도 사라졌다 그대 오직 춤추었을 따름인데 일본에 가서 배웠으나 조선의 정情을 넘어 동양으로 서양으로 동양의 기氣를 넘어 대양으로 대륙으로 그대 남편 안막 잃고 아이 잃고 벙어리 되어 132 133 몸으로 웃고, 그래서 울었고 몸으로 울고, 그래서 웃었다 * 최승희(1911~1967), 안막(1910~?) ---「그대 춤추라 ―최승희」중에서 한강 백사장이 오늘따라 더 하얘 눈부시네 모래 위에 꽂힌 깃대의 깃발들 제가끔 푸르르 떠는데 까마귀들 무엇을 먹겠다고 저렇게 몰려와서 저 젊은이 머리 이제 곧 백사장에 나뒹굴 것이다 나이 고작 스물여섯이란다 망나니 생활 삼십 년에 저런 홍안은 처음이네 어쩜 저렇게 태연할 수가 군문효수軍門梟首…… 낭독하는 사형선고문에 나와 있었다 전례대로 두 귀에 화살을 꽂았소 피가 목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소 두 군졸이 양 겨드랑이 밑에 두 개의 몽둥이를 끼워 넣어 앞뒤에서 걸머맸다오 오늘 우린 저 총각을 염라대왕한테 보내야 한다 빨리 목을 베자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말야 장가도 못 갔다는군 애비와 작은할배는 효수형으로 증조할배는 옥사로 그만 서학괴수西學魁帥…… 포도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업이 망나니다 술도 고기도 칼을 휘둘러야 생기고 주막집에도 봉놋방에도 피 묻은 칼 씻어야 갈 수 있단다 하늘 우러러 뭐가 부끄럽겠냐 그때 느닷없는 외침 소리 빙빙 돌다 정신 차려 보니 그만 도시오 어지럽소 빨리 내 목을 치시오 나는 준비가 다 되었으니 어서 내 목을 자르시오 수선탁덕首先鐸德…… 그렇게 불려진 사람이 있었다 각자 한 번씩 내려치기 시작했소 젊은이라 그런지 목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소 한 칼 두 칼 세 칼…… 여덟 번째 칼을 맞자 비로소 나뒹구는 머리 형리가 머리를 주워들었소 목판에 얹어 포도대장 앞으로 가 검사를 받았소 다들 수고 많았다 물러가 목을 축이도록 하라 그날 밤엔 나 술을 못 마셨소 안드레아…… 교인들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 임금을 안 믿고 하늘나라의 임금을 믿는 것은 죽을죄인데 왜 그런 죄를 지었던 것일까 죄를 지었으면 용서해 달라 빌어야 하는데 곧 죽어도 저렇게 꼿꼿하게 지금도 잊히지 않는 것은 그 의연한 표정과 그의 말이다 그만 도시오 어지럽소 빨리 내 목을 치시오 나는 준비가 다 되었으니 어서 내 목을 자르시오 * 김대건(1821~1846) ---「새남터 망나니」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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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김소월, 김동환, 이상, 백석과 자야 김영한, 임화, 윤동주, 나혜석, 서정주, 구상, 한하운, 박인환, 김수영, 천상병, 신동엽과 그의 부인 인병선, 박재삼, 박희진, 정진규, 윤상규/윤후명, 박정만, 송석증, 마광수, 김영승, 기형도, 박형희, 이영훈 등이, 소설가로 이광수, 김유정, 이상, 지하련, 김승옥, 송상옥, 윤후명, 방현석 등이 초대된다. 두보(杜甫)나 이하(李賀) 같은 중국 시인들은 물론, 아르튀르 랭보, 샤를 보들레르, 폴 베를렌 같은 프랑스 시인, 러시아 작가 도스토예프스키 등도 이승하의 ‘사람 사막’의 거주민이다. 화가 고흐와 그 동생 테오도 보이고, 무용가 최승희와 그의 남편인 평론가 안막, 평론가 김윤식도 호명된다. 사상가 마르크스, 영국의 군인이자 고고학자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 역시 ‘사람 사막’에 흔들리는 번지수를 지닌다. 또 한국인 최초의 천주교 신부였던 김대건 성인, 구한말 의병장 최익현, 김덕령, 이순신, 설봉, 명성황후, 고종,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로 빛나는 만주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이승만에서 문재인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 화가 최북,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 조만식과 전선애, 안중근, 가미가제 특공대로 자폭한 17세의 박동훈, 은율탈춤을 복원한 인간문화재 장용수, 영화배우 이영호, 가수 김현식, 2007년 61명의 사상자를 낸 미국 조지아텍 총기 난사범 조승희, 2017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사망자 59명, 부상자 527명을 낸 총기 난사범 스티븐 패덕, 1997년 6월 24일 일본 고베시에서 엽기적인 연쇄 살인 행각을 벌인 중학생,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2007년 8월 무장세력 탈레반에 의해 피랍 살해된 목사 배형규, 일본의 3D 버추얼 캐릭터 사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사람 사막’의 광장에서 색다른 교향악을 연주한다. 그리고 가족이 있다. 아버지, 어머니, 누이, 아내, 아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사람들을 초점화하고 대상화하고 거리를 조정하면서 인간 그 자체에 대한 탐문의 심연으로 내려간다.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던 이승하는 이제 나를 포함한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확대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사막에서……. - 우찬제 (문학비평가,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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