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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와 모르는 저녁
임곤택
걷는사람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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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그때
동작
집 찾기 놀이
네 눈 속 푸른
일몰의 싸움꾼
비는 이틀째
잎 잎들 소리 소리들
펜타토닉
다짐하는 아침
버스 증명
스티비 원더
무관한 대면
대화의 일치
바람과 blues

2부
지배하는 눈
돌아가는, 되돌아가는
몸의 꿈들
화요일은 봄
꽉 찬, 가득한
그곳은 늘
잎 잎들 소리 소리들 2
양들은 낙엽을 타고 온다
9월에서 시월

적당하지 않은 때
야스쿠니신사
추신

3부
동네에서 동네 사람들
Boogie Street
제목은 숨겨진 이야기
뷰파인더
12시에서 13시
너의 약속된 오후
연착
모퉁이 돌면
두 번째 시월
발굴
세븐일레븐
눈이 쌓이다 눈이 그치다
적당한 때
천안에서 안양까지

4부
스프링클러
끝없는 제국
집요
저녁의 신부 1
저녁의 신부 2
저녁의 신부 3
저녁의 신부 4
저녁의 신부 5
저녁의 신부 6
젖을 빠는 동물
가장 작은 식사
젊은 도공
화해의 시간
한 장의 평화
해설 우리는 조금 더 도착한다⎯오연경(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으며, 2004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지상의 하루』『너는 나와 모르는 저녁』과 시론서 『현대시와 미디어』가 있다. 고려대 교양교직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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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74g | 125*200*20mm
ISBN13
9791175010932

책 속으로

눈이 내린다
늦었거나 너무 이른 것 다 같이
눈이 되었다

모른 척하기, 매일의 인사
내 웃음은 거짓이었다
버려진 가구 위 신발 한 켤레
우리들의 공손한 인사는 거짓이었다

안내자가 되려는
길거나 짧은 것, 죽었거나
살아 있는 것

눈이 내린다
누워도 좋은 바닥
집이 되려는 모든 바닥

어두운 방은 무섭대도, 불 좀 켜래도
집으로부터 집까지
눈이 내린다
---「집 찾기 놀이」중에서

사랑이거나 징벌인 듯이
서로에게 일으킨 반란인 듯이
꽃이면 꽃, 눈송이면 눈송이, 시는 시詩여서
아무것도 아닌 날
겨울의 마음처럼 지금의 여름도 아무 일 없는 날
---「잎 잎들 소리 소리들」중에서

화요일이군요, 감은 머리를 벽에 널어 말리는
당신은 며칠 전과는 다른 물기

가끔이 좋겠습니다
누군가 태어나며 세상엔 윤기가 흐르고
기다리는 사람은 오래 기다린 사람
한 번 이상 지나친 사람

글을 배워 아이는 어디로든 빠져나갑니다
당신 쪽으로 갑니다 넘어져도 달립니다
돌아오는군요
한 번쯤이 좋겠습니다

얼굴은 빛나는 곳 어디에든 얼굴을 비추고
정직하지 않은 대답, 잔인하고 무섭지만
매정하지 않은 대답

벽 쪽으로 어깨 돌려 길을 만듭니다
---「화요일은 봄」중에서

당신은 그치지 않고
나는 죄인처럼 초조했으니

당신은 어떤 달변으로 자꾸 잎인지
어떤 밤에 길들어 그치지 않는지
귀와 종소리의 거울
바람과 야경꾼의 거울

흙으로 바람으로 분명해지려는 나는
당신으로 무덤을 지키듯 편안할는지

(…)

한두 걸음으로 피로한
나는 당신의 물음에 답할 수 없으니
되도록 많은 그림자를 끌고 세상을 건너려는
당신의 속내 다 셀 수 없으니
---「잎 잎들 소리 소리들 2」중에서

손을 들어 세우려던 구름과
휘파람으로 돌아보게 하려던 구름과
허락을 얻지 못한 여러 믿음에게
환청을 일으키며 트럭이 지나갔고
농부와 농부의 아내들에게
그들의 아들과 딸에게
고통인 것과 지루한 것을 같은 음색으로 느끼는
자유를 준 당신에게
---「추신」중에서

그래 그렇다고 해 두자
니들한테 미안하다, 뭐 이런 말쯤 하나 남기고
어느 선승은 세상을 잠깐 떠났다고 한다

진열장에 비친 구름과 담배 피우는 남자
바쁠수록 계단은 한 칸씩 오를 것

구름 흩어진다 비행기 보이지 않네
다시 나타나겠네 흰색으로 은색으로 반짝거리며
야, 담배 끊어
담뱃불 붙이다가 눈썹을 태웠네
구름 얘기 아니라, 우리 얘기 아니라
---「동네에서 동네 사람들」중에서

들으나마나 뻔한 일로 끝까지
비 오는구나
손가락으로 탁 탁 탁자를 두드린다
생각은 지루한 기계

휴지 같은 잡담이 좋겠다
싱거운 얼굴로 누가 옆에 앉아도 좋겠다
빨간 자동차 한 대 지나가도 좋겠다
지루해도 좋겠다

지나는 사람을 낱낱이 보지 말자
몸의 하얀 지면, 전체를 단번에 알아채는
당연한 일처럼
아직 안 온 일들
---「연착」중에서

그가 “견딜 만하지만/변주가 필요해”(「펜타토닉」)라고 말할 때, 그가 변주하려는 리듬에는 오래 걸은 자의 절박한 피로와 더 걸으려는 자의 신성한 다짐이 담겨 있다. 임곤택의 시는 아주 미묘하고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작고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그러나 닿을 수 없는 허공을 빚어 올리는 정교한 매만짐으로 도시의 산책을 변주한다. 이 변주의 리듬을 타고 우리는 지체와 기다림과 예정과 기억과 피로와 허무와 사랑과 위로의 도시, 그 도시의 쓸쓸한 살기와 까다로운 풍경에 ‘조금 더’ 도착한다.

---「해설」중에서

출판사 리뷰

초판본 시인의 말

마트 하나는 문을 닫고
편의점은 두 개 더 늘었다

담배와 연기
술이 채워진 아메리카노 미들 사이즈
이런 아침은 어떤가
창 너머 창들은 안녕하신가

일찍 싸우고 늦게까지 위로받으려는
사내들의 고성방가
두 겹으로 주차된 자동차

누가 가장 좋은 값을 치를 것인가
2017년 봄
임곤택

복간본 시인의 말

기차를 탔습니다
파밭, 당근밭, 감자밭을 보고 오는 길입니다
차창 밖은 참 빠릅니다
끝도 없는 생각들보다 더 빠르게 지나갑니다
골목과 횡단보도를 지나 집으로 돌아갑니다
잊혔던 일들을 다시 지납니다
끝도 없이 지나갑니다
파밭, 당근밭, 감자밭을 다시 보러 갈 예정입니다

2026년 여름
임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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