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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3
1부 임자도, 홍매화에 매혹되다 임자도, 홍매화에 매혹되다 11 임자도, 꽃이 오고 사람이 온다 12 매화서옥도 13 홍매화 14 홍매대련 16 홍매화의 서사 18 임자도 튤립 1 20 임자도 튤립 2 22 임자도 튤립 3 24 임자도 튤립 4 26 임자도 튤립 5 27 임자도 튤립 6 28 임자도 튤립 7 30 임자도 튤립 8 32 제2부 자꾸 별들의 안부가 궁금했다 불온한 밤 35 중첩 36 슬픔에 대하여 38 카오스 1 40 카오스 2 42 추락 44 슬픔을 먹다 45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46 3일째 48 매수하다 50 베이비 박스 52 비참 54 비애 56 직립을 살해하다 58 복원 59 호명 60 난장(亂場) 62 동족포식 64 벌목 66 제3부 숲과 고라니와 나 동백 71 숲의 십계명 72 숲과 고라니와 나 74 은사시나무 숲에서 76 멀구슬나무 78 산 아래 싸리꽃 환하다 80 꽃들의 믿음 82 여뀌꽃 84 순비기꽃 86 꽃베고니아 87 앵그르의 바이올린 88 소금꽃 89 감자꽃 90 꽃의 파일을 해킹하다 92 제4부 길들이 섬으로 향한다 대광리 해변 95 만구음관 96 하우리항 98 순례자의 섬, 병풍도 100 사월포 102 칠발도 104 사드레산 106 흑산에서 108 전장포 110 해설 _ 이승하 _ 임자도에서 홍매화를 본다는 것 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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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어느 섬을 표류하다 이곳에 정박했을까?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산란을 한다 햇볕과 바람이 육지로 향하고 상흔을 입은 불구의 기억들 모래밭을 빠져나와 꽃이 되려 한다 임자도는 오색 수를 놓듯 한 땀 한 땀 백만 송이 꽃을 피워낸다 음표를 달고 발성하는 꽃들 청량한 바람을 몰고 온다 해안선 모래밭에선 낮달이 달려오고 바닷새들은 일제히 허공을 포기한다 꽃들은 비장한 모습으로 꽃들이 되고자 하고 오직 색만을 고집한다 색으로 말하고 색으로 표현하는 임자도의 꽃 색의 본능만이 낭자하다 색 색 색 꽃들의 은어가 주목받는 곳 해석하려는 해석당하는 꽃과 사람 사이 임자도, 꽃이 오고 사람이 오는 섬이다 ---「임자도, 꽃이 오고 사람이 온다」 전문 눈발이 날린다 한파도 개의치 않는 매화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빙의가 된다 농축과 함축의 광기 가지는 역사가 되고 꽃은 의지가 된다 정신이 치밀하고 섬세해서 안쪽을 넘보던 한파도 멈칫한다 화선지 위 꽃은 실물이고 상징이다 눈 오는 날 꼭 와서 그림을 보아라 지금도 매화서옥도엔 조희룡이 산다 *우봉 조희룡의 작품 ---「매화서옥도*」 전문 가는 겨울과 오는 봄의 간극은 얼마쯤일까? 가늠할 수 없는 여백 사이로 홍매화 꽃눈이 트이면 그의 눈이 매의 눈이 되어 밀착한다 꽃은 그가 되고 그도 꽃이 된다 살얼음에 실금이 가도 붓끝이 지날 때마다 피어나는 맑은 기척 한 송이 한 송이 홍매화가 향기를 뿜는다 가지가 뻗어가고 말문을 튼 매화가 목소리를 내밀지만 진경 앞에선 언어도 사치일까? 오히려 그는 말문을 닫는다 그가 마침내 신들린 듯 붓끝을 휘두른다 벙글고 또 벙그는 수백 개의 꽃잎 화농처럼 붉은 시간, 봄의 농도가 짙어진다 무게 중심이 슬쩍 봄 쪽으로 기운다 *우봉 조희룡의 작품 ---「홍매대련*」 전문 음표는 아다지오다 꽃들의 감성이 건반 위에서 싱싱하게 피어오른다 색색의 건반을 누르는 건 어머니와 아버지의 눈동자 오늘의 주제곡은 화해다 일렬종대로 호명당하고 싶은 표정들 뭔 꽃이라요? 물어도 대답 없는 아버지는 깊은 도를 눌렀을 거다 참말로 오지게 이쁘요 화색이 도는 어머니는 라를 눌렀을 거다 베토벤의 운명은 몰라도 운명 따라 모질게 팔순 근처까지 왔으니 고마웠을까 아버지가 어머니 손을 잡는다 누군가는 결말이라고 하겠지만 이건 절정이다 때마침 노을이 깔린다 손을 빼지 않는 어머니나 남사스러운 꽃들 그 부끄러움이 황홀 속으로 침몰한다 ---「임자도 튤립 1」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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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우 시인은 오랫동안 본질적인 것과 근원적인 것에 대한 시적 탐구를 해 왔다. 그녀는 시적 대상을 절대 허투루 다루지 않는다. 대상과 하나가 되어 대상이 가지고 있는 결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시를 쓰는 내내 대상을 분신처럼 품고 살아간다. 대상을 섣불리 아는 체하지 않으며 대상이 자신이 간직한 비의(秘意)를 내밀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래서 얻어지는 나만의 본질성을 시인은 포착한다.
따라서 이번 시집에서 다루고 있은 홍매화, 튤립, 맨드라미, 감자꽃, 여뀌꽃, 소금꽃 등은 살아있는 실체로서 작품 속에 존재한다. 관조자의 눈으로 포착한 것이 아니라 내밀한 경험자의 감각으로 그것들과 함께 살았던 흔적이 언어화되어 자신만의 형상을 띤 채 놓여 있는 것이다. 『임자도, 홍매화에 매혹되다』는 언제나 섬과 꽃에 진심인 박선우 시인이 펼치는 살아있는 꽃의 향연이다. 그 매혹적인 향연을 만난 독자들은 그녀의 노력에 기꺼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시인의 말 어제 나를 찾아온 바람이 세시 방향이었다면 오늘 부는 바람은 어린잎을 틔우는 바람이다. 그렇듯 세계는 오묘해서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겨우 시 한 줄 쓸 수 있다는 것 신에게 감사를 드린다. 2024년 7월 박선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