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李晟馥
이성복의 다른 상품
|
아직 내가 서러운 것은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봄하늘 아득히 황사가 내려 길도 마을도 어두워지면 먼지처럼 두터운 세월을 뚫고 나는 그대가 앉았던 자리로 간다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하면 서러움이 나의 사랑을 채우리라
--- p.106 |
|
병든이후
나는 당신이 그리 먼데 계신 줄 알았지요 지금 내 살갗에 마른버짐 피고 열병 돋으니 당신이 가까이 계신 줄 알겠어요 당신이 내 곁에 계시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어요 당신이 조금 빨리 오셨을 뿐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요 당신 손 잡고 멀리 가고 싶지만 한 발짝 다가서면 한 발짝 물러서시고, 한 발짝 물러서면 한 발짝 다가오시는 당신, 우리 한몸 되면 나의 사랑 시들줄을 당신은 잘 아시니까요 --- p.78 |
|
고양이
주먹만한 고양이 발을 핥는다 발가락을 핥는지, 발바닥을 핥는지 눈치도 안 보고 핥는다 버스를 기다리던 중학생 하나 농구화 신은 발을 들이대니 고양이 무심코 고개를 젓는다 아까부터 나는 사는 것을 바라본다 발가락과 바바닥 사이 아주 낮은 삶을,이제 막 아물기 시작하는 근질거리 는 헌 생채기 같은 것들 --- p.48 |